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가다에 관한 제 경험입니다.

sagajk 작성일 06.04.03 1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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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순전히 제 경험임을 미리 밝힙니다.

저는 군에 가기 전, 그리고 전역 후 막노동을 좀 했었습니다.

지역은 경남 바닷가쪽이라고 알려드립니다.

지역에 따라 일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막노동한 곳의 경우는 건축뿐 아니라 주변 양식장 일도 간혹 나가곤 했습니다.

일반 막노동은 대부분 아시는 것처럼 벽돌이나 철근 등이겠죠.

크게 건축 막노동에서 제가 경험한 것으로는 몇가지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벽돌입니다. 가장 돈이 되는 편이고, 가장 힘들기도 합니다.

간혹 이 일 때문에 사기 당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벽돌 나르는 일은 보통 웃돈을 받고 하셔야합니다.

7만원 받아 인력사무소에 만원을 떼어준다고 가정할 때,

벽돌 나르는 일은 9만원 받아 만원 떼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나 도르레를 이용한 벽돌 운반이라면 이렇게 주지 않습니다.

5층 건물을 계단으로, 1.5톤 트럭에 가득 실린 벽돌을 2-3명이 끝낸다고 볼 때입니다.

"돈내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벽돌만 나르면 퇴근입니다.

똑같은 일당으로 이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잘 알아보셔야 합니다.

둘째, 미장 데모도입니다. 미장 시다바리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시멘트입니다.

미장 데모도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제 경우 시멘트 날라주기, 모래 나르기(등짐 아시죠?), 타설작업(시멘트+모래 섞기),

벽 쌓을 때 사용하는 블럭(보루꼬라고도 합니다.)을 옮기는 등의 일이었습니다.

대부분 이런 일들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하게 되는데,

저의 경우는 섬에 들어가서 사당을 고치거나, 벽을 쌓을 때 주로 이 일을 했었습니다.

다른 벽은? 그건 좀 있다 설명해 드리죠.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섬이라서 더 힘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들어가는 시간, 나오는 시간 다 따지다보면 오히려 쉴 시간이 많습니다. -_-

다만 사당이나 문중 제실의 경우 약간 언덕에 있는데

언덕 아래에서 벽돌을 등짐으로 날라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힘들죠.

그 외엔 특별한 건 없습니다. 대신 타설은 좀 배워야 할 겁니다.

타설 잘 못하면 미장이 아저씨한테 핀잔 듣기도 합니다.(욕은 그래도 안하더군요-_-;)

세번째로는 철근입니다. 일반적으로 철근은 크레인으로 달아 올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2-3층 정도의 규모에서 이렇게 일했었는데

가장 난감한 일들은 자신의 키보다 약간 길게 자른 철근을

계단을 통해 들고 올라가라고 할 때입니다.

한창 건설중인 건물의 경우 계단 곳곳에 아시바가 버티고 있어서

통과하기도 쉽지 않지만, 벽돌에 비해선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번째로는 목수 데모도입니다. 아까 앞에서 언급했던 벽을 쌓을 때도 여기 속합니다.

목수는 집 지을 때 가장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폼(Form)을 연결해서 벽체를 잡고, 철근을 넣고

목수 혼자서 다 맡아서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거의 목수 한 명에 데모도들만 있으면 집 한채 그냥 짓는거 같더군요 -_-;

목재를 옮기고, 폼을 옮기고, '바라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바라시'라는 말을 잘 못알아 들었었는데 대충 쓰이는 때는 몇번 있습니다.

거푸집을 떼어내고 나서 삐죽삐죽 나와있는 핀을 망치로 부러뜨리거나(가면 알게됨)

시멘트 덩어리가 튀어 나온 부분을 망치로 슬쩍 깨 준다거나 하는 일입니다.

다섯번째는 좀 특이한 경우인데 양식장 일입니다.

저는 굴 양식장으로 갔는데, 이 일이 가장 좋았습니다.(물론 극히 드문경우 -_-)

아침에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 굴 양식장으로 가서

기계로 끌어올리는 굴이 달린 줄을 군데 군데 끊어주거나

혹은 미역 같은 것들을 손으로 정리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선 컨테이너(그냥 좀 큰 플라스틱 박스입니다.)에 굴을 옮겨 담고

배가 공장까지 갔다 오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굴수확에 따로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때 여하튼

일한 시간을 다 따져보면 4시간 정도. 생굴 실컷 먹고, 푹 자고 왔습니다. -_-

일당은 좀 적긴 하더군요. 5만원 -_-;; 물론 떼어주고 나면 4만원입니다.

아... 또 있네요. 여섯번째는 시, 혹은 관청에서 하는 재개발 철거작업입니다.

용역에서 폭력적으로 하는 일들을 떠올리면 곤란합니다. -_-;;;

그냥 폐가 가서 집 부수고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보통은 포크레인으로 부수겠지만, 달동네나 산 아래쪽, 혹은 좁은 길 등등은

인력으로 직접 부수어야합니다.

슬레트 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지붕위에 올라가면 간혹 위험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국가예산으로 하는 일들은 시기에는 큰 상관이 없으므로

2일 걸릴 일들을 3일에 걸쳐 합니다.(뭐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우리는 책임자가-_-;;)

돈도 그냥 짭짤하게 주는 편이고, 부수는 집이 보수가 막 끝난 경우에는

지붕 자재 등을 팔기도 합니다.(주변에서 관심을 보이면 바로 팔아야함-_-;)

물론 판 돈은 일꾼들끼리 나눠가집니다.

이상 제가 경험한 막노동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그냥 막노동하면 몸 버리고, 고생한다고 생각하시는데

평생 그렇게 고생하시면서도 자식을 열심히 키우고 살아가는 분들 많습니다.

막노동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니까 부모님들 고생한 걸 알겠더군요.

군대 가기 전이라면 1개월이라도 꼭 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나름대로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한달 중에 쉰 날을 다 합치면... 글쎄요.

한...4-5일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번 돈은 복학하고 나서 자취방 얻는데 쓰고, 후배들 술도 사주고,

전역 기다려준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거 사주고 그랬습니다.

좋은 경험일테니까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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