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도시에서는... 끝이란 찾아볼 수도 없어. 그게 어디서 끝나는지 보여줄 수 있어?
배에서 내리려는 순간은 괜찮았어. 코트를 입은 내가 정말 대단했었지. 정말 멋진 모습이었어. 배와는 작별의 순간이었지.
단언코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날 막은 것은 보이는 것들이 아니야, 맥스. 보이지 않는 것이었지. 내 말 알겠어? 보이지 않는 것들 이라구.
사방으로 뻗은 도시에는 끝이란게 없었어. 모든 것이 있었지만. 끝이 없었다구. 모든 것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지. 세상의 끝 말이야.
피아노를 생각해 봐. 시작하는 건반과 마지막 건반이 있지. 88개의 건반이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수는 없어.
건반은 유한하지만, 자네는 무한하지. 88개의 유한한 건반에서 자네는 무한한 음악을 만들 수 있어. 난 그 점이 좋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지.
자네가 내게 배를 떠나도록 권유한 것은... 수 백만개의 건반이 있는 키보드를 맡긴 것과 같아.
끝이 보이지 않았어. 그게 진실이야. 끝이 없었다구.
그 키보드는 무한하지. 하지만 키보드가 무한하면, 자네는 어떤 곡도 연주할 수 없어. 그건 자네의 키보드가 아니야. 신만이 연주할 수 있지.
그 거리들을 봤어? 수 천개의 거리를 말이야. 어떻게 그 곳으로 내려가서, 단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 있지? 한 명의 여자, 하나의 집,자네 땅 한 줌, 하나의 풍경,오직 한 종류의 죽음.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세상은자네를 짓 누르고 있다구. 그런 거대한 곳에서 산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무섭지 않아?
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세상이 나를 거쳐갔지, 그것도 한 번에 2000명씩의 사람들이.
이곳에는 희망이 있었어. 하지만 그런 희망은 배에서만 존재할 수 있어. 뱃머리에서 선미까지....
무한하지 않은 피아노에서 너의 행복을 연주했었지. 내가 배운 것은 그렇게 사는 거야.
육지는...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배야. 너무 아름다운 아가씨기도 하고... 너무도 긴 여정이며, 지나치게 강렬한 향수지.
그런 음악은 어디서 부터 손대야 할 지 나는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