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뷰란이 따로 없어서 어디에 올릴까 고민하다가 그냥 여기에 올린다.
이제 봄도 오고 다시 장범준이 돈 벌 때가 되었다.
그래서 뒷산 약수터를 오르면서 버스커버스커 1집을 다시 들어보았다.
장범준의 중저음의 목소리는 여전히 편안하다.
들으면서 떠올린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겠다.
먼저 [첫사랑]의 가사는 표현력이 기가 막히다.
“아직 서툰데 내 마음이 새어나가”
그렇다. 첫사랑은 서툴다. 그래서 밀당도 못하고 마음 관리가 안 된다.
있는 마음 그대로 내놓기 일쑤다.
이제 [향수]를 보자. 비유가 기가 막히다.
“사랑이라는 한 소녀가 향수를 바르고 또 한 소년이 에프터쉐이브를 바르고 만나서 서로의 향기를 맡는 거예요”
먼저 등장인물은 소년, 소녀이다. 아직 어리다. 그런데 어른 흉내를 낸다.
사랑하기에 아직 이른 나이지만 어른처럼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냄새를 맡는 것 뿐이다.
역시 첫사랑에 어울리는 가사이다.
1집의 수록곡들은 모두 첫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난 1집의 제목이 당연히 첫사랑인 줄 알았다.
아무 제목도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첫사랑의 어설픔은 다른 가사에도 드러난다.
너도 나를 좋아하는지 너의 마음을 알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고 말 붙일 핑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꽃송이가 피어서, 여수 바다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고 핑계를 대는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건 꽃송이가 피었다는 것이 아닌
여수 바다에 얽힌 이야기가 아닌
사랑한다는 말이고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요즘 같으면 썸을 탈텐데 어리고 순진해서 그게 첫사랑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손잡고 벚꽃을 함께 맞는 그대가 ‘사귀고 있는 그대'가 아니라 '몰랐던 그대'이다.
그리고 정의되지 않은, 확인되지 않은‘알 수 없는 떨림’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버스커버스커 1집을 들을 때마다 감탄을 한다.
첫사랑에 대한 표현이 너무 기가 막혀서.
봄도 오고 버스커버스커 1집을 들으며 잊어버린 첫사랑을 한 번 추억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는 첫사랑이 와이프라서 와이프 생각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