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이의 집 시즌 3의 1화까지 본 직후입니다. 간단한 감상평 및 스포.
꽤 오래전에 여기저기 소문도 듣고 광고도 봤는데 이제서야 종이의 집을 보게 됐네요.
스페인 드라마라니.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스페인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머릿속에 “바모스!!!”가 잔뜩 맴도네요. ㅋㅋㅋㅋㅋㅋ
스포를 포함한 감상 총평부터 말씀드리자면 시즌 2에서 끝냈으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아래부터 스포 있음.
시즌 3의 1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억지로 사건을 쥐어짜낸 느낌이 너무 들더군요. 리우를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로 팀원들이 다시 으쌰으쌰 하게 되는데 설득력이 영….
하지만 시즌 2, 은행털이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은 괜찮았습니다. 단! 옥의 티가 되는 두 가지 씬을 빼면…. 사실 그것 때문에 김이 확 빠져서 실망이 너무 컸지만 그래도 은행털이의 끝을 보고 싶어서 시즌 2는 다 봤더랬네요.
시즌 2에서 가장 거슬리고 몰입을 방해했던 요소는 바로 라켈 경감이 교수에게 홀라당 설득되어 버린 장면입니다. 사랑에 빠져서 그랬다 해도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가 조폐국이 돈 찍이서 은행에 풀어버린 건 강도가 아닌데 왜 우린 강도냐는 식으로 말했더니 그냥 선악의 경계선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교수편으로 기울기 시작해버리는 장면….
허탈하기 이를 데 없고, 캐릭터의 내면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고 설득력이 딸려 잘 가던 드라마에 똥물이 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라켈 경감이 깨어난 부경감을 찾아가서 눈물 찔끔하다가 경찰이 들이닥쳐 라켈을 잡아가는 걸 본 부경감이 한 순간에 경찰에게 등을 돌려버리는 장면까지….
진짜 그 두 장면만 어떻게 잘 처리했더라면 시즌2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너무 아쉽더군요. 물론 라켈의 가치관 변화, 감정변화를 그려내려면 최소 몇 화 정도는 더 필요해 보이긴 했는데, 충분히 그럴 가치는 있었을 거라 봅니다.
뭔가 작가가 갑자기 바뀌었는지 투자처의 압박이 있었는지 알순 없지만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엉성한 그 부분 때문에 시즌2까지 쌓아올린 인물들의 내적 갈등의 긴장감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버렸습니다.
라켈경감이 교수에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더러운 경찰의 속내가 드러나거나 하다못해 라켈의 어머니라도 경찰이 어떻게 해버리는 식의 극단적인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사랑이라는 양념 좀 뿌렸다고 말 한 마디로 경찰로서 지켜온 일생의 가치관을 날려버린다는 게 참…. 너무 어이가 없더군요. 그 어이없음의 연장선에 라켈을 사랑한 부경감이 있었구요. 그냥 사랑이면 다 넘어가버린다는 느낌? ㅋㅋㅋㅋㅋ
참 재밌었는데 그 부분이 정말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야기의 매우 첨예한 갈등요소인만큼 잘 풀어야 하는데 그걸 망쳐 놓으니 작품 전체의 퀄리티가 후져 보이게 되더군요.
그렇게 막판에 똥을 싸고 시즌 3으로 넘어가더니 시즌3의 1화도 똥으로 시작하는 느낌.
작가가 바뀐 느낌. 아니면 뭔가 고갈되어버린 느낌?
시즌5까지 나와있는데, 더 이상 진도를 빼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더군요.
참… 재밌었지만 그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