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언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팬인 제게 있어서 프로메테우스의 개봉 소식은 디아블로 3 출시와 더불어 올해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여친과 함께 대학로 cgv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영화를 보았습니다. 기대감 만빵인채로 말이죠.
결과는...
긴 여운이 남는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담백한 연기, 그리고 대사들까지 화려한 CG로 포장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 길에 여운을 잊지 못해 리뷰들을 살펴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실망했다는 글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대부분 스토리라인과 연기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뭐 재미없다는데 제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명작들이 발표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글 솜씨는 없지만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왜 프로메테우스가 제 생각에 걸작인지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1. 연기 - 많은 분들이 데이빗 역을 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를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마찮가지로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로봇의 마음(마음이 없지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를 혹평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심장 떨리는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꼭 연기라는 것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기자들의 담담한 연기가 영화의 스토리에 더 몰입하게 하고 리얼리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패스벤더 외의 다른 배우들도 비록 눈부신 명연기를 펼친 것은 아니지만 맡은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때는 광이 나는 것보다 담백한 것이 더 우아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2. 스토리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카톨릭 신자로써 거슬리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그냥 웃어넘기고요. 프로메테우스가 의문점만 가득 남긴체 의미 없이 스토리를 끝맺는 것을 맘에 안들어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이라고 명확히 정해준다고 더 좋은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상당히 굵직굵직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무려 리들리 스콧이라 한들 알 것 같습니까? 그저 관객들로 하여금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영화의 목적을 수행했다라고 생각합니다. 광활한 우주를 항해한 채 모든 해답이 있는 별에 도착한 설레이는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너무 만족했습니다.
3. CG - 긴 말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디테일 할 뿐 만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4. 분위기 - 조금 더 어두웠으면, 조금 더 액션이 많았으면 하는 평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에메랄드보고 조금 더 루비스러웠으면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만약 대중들의 취향을 더 고려했다면 에어리언2처럼 클라이맥스를 겹겹이 쌓은 액션을 보여줬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훌륭한 영화에 그런 무리를 했다면 오히려 억지스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실망 안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너무나도 멋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두고두고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