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안 나가요”… 황당한 예비군훈련
6·25때 쓰던 ‘카빈’ 아직도 사용… 대부분 사격 못 할 정도로 낡아
軍 “2017년까지 교체” 공언 불구 예산 모자라 지연될 가능성 높아
“이 총은 임진왜란 때 사용한 건가?”
김모(27)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개인화기를 지급받으며 깜짝 놀랐다. 이전 훈련에서 받았던 M16이 아닌 ‘카빈’이라는 오래된 소총이었기 때문이다. 노후화로 노리쇠의 왕복운동이 원활치 않거나 개머리판이 깨진 카빈총을 지급받은 예비군들이 주위에 꽤 많이 보였다. 한 예비군은 흙으로 총구가 막혀 있는 자신의 카빈을 들어보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그 카빈총으로 사격훈련까지 한다니 총알이 제대로 나가기나 할는지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사격장에서 카빈총으로 첫 발을 쏘려고 방아쇠를 당기자 총은 반응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조교가 급히 뛰어와 응급조치를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현역과 함께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투력인 예비군 부대의 개인화기로 6·25전쟁 때 쓰던 카빈총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교체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교체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1968년 예비군 창설과 함께 예비군 부대에 보급된 카빈은 올해로 47년째 예비군 훈련에 사용 중이다.
지난해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 부대에서 사용 중인 개인화기 10만여정 가운데 38%(36만2451정)가 카빈총으로 장비의 부족과 노후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방부는 카빈총을 M16 소총으로 교체 중이며 2017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예비군들이 6·25전쟁 때 쓰인 카빈 소총을 메고 훈련장으로 가고 있다. 노후화된 카빈 소총은 2017년까지 모두 M16 소총 등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부는 11일 발간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 홍보책자에서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낡은 무기를 조기에 교체할 계획”이라며 “예비군 부대에서 사용하는 카빈총을 M16 소총과 K2 소총으로 모두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을 통해 예비군 전력을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할 계획이지만 예비군 창설과 함께 보급한 카빈총은 47년째 사용하고 있다”면서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카빈총 도태 목표시기가 2017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예비군 부대의 카빈총 대다수는 너무 낡아 사격에 부적합할 정도로 고장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빈총 등 예비군 주요 전투장구의 노후화와 부족 문제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오는 단골 지적 사항이다.
국방부는 예비군 부대에 M16과 K2 소총을 함께 보급할 계획이지만, K2 소총의 보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K2 소총을 예비군 부대에 보급한다는 목표만 있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보급할지는 미정”이라면서 “상비군에서 사용 중인 K2 소총을 교체하는 계획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 예비군의 주요 전투장구류 개선 및 보급 예산은 123억원으로 전체 방위력 개선비(10조5097억원)의 0.12%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