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혈의 누는 스릴러가 아니다

칼스2 작성일 05.12.04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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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혈의 누


혈의 누라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고 있을 때에, 나는 언뜻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외화를 봄으로 인해서 혈의 누를 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그렇게 혈의 누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비디오대여점에 가보니, 혈의 누가 꽂아져 있었고 나는 혈의 누에 대한 많은 친구들의 평을 뒤로한 채 혈의 누를 대여하게 되었다.

뭔 소리래? vs 이리저리 벌려놓고 무마못한 난잡한영화

사실 혈의 누가 하던 시기에 내가 혈의 누를 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의 강한 만류에서부터 기인하였다.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춰서 스릴러의 맛이 떨어진다는 친구가 5할, 도통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는 친구가 3할 정도, 다 좋은데 영화 홍보가 잘못되었다는 친구가 2할이었다. 한 영화의 재미(몰입도)를 가지고 여러가지 평은 있을 수 있겠지만, 혈의 누는 재미(몰입도)를 논하는 영화가 아닌 영화 본질의 의의를 파악하고 있느냐 아니면 그냥 모른 채로 넘어가느냐의 평으로 갈렸다. 억지스릴러다, 그냥 동네 미용실 얘기 같이 두서 없다, 이도저도 모르겠다 무당 분위기 야릇하다 등등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평에 나는 비디오를 틀면서 내심 얼마나 이상하길래라는 기대감(?)이 들게 되었다.

혈의 누는 스릴러가 아니다

혈의 누를 보고 나서 나는 내 친구들의 영화인으로서의 자질과 품평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 영화를 악평해서 내가 비디오로 이 작품을 보게 만들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갔다. 혈의 누는 스릴러가 아니었다. 위의 스포일러라고 써 놨으니 물론 맘 잡고 들어오셨겠지만, 진짜 내용은 이제부터니 지금이라도 마음 바뀐 사람은 뒤로를 눌러 주시기 바란다.

모든 것의 발단 : 인간의 '이기'

혈의 누의 모든 등장인물은 전부 다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과관계인데, 강객주가 살해당한 것도, 왜 김인권이 그들을 죽였나하는 것도 다 하나의 원인으로 인해서 시작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기'이다. 죄 없는 강객주를 천주쟁이라고 모함하여 죽인 것도, 토포사가 대감과 내통해 강객주를 극형에 쳐한 것도, 강객주의 원혼이 서려서 마지막 밀고자인 두호를 죽여야 한다고 하는 섬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희생시켰던 자들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그들은 모두 피비린내 나는 피비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혈의누에서 종반에 치달으면 영화는 이제 누가 범인이냐라고 하는 가주제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이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마지막 두호를 마을 사람들이 난도질하는 장면인데, 인간의 이기심이 극에 달하는 영화의 절정부분에 해당되는 장면이다. 두호의 살 덩어리와 핏물이 섬주민들의 모습과 함께 보여지면서 결국 모두가 다 똑같이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핏비로 인해서 그들 자신이 밀고자라는 것을 알리면서 사건은 마무리된다.

결국 이원규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인간

자신의 아버지가 결국 강객주를 죽임으로 인해서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고, 자신에게 백성을 위한 마음을 역설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씬은 이원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만든다. 모든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그이지만,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안위도 보장 받지 못할 것 이라는 생각이 이원규를 감싸게 된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주제 의식이 부각된 마지막 앤딩에서 이원규는 유일한 단서이자 이 모든 원한과 복수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을 바다 속에 버리게 된다. 그럼으로 인해서 그의 아버지가 강객주를 찢어죽이고 권력과 명예를 얻었던 것처럼 이원규 자신도 김인권의 사건으로 인해서 권력과 명예를 얻고자 한다. 진정한 '진실'을 버리고 추잡한 '이기'를 실현하고자.

마지막으로 할 말

초월적인 원한과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혈의 누가 보여주는 겉 껍데기였다면, 자신의 이기심에 의한 타인의 파멸 그로 인한 죄의식이 혈의 누가 보여주는 진정한 주제였다. 결국 자신의 영달을 택한 이원규보다 끝까지 죄지은 자들의 형벌을 집행하던 김인권이 가장 더럽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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