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온더문] 이터널 션사인에 못지 않은 짐캐리의 대작 - 스포있음

리플렉 작성일 06.09.28 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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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영화 '맨 온더 문'은 '이터널 션샤인'과 더불어 짐 캐리의 연기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입니다.

골든 글로브 2년 연속 주연상을 받았다네요.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 앤디 카우프만과 그가 벌이는 쇼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제작자와 관중의 속고 속이는 관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주인공과 그 외 모든 사람 (방송작가와 부인까지도) 간의 관계로 확장되죠.


(지금부터는 스포일러성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조심하시길!)


어렸을 때부터 혼자 가상의 방송과 청중을 대상으로 쇼를 해온 앤디는 성인이 되어서도

허름한 바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쇼를합니다. 어눌하다 못해 측은한 성대묘사 이후,

앤디는 마지막 순간 아주 능숙한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로 모든 사람을 흥분시킵니다.

마무리는 또 한번 어색한 '탱큐 배리마치" - 모든 사람을 포복절도하게 만듭니다.

왜 쇼의 시작부터 능숙한 성대 묘사를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초창기 그의 유머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캐릭터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관중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눌한 캐릭터가 능숙한 쪽의 임팩트를

극대화한 거죠.



드디어 첫 TV쇼에 출연하게 된 앤디는 구루(힌두교 요가 스승)에게 한마디 조언을 구합니다.

앤디 : "재밌게 하는데 비결이 있나요? "

구로 : "그럼요. 침묵이죠."

쇼가 어떤 식이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후로 그는 시트콤과 토크쇼 등에 출연하면서 인기가도를 달리게 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원하는 '착하고', '어리숙한' 코미디언은 앤디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과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라스베가스의 라운지 가수인 토니 클랩튼을 끌어들이죠.

사실 토니는 앤디가 변장을 하고 연기하는 악역 캐릭터입니다. (때때로 말이죠 -_-;)



그리고,
앤디의 업적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썰렁한 인형극 도중에 고장난 TV처럼 화면이 상하로 요동칩니다. 쇼의 일부라네요.

하지만 컨텐츠의 한계를 넘어서 프레임의 영역을 침범한 그의 아이디어를

방송사 간부들이 받아들일리 없고, 앤디는 그동안 출연하던 쇼들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 그것도 토니 클랩튼을 이용해서 시트콤 촬영장을 박살내면서 말이죠.



이제부터, 앤디의 '공공의 적 되기'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프로레슬링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온갖 비하와 욕설로 여성들을,

그리고 남부 사람들을 자극하다가 결국엔 챔피언의 파일드라이버에 의해 넉다운됩니다.

전부 짜고치는 고스톱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저건 실제가 아니라 연기야."

라며 냉정을 유지하던 관객도 연이은 '방송사고'와 앤디의 진지한 '사과'에 이어지는

또 다른 '연기'에 점점 혼란스러워하게 되는 것이죠. 쇼는 픽션이다라고 생각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쇼는 픽션이었거든요' 라는 말도 픽션이라면

도데체 무엇을 논픽션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앤디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만,

가족들조차 쉽사리 믿지 못합니다.


-

마지막으로 앤디를 웃게 만든 사건은,

필리핀에서 기적의 의술을 행하는 의사의 손 안에 쥐여있던 무언가의 내장이었습니다.

평생 남을 속이며 삼아온 그가 죽기 전에는 관객이 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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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일언반구도 없지만, 앤디 카우프만은 실존인물이었습니다.

35살에 요절했다는 공식기록은 있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곳에 등장했다고 하며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한다고 하네요.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해서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떠올렸습니다.

앤디 카우프만과 마찬가지로 양치기 소년은 그저 '속이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왜 그들은 둘다 '당신들은 속았다!' 라는 사실을 곧 털어놨을까요?

아마도 그들의 거짓말이 '발각되기 위한' 거짓말이었기 때문 아닐까요.


극중의 앤디는 이런 말을 하죠. "저는 모든 현실이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진실은 오직 이것뿐이었고, 그는 자신의 거듭된 거짓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양치기 소년의 최고의 거짓말은 '진짜 늑대의 등장'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쟁이" 라는 것이 진실이 받아들여졌을 때

거짓말로 가장한 진실이 날아오는 것이죠. (은하영웅전설의 얀 웬리 전략이네요 ^^;)

만일 양치기 소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옆 동네 양아치들과 작당한 소년이

늑대에게 물려간 척하고 (마을 사람들이 정말 방심한 틈을 타) 더 큰 스케일의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겠습니다.



TV쇼와 마찬가지로 모든 매체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어떤 프레임을 염두해둡니다.

컨텐츠가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상황은 여전히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느끼죠. (갑자기 공포영화 링이 생각나네요.)

조금 과장하자면, 영화 '맨 온더 문'은 그런 상황조차 패턴화 되었을 때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디가 현실이고 가상인지를 알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보지 않으려 애쓰는 것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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