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를 취재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합니다..

풍뤼 작성일 07.07.31 22:38:25
댓글 8조회 1,440추천 13
심형래를 취재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합니다..




다음아고라펌
* 저는 영화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매우 힘 없는 사람임을 일단 밝힙니다.

예전에 영구아트쪽에 '디워' 때문에 우연히 취재를 갈 기회가 있어서
심형래 감독을 직접 만나 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만나 본 인상이나 성격은...
생각 외로 괜찮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열정적이면서 많이 겸손하셨죠.

이쪽 계통에 계신 분은 알겠지만,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쯤은 아실 겁니다.

20 대 초반의 어린 가수가 한번 떴다고, 안하무인 콧대를 세우며,
고가의 수입 외제차에 명품으로 도배하지만 팬 관리를 위해 가식적으로
순수학 척 하는 건 그야말로 뉴스거리도 안 될테죠.

모 감독은 영화 한 편으로 뜨더니.. 서울 시내에 빌딩 올리고,
룸싸롱에서 하룻밤에 천만원을 썼다는 둥.

어떤 여자 스타는 호텔에서 막강 권력을 가진 스폰에게 잘못 보여
하루 아침에 조연급으로 전락했다는 것까지.

그런데 아이러니 한 점은 그들 중 대부분이 공인인 관계로
의도적으로 메이킹 된 거짓된 모습만 내세우는 대부분입니다.

그런 탓에... 저도 내심 차를 타고 선배와 가면서도
이 사람도 폼 무진장 잡겠네.. 기사 잘 써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하지??
등등.. 쓸데 없는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뿔사. 전혀 의외더군요.

알다시피 심형래씨 정도의 명성과 위치라면 잔뜩 거드름
피우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이쪽의 관습입니다.

이름 없는 매체의 인터뷰는 거절하기 일쑤고, 그나마 시간을 줘도
민감한 이슈에 관한 질문은 절대 사절에.. 바쁘다고 인상 쓰는 분까지.

그럼에도, 그는 비서를 시켜도 될 일을 손수 차를 가져다 주시고,
먼저 허리를 굽히며 악수를 청하던,

그 특유의 해맑은 선량한 웃음 속에 언론에서 보던 것과 달리
우리가 혹시 착각하고 있던것이 아닌 지 그 때부터 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을 서서히 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 조금 더 회상의 테이프를 뒤로 돌려보죠.

그보다 더 오래 전,

그는 초등학교 시절의 저에게 '영구와 땡칠이/펭귄시리즈'로
많은 웃음을 준 사람입니다. 까마득한 1980 년대 대한민국에서
심형래씨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었고 요즘 나오는 개그맨 모두
합해도 당시 영구의 인기에는 감히 못 따라 올 정도였으니
정말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었습니다.

지금의 20 대 초/중반 네티즌에게는 우뢰매 시리즈의 멋진 에스퍼맨
으로 기억될 것 같군요.

변신 에스퍼맨의 등장에 박수치고, 흥분하며, 응원을 했던...

자~ 그렇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망가져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바보 심형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영화라는 장르에
목숨을 걸고 뛰어 들기 시작했죠.

이건 사담이지만,

영화쪽에 오래 계셨던 선배님의 몇 가지 비화를 해주셨는 데..

용가리의 실패는 그 원인이 다양하겠으나,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작용한 점은 작품의 질보다 충무로의 고위
관계자의 눈밖에 났다는 것이 가장 컸다고 하더군요.

시체말로 찍혔다고 하죠?? 학교에서 일진짱인 아이들이
조금 모자란 아이를 왕따로 만든다는 표현처럼.

당시 충무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세계였고 그들만의 세계였으며,
감히 어중이떠중이의 접근은 금지된 신성 불가침의 철옹성이었
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TV 에서 바보 캐릭터로 칠칠치 못하는 웃음으로
어린 꼬마들의 돈이나 뜯어내는 바보 영구가 감히 영화 제작을 한다고??

그를 향한 살기 어린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신지식인 1호로 호칭되었고, 정부의 표창도 받았던 심형래씨는
정작 개봉시에 영화관을 잡지 못해, 세종 문화 회관에서 용가리를
상영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피를 토하며 울음을 터트려야 했던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겁니다.

물론, 용가리 자체가 작품성/흥행성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원인도
큰 작용은 했습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그는 쪽박 찼습니다. 망해도, 보통 크게 망한 게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사기꾼이라고 심형래를 고소했고,
온갖 돌팔매와 비난과 욕에.... 우리의 에스퍼맨은 완전히 대한민국
이라는 이 작은 땅에서 매장되어 버렸습니다. 거의 완전하게~~

여기서 잠깐!!!

충무로 영화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지금은 각종 자본들이 바뀌며 상당히 나아졌다고는 해도..

이른바, 빽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어디가서 발도 붙이기
힘든 곳이 충무로입니다.

심지어는 3 대 공중파의 메인 드라마에서 떠도 진성귀족이
아니라고 그 배우의 가치를 디스카운트 하는 곳이 영화계입니다.

- 바보짓이나 하고.. 천박한 영구 따위가 어디서 감히!! 고귀한 영화판을
어지럽혀? -

그 후 저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제작 진행 중인 미래가
불확실한 디워(??) 라는 영화 말고는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어
초창기 영구아트 멤버가 많이 빠져 나갔으며, 80년 - 90년대
피땀 흘려 벌어들인 태산과 같던 그 많던 황금은 ( 일반 연예인이
말하는 수십억 정도가 아닙니다..) 모두 영화에 집어넣었고,
그의 영화는 제작할 때마다 흥행에서 대부분 실패하는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두의 조롱거리가 된 시점이 그 때 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영구아트에서 월급이 몇 개월씩 밀리고,
야간 근무는 물론이고, 휴일조차 없이 일을 해도 상당수 직원들이
심감독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일단 사업주와 월급쟁이는 개와 고양이
처럼 맨날 으르렁거리는 관계니까요.

디워가 6 년 걸렸다고 합니다. 저도 최근에 아는 동료에게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고..' 물어보니.. 말이 걸작인 게..

현재 스코어~

헐리우드 2,000 개 스크린, 일본 500 개 스크린
한국 쇼박스 500 개 스크린 개봉이라는 디워는..

생각처럼 탄탄대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돈 조금 투자 받아 조선씬 찍다가 바닥나서
다시 창투사니 이런 데 자존심 굽히고 방문해도
일단 유명인이라 만나는 주는 데 모두 다 문전박대 당하고,
정부 영화 관련 자금도 작품성 없는 영화라 퇴짜 맞고,

더 이상 진행이 안 되서... 친구나 금융기관쪽에
굽신거리며 빌리고, 다시 중반씬 찍고.. 쉬고...

뭐... 이런 식의 흐름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쇼박스가 들어온 것이구요.

라면에 초코파이.. 소주에 사무실 며칠 밤샘은 기본이고
직원 월급 위해 전국 밤무대 야간업소 순방에..(이건 인터넷으로..들었음)

그런 그토록 오랫동안 노력이 섞인 디워라는 결과물은... 정작
그 사람에게 비판적으로 무언가 하나라도 흠 잡을 게 없나, 깍
아내릴 것 없나 눈에 독사처럼 불을 켜고 덤벼드는.. 적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무슨 대선주자 청문회도 아니고.. 심형래씨가 정치인인가요?

일개 바보 개그맨 뒷조사까지 샅샅이 하는 수많은 언론사나
많은 영화 제작사에서 정작 디워에 투자된 돈은 단 한 푼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예전 조폭 마누라가 크게 뜨자, 모 투자배급사에서는 무조건
시나리오 심사를 조폭이나, 코미디물 시나리오를 밀어 넣은 감독만
만나주었고.. 그 때문에 모든 감독들이 그것을 따라했던 웃지 못할
시절도 존재했습니다.

디워의 투자자금은 심형래 지인, 코스닥 몇 개 회사, 기타 등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쇼박스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디워가 흥행하는 것을
상당수가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냉정하
지만... 적나라한 생존경쟁으로 싸워야 하는 영화계의 현실입니다.

* 쇼박스가 투자배급사가 아니었다면.. 감히 말하건데..
디워가 아무리 미국에서 쇼를 해도... 절대 한국에서는
디워 스크린 확보 절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배급력의
파워는 가히 절대적입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관계로 속시원히 인터넷에 글도 올리지만,

아무튼.. SFX 영화를 위해 그 순수한 열정을 스스로 불사르며
거북이처럼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그 불굴의 의지력에 저는...
순수한 찬사를 보냅니다.

그 누구도 디워가 개봉하리라고는,
개봉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반향을 얻으리라고는,
CG 그래픽이 A 급 헐리우드 영화에 도달했다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기대조차 하지 않았죠.

기자 시사회에 참여한 동료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디워? 흠... 기대 이상이던데? 물론.. 연출력이 아쉽지만..'
"놀라운 성과야. 어느정도 심형래 인정받겠는 걸?"

이렇게 말하더군요. 솔직히 그 친구 직업이 직업인지라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성격인데 가감없이 디워.. 미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심형래씨의 학벌 사건으로 기자를 탓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기자는 아닙니다.. 그 비스무레한 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분들이 알지 못하는 압력이나,
뭐.. 그런 게 어느 정도는 작용을 합니다.
흔히 말해... 파벌 싸움이나, 정치계, 혹은... 뒷돈과 같은...
( 더 이상은 쉬잇~!!)

제가 봐도 최근 뉴스는좀 심한 게 사실이더군요. 누가 봐도 이건 심형래
죽이기나, 디워 죽이기로 밖에 안 보이니까요.
개봉이 바로 코 앞에서.... 이미 용가리 때 '나는 고대 출신 아니다'라고
인터뷰까지 했던 사건을 다시 우려 먹는 수준에 불과한 데..

왜 그렇게 해야만 할까요? (최근에는 인터넷 때문에 디워팬이 되었음)

그 이유 및 결론에는 수 많은 정답이 존재하겠으나,

딱 한 마디만 하자면..

< 심형래 감독이 이미지 메이킹을 모른다. >

혹은,

< 너무 순진한 것 같다 >

이게 아닐까요??
만약 정말로 영리하고, 약아 빠졌다면..

스스로...

"반지의 제왕이나, 스필버그는 내 상대가 안 된다"
"디워로 10 조를 벌어들일 것이다."

절대, 절대로 이렇게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후 날아올 무서운 돌팔매는 어떻게 하라고!!!

오히려 그 반대로...

아주 겸손하게, 아주 예의바르게 행동하여 여론에 호의적인 반응을
조성해야 하는 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의 원칙입니다.

심감독 학벌은... 네이버에서만 '고려대 졸업' 이라고 프로파일이
표시되어 있을 뿐...

그 외에 다음/네이트/야후 등 나머지 포탈 사이트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여의도 고등학교 졸업' 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학벌을 위조하려면 왜? 다른 사이트에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어느 네티즌이든 검색 한 번이면.. 다 드러나는
진실인데?

거기다.. 누구말처럼 학벌로 등쳐먹지도, 학벌로 영화 찍은 게
아닌 데 왜 이렇게 이슈화 된 것일까요?

더구나.. 그의 말을 빌리자면...
고대 식품과 1년 수료에, 고려대 대학원 졸업은 맞다던데요?

오히려 고대에서 먼저 요청해와... 그냥 밝히기 뭐해서 가만히 있었던 것인데?
고대에서도 동문이라고 인정을 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요.

뉴스...는 모두 일괄적인 방향으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아니면..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있는 존재로 낙인 찍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생리입니다. 구독률,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 자극적이고, 흥미거리를 탐닉하는 시스템
으로 인한 것이죠.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왜 그런 것일까요?

그것은 그가 이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몰랐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치 눈에난 가시처럼.. 너무 튀는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실에 대한 결론은 물음표로 해두죠.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태리와 스페인을 차례로 꺽고 4 강에
처음 진출했을 때... 남녀노소, 어린이를 비롯해 그 순간만큼은
미치도록 격정적으로.. 열광하며...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목이 터져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모두들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심형래의 작은 도전을 결코 흥미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서 디워 흥행은 성공이든, 실패든 큰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50억 전 세계의 영화 마켓입니다.

문화 산업의 막강함이란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 몇 백만대 수출의 가치만큼 있다는 게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한번 생각해보세요.

무심결에 먹는 것은 맥도날드나, 버거킹이고.
목이 마를 때는 코카콜라를 마시고
인터넷 서핑할 때는 가장 먼저 보이는 게 MS 입니다.

일본 브랜드인 세븐 일레븐은 어디나 있고
포켓 몬스터나 은하철도 999 모르는 사람 없고
드래곤 볼 흉내 안 내본 게 이상한 겁니다.

디워의 엔딩곡 아리랑을 한번 다운로드해서 들어보세요.
편곡한 아리랑의 음성과 함께... 가장 먼저 심형래의 제작 로고가
지나가고 그 뒤로 모두 외국인 이름이 흐릅니다.

불과 40년 전... 우리 선대의 부모님들은 먹을 게 없어
보리밥에 쇠고기국이 세상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다 넣고 한 평생을 장인처럼
걸어온 초라한 영화감독의 길은 험한 가시밭의 연속이었습니다.

온갖 모멸과 적나라한 비판 속에 마른 나무의 가시처럼
재가 되어 없어져버린 바보 인생이었습니다.

오직 하나... 영화라는 인생에 목숨 바친 그 사람의
6 년간 기록이 담겨진 그것에 우리는 왜 이렇게 냉정한 것일까요?
선과 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작고 여린 눈물조차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Remember that life is precious
and you need to live in the present..
as well as hold on to your dreams for the future

" 인생은 귀중하며 미래의 꿈을 간직하는 것만큼
현실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는 점을 명심하라."

++ 어쩌면.. 이것이 그에게는 부족한 게 아닐 지.
영리하지 못해서.. 너무 순진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사회를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닌지 문득 생각합니다...
풍뤼의 최근 게시물

영화리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