여자는 화장빨, 남자는 머리빨, 건빵은 재료빨!

온리원럽 작성일 13.05.10 19: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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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

본 글은 절대로 제대로 된 요리를 소개하는 글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때 먹었던 먹거리를 직접 재현해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 글에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를 따라하시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대량 생산했다고 해서 제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는 취사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 여러 친구들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 들은 대량의 조리법을 알지, 1인 분량에 대해서는 지식이 미비했습니다. 

고로, 다들 재료의 양은 알아서 맞추세요.


덧붙여, 꼭 요리가 나오라는 법은 없습니다.


 * 경고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 겁니다. *




 첫화를 올리고 난 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군대에서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각종 지적 사항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진 퀄리티가 왜 그러냐. 과연 이걸 일반 병사가 해먹을 수 있겠느냐. 바쁜 군생활 속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만들어 먹기가 힘들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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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지적사항에 필자는 잠시간 멘붕타임을 거쳤다



  본래 요리를 주로 하는 글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살포시 눈을 감고 본인의 군생활을 떠올려보니, 포대라는 근무지와 통신병이라는 특기의 오묘한 조합이 이루어져 어느정도의 창의성을 발휘해 시간을 허비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반성과 쾌감이 대뇌의 전두엽 을 자극했다. 아무래도 공군, 아니 나아가 모든 군 장병들과 민간인들과의 완벽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란 무리가 아니었을지. 이 글이 실리는 블로그의 이름이 '공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아주 잠깐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필자가 아니다. 독자들의 애정어린 충고를 거울삼아 과감히 2화로 예정되어 있던 컨텐츠를 잠시 미뤄둔 채, 군인이라면 누구나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그리고 민간인에게 있어서도 결코 부담이 되지 않는 컨텐츠를 준비했다.



  군대에서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뭘까? 자대에서뿐만 아니라, 훈련단에서도 주린 속을 채워주던 고마운 먹거리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때되면 먹을 수 있는 밥이라는 대답은 사양한다. 주기적으로 배급되며, 그것을 넣기 위한 공간이 군복에 마련되어 있어 다른 주머니와는 달리 그것만의 이름까지 따로 붙은 주머니가 존재하는 그것. 바로 ‘건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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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이것만 있는게 아니지 말입니다. 

꽤 종류가 다양하지 말입니다.



하지만 빵만으로는 뭔가 심심하다. 물론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별사탕이 그 달콤함의 은혜를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양도 적은 별사탕에게 건빵의 밋밋함과 퍽퍽함을 달래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인 법! 이를 이겨내기 위해 우유에 건빵을 말아 먹는 건플레이크(붐플 레이크가 아니다!)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커피에 찍어먹기도 한다. 심지어 설탕을 뿌려 살 짝 튀겨 먹는 튀김 건빵은 민간인들조차 가끔씩 해먹는 간식으로 여길만큼 유명한 바리에이션(안타깝게도, 필자는 군생활 동안 단 한번도 해먹어보지 못했다.......) 중 하나다. 이처럼 오늘도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은 건빵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는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건빵의 새로운 변신을 올려보고자 한다. 지난번 골뱅이 무침처럼 구하기 힘든 재료가 아니다! 친하지 않은 취사병에게 ‘저기, 국물 좀’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군인이라면 관물대 안에 짱박아뒀던 건빵 봉지를 떨리는 손으로 집어 든채 약 간의 발품을 팔면 되고, 민간인이라면 집 앞 마트에 슬리퍼를 끌고 간 채로 땡기는 대로 만 들어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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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소개


재료 : 건빵, 치즈, 초콜릿... 아 모르겠다. 뭐 올리고 싶은거 아무거나 올리세요.



첫 번째 요리, 치즈와 건빵의 느끼한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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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해 보이는 건빵. 

과도한 보정을 주다보니 무슨 구운 건빵 같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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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준비합니다. 

군대요리에 데코레이션 따위는 없다고 말했으나 

조심스럽게 건빵의 오와 열을 맞춰보았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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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소등 완전취침 소리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 쓰듯, 

건빵의 위에 치즈를 살포시 도포해줍니다.

 가위로 잘라도 좋고, 그냥 찢어서 올려도 치즈는 불평을 하지 않아요.










물론 이 상태로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이렇게 치즈를 올린 건빵을 전자렌지에 10초만 돌려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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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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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는 돌리고 나면 좀 먹기 그런 비주얼이 나옵니다.

5초 정도로 타협 보는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건빵의 아름다운 만남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느끼함을 넘어서, 별사탕보다 더 달콤한 그녀와 건빵의 불장난이 기다리고 있다.




2. 난 달콤함을 선택할래. 건빵, 초코와 바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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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를 막기 위해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하는 촤칼릿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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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마찬가지로 촤칼릿 한 조각을 건빵에 올려놔줍니다.





여기서 그냥 먹어도 초코X이 맛과 비슷한 달콤함이 입안에 감돌지만...





남자라면 전자렌지에

다시 한 번 돌려보는거다!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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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제법 그럴 듯 한데? 라고는 하지만 초코는 그냥 드세요. 

한 40초 돌려야 저렇게 되는데 그 순간 건빵이 눅눅해집니다.



아무튼, 이렇게 치즈도 올려보고, 초코도 올려보며 다양한 건빵 맛을 시식하던 

필자는 더 올릴만한게 없을까 하며 찬장을 뒤져보았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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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참치도 올려보자. 

그냥 참치였으면 좋았을텐데.



이쯤되면 독자분들도 뭔가를 눈치 채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건빵에는 뭘 올려도 맛나고, 뭘 발라도 (웬만하면) 맛나다. 마치 잘 지어진 뜨끈한 밥이 있다면 김치 하나만 있어도 맛있는 한 끼가 될 수 있듯이, 무엇과 만나도 잘 어울리는 고소한 맛을 가진 건빵은 최고의 기본 재료가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어진 여러차례의 실험에서, 필자는 그야말로 냉장고에 있는 거의 모든 재료를 건빵 과 결합해 보았다. 고추장, 간장, 마요네즈, 상추, 무김치... 이후 이어진 시식의 결과는 자 세히 밝히지 않겠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뭔지 모를 물체들이 더욱 많아진 것을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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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요네즈는 먹을 만 했습니다.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의 완성품을 맛보며 문득 훈련단 시절이 생각났다. 먹어도 먹어도 배는 고프고,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 종참만을 기다리던 그 시절. 훈련이 끝난 후 생활관에서 오드득 오드득 씹어먹던 건빵과 별사탕은 군대가 뭔지 채 감도 잡지 못한, 어리버리한 훈련병들에게 있어 잠시나마 평안과 배부름을 갖게 해주는 훌륭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건빵 을 씹으며 2년이란 세월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잠기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전역을 한지 2년이란 세월이 지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건빵으로 다양한 장난질 요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힘쓰는 대한의 건아들아, 그대들이 비록 지금은 힘들지라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가고, 자랑스런 웃음을 띈채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경례를 드리는 순간은 금세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힘이 들때는 건빵 주머니에서 건빵을 꺼내 오독오독 씹어먹다 보면 별사탕과도 같은 전역이 달콤하게 찾아올 것이다.



아, 물론 이병이라면 예외입니다. 그냥 힘내라는 말 밖에는 못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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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블로그 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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