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상상초월
흔히 파이트 클럽이란 영화에 대해 가지는 오해 중 하나는 이 영화가 땀냄새 물씬 풍기며 남성들의 마초 본능을 자극하는 느와르 영화 쯤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필자가 단언컨데 파이트 클럽의 남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뭇 재요소들은 결코 이 영화의 주된 메세지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고 하겠다.
아폴론의 강림이라 불러도 시원찮을 브래드 피트의 멋드러진 몸매와 그의 특유의 건들거리는 행동거지들, 지하 복싱클럽의 피튀기는 격투, 대파괴 작전(?) 등등..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기억속 잿빛 도심의 영상들에 원색적인 충동을 덧씌워,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간지럽히는 영상이 이 영화의 주요한 재미중 하나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감독 또는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주인공(에드워드 노튼)의 성장을 그린 성장 영화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 성장의 내용은 철저히 심리학적인 소재들을 차용하고 있다.
리뷰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이 두려워 결론만 간단히 적어보자.
이 영화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시나리오적 변용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도 좋을만큼 프로이드의 이론에 기반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자아) - 자본주의, 소비사회(초자아) - 타일러(원초아) 의 명확한 대립구도를 보게된다면 이 영화의 주제에 가까이 접근해 갈 수 있다.
충동과 본능을 억제하고 소비사회에 순응해 살던 주인공이 타일러라는 인격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또한 원초아적 인격 또한 극복하여 마침내 '자아'를 확립하게 된다.
비단 영화속의 가상적인 인물인 주인공 뿐만 아니라 현실의 우리들도 이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에서 쉽게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인적 경쟁력이란 이름하에 내면의 성찰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주의깊게 본 관객이라면 영화 속의 주인공(에드워드 노튼)이 여러가지 가명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한번도 본명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마도 감독은 캐릭터에 익명성을 부여함으로써 현대사회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줄수 있는 일반성을 성공적으로 획득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