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보노보노0 작성일 05.12.02 10: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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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조제와 츠네오를 만났다. 영화는 내가 들었던 모든 극찬을 아우르고도 남을 정도였다. 진한 사

랑은 질척하지 않았고, 이별은 슬펐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자꾸

생각나고, 자기 마음이 들킬까봐 걱정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고, 그러다 시들해지

면 이별한다. 이 보편적인 연애 이야기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조제와 츠네

오의 힘이다.

의자에 기어올라 요리를 한뒤, 접시를 넘기고 엉덩이 다이빙을 하는 무표정한 조제, 놀란 표정

으로 바라보는 츠네오에게 '그럼 어떻게 내려올 줄 알았어?' 라고 되묻는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

하다. 이런 조제의 모습은 (봄날은 간다)의 은수와 겹쳐진다. 그러나 은수는 조제에 비하면 비

겁하다. 조제는 은수처럼 '라면이나 먹고 갈래요?' 라고 떠보는 대신 '가라고 한다고 갈 놈이면

가버려'라며 츠네오의 등을 때리고 운다. '네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는 너를 불쌍해하는 것일

뿐' 이라고 망발하는 연적에게는 '그럼 네 다리도 자르면 되겠네' 라고 받아치며 뺨을 후려갈길

만큼 강하다. 이별을 예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조제와 츠네오는 서로 할퀴고 도망가지 않는

다. 나이는 상우와 은수가 츠네오, 조제보다 많을지 몰라도, 연애에 있어 조제 커플을 따라오려

면 아직 멀었다. 문득(오아시스)도 떠올랐다. 공주와 종두의 사랑에는 너무 많은 사건이 필요

했다. 조제와 츠네오처럼 스치는 손끝에도 사랑을 느낄 수 있거늘. 비단

(봄날은 간다)(오아시스)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이 둘은 그나마 우리의 사랑 영화 중 모범적인 편이다.)

꼭 하나를 죽이거나, 억지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한국영화 제작자들이여. 제발 (조제...)

를 한번 닮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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