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파이트(Dog-fight), 글자 그대로는 개싸움이지만 공군 용어로는 근접전입니다. 개들이 싸우면 상대의 엉덩이를 노리거나 서로의 꼬리를 물고 빙빙 돌듯이 전투기들도 공중 근접전에서 도그 파이트처럼 상대편의 꼬리 쪽으로 쫓아가야 쏴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이자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F-35가 F-16과의 도그 파이트에서 완패했다는 소식이 최근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최신예 전투기가 F-16에게 졌다는 사실에 놀라는 반응과, 멀리서 먼저 보고 먼저 쏘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가 도그 파이트를 할 일이 없는데 도대체 미국은 왜 이런 테스트를 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F-35의 도그 파이트 완패 소식이 미국 주요 매체들을 통해 알려지자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바빠졌습니다.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우리나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도 해명 자료를 뿌려댔습니다.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도그 파이트의 필수 아이템인 F-35의 기총 실사격 테스트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동체 아래 쪽 내부 무장창에서 육중한 미사일들이 ‘짠’하고 모습을 드러내 발사돼야 제격인 F-35에 기총이라… 외신들도 “희귀한 영상”이라며 F-35의 기총 사격을 앞다퉈 소개하고 나섰습니다.
● F-35A 날개 위 25mm 기총
기총 실사격 장면이 공개된 시점도 묘합니다. F-35가 F-16과 도그 파이트에서 패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입니다. F-35는 이런 기총을 내부 무장창에 넣고 다니니 도그 파이트를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지, 아니면 기총을 장착했으니 도그 파이트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인데 “해보니 잘 안되더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아리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