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종 드 히미코 : "마이너리티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아"

막심어쓰 작성일 06.07.24 22: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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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우리에게 좀 더 다양한 영화 선택권을 제공할 줄 알았던 대기업자본 주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이네들이 전국의 스크린을 세대교체하면서 확실히 그들이 원하던 파이(절대관객수)를 늘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래전 부터 이바닥의 충실한 단골손님인 나같은 부류가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평소 보고싶던 영화의 개봉 날짜가 잡히면 가슴설레이며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주저없이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때가 있었더랬다.

그러나 그 때보다 수 배는 늘어난 스크린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왜 역으로 좋은 영화를 만나기는 그 때보다 수 십 배는 더 어려워 졌는지,

왜 메뉴 선택권은 언제나 손님(관람객)이 아닌 주방장(극장측)이 갖고 있는지,

왜 남이 본 영화만을 내가 봐야 하는건지,

천만관객의 대세에 동참하지 않으면 왜 나만 뒤떨어진 사람 취급 받는지,

무엇보다도 한 때 누구보다도 우수한 고객이었던 내가 좋은 영화를 만나려면 스크린이 아닌 침침한 14인치 노트북 화면에서 불법다운로드나 일삼는 마이너리티가 되어야만 하는지 화딱지가 나지만, 각설하고...

오늘은 이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고, 모처럼만에 건진 수작"메종 드 히미코" 를 소개하려 한다.

사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이 영화가 대한민국의 스크린에 걸린 것 자체가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순전히 '이누도 잇신' 감독의 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때문이다.

"조제..."는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슬그머니 내려갔으나, 열렬한 매니아들의 요청에 의해 씨네큐브에서 단관 재개봉하여 5만이라는 경이로운 흥행성적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전작의 명성에 힘입어 그의 두번째 한국 상영작 "메종 드 히미코" 는 가뿐하게 7만 돌파!! 이 쯤 되면 이누도 잇신은 이와이 슌지에 이어 매니아를 거느리는 일본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왜 그의 작품에 매니아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장애인, 게이)이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한 발짝 떨어져있다. 구질구질한 삶을 집중 조명해서 관객들의 연민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도 않고, 상황을 극단으로 치닫게 해서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하지 않은 - 입가에 흐뭇한(므흣 아님 -_-;;) 미소를 지니게 하는 - 소소한 유머를 곳곳에 배치, 전체적으로 밋밋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주위에서 접하기 힘든 흔치 않은 사랑의 모습 - "장애인과의 사랑", "게이와의 사랑" - 을 보여줌에도 불구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힘은 대단한데 결국 사랑의 다양성을 다루는 듯 하다가도 한꺼풀 안에 들어있는 그 보편성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 같다.

이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의 눈높이는 여주인공의 그것에 맞춰지는데,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또는 일반 관객이) 동성연애자들에 갖고 있는 선입관으로 인한 거부감은 여러 소소한 사건과 더불어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바 없는 인격체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기존의 게이 영화가 대개 꽃미남을 투입시켜 동성연애가 가지고 있는 이질감을 관객들로 하여금 최소화 시키는데 중점을 뒀으나, 이 영화의 경우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초절정 꽃미남 주인공 오다기리 조 제외 -_-;;) 게이들을 보여줌으로서, 좀 더 친근한 이웃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에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이 영화는 게이들의 애환을 진지하게 고찰했다기 보다는 평범한 하지만 소외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 삶에 관한 영화요, 가족간의 혹은 연인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억지로 짜내는 듯한 눈물이 아닌 흐뭇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다.

감정과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이런 종류의 밋밋한(?) 영화가 이 바닥에서 주류 장르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든 것만 보면서 다수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주류가 되기보다는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마이너리티 로서의 삶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것이야 말로 남들과는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배척하는 우리에게 이 영화가 주는 작은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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