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입대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알바

플라토닉 작성일 09.01.25 13:13:38
댓글 4조회 6,742추천 3

군대가기 전엔 놀아야죠~

 

근데 돈이 없죠...damn~

 

그래서 소개합니다~ 초단기간 초고수익 알바. 하지만 그만큼 고통도 약간(?) 따른다는거..

 

 

제가 이 알바를 한건 군대가기 전이었던 2004년 가을입니다.

 

알바문, 아르바이트지옥  이런 사이트에 돌아다니면서 '단기간'에 '고수익'알바가 없나 이런거만 찾아보고 다녔는데요..

(곧 군대가니까요..)

 

그런거는 '웨이터', '골프장 캐디' 이런거 밖에 없더라구요.

 

다시말해서 제가 할 수 없는 것들!

 

 

그러다가 일당 5만원짜리 알바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대한교과서 - 교과서 포장, 일당5만원, 식사제공, 퇴근불가'

 

 

....다 좋았는데...'퇴근불가'라니...??

 

뭔소린가 하면서도 일당 5만원이는 말에 혹해서 전화해봤더니 단순한 교과서 포장이라면서 오리엔테이션 하니깐 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구비서류 갖추어서 먼길을 돌아돌아 성남에 있는 대한교과서 공장까지 갔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시작하는데...이건 교과서 포장이 아니라....'수능시험지 포장'이었더군요...

 

밖으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보안서약서 쓰고...통장사본 제출하고... 집으로 짐싸러 갔습니다.

 

근무기간은 수능시험날까지인 18일동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8일동안 갖혀있을 생각에 하지말까...생각했지만...

 

이 돈이란게....18일 x 5만원=90만원....호오...  사람을 용기있게 만들더라구요...

 

 

어쨌든 츄리닝, 작업복 이런거 싸들고 '왜란종결자' 6권 들고 갔습니다.

 

 

경호업체에서 나와서 공장을 삼엄하게 지키더군요...하긴 80만 수험생들의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지이니깐....

 

휴대폰 압수당하고, 경호원들에게 검사받고...공장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일하러 오신분 100여명 정도 계셨구요...

 

일은 3교대로 돌아갔습니다. 오전 오후 야간인데요. 각 일하는 시간은 6시간 정도이고 정말 단순작업만 했습니다.

 

처음에 시험지가 나오면 공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 정해진 부수를 세어서 옆으로 넘깁니다.

 

그러면 저는 제 앞에 있는 봉투를 엽니다, 그러면 제 옆에 있는 분이 그 시험지를 받아서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러면 봉투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제 왼쪽으로 흘러가고....제 왼쪽에 계신분은 테이프로 입구를 봉하고,

 

그 옆에 계신분은 보안도장 꽝광꽝, 그 옆에 계신분은 10개 모으고 그 옆에 계신분은 10개 모은거 저울 위에.. 그 옆에 계신분은 무게 보고 정해진 부수와 맞는지 확인...그 옆에분은...이런식으로 완전 세밀 분업으로 이루어집니다.

 

결국 제가 한일은 봉투만 계속 벌린거지요...ㅎ 어떤봉투이신지는 아실거에요...수능당일날 감독관이 들고오는 시험봉투!

 

중간에 교육부 차관님이 한 번 오셨지요. 그냥 어떤분은 악수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6시간 일끝나면 공장안에 있는 숙소와 휴게실로 가는데요...나머지 시간은 완전 자율시간입니다. 공부하는 분도 있고, 자는 분도 있고, 장기두는 사람...tv보는사람 천차만별입니다.

 

아침마다 언론사별 신문 다 갖다주구요, 비디오도 빌려달라는거 빌려줍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그때부턴 시간도 잘가고 재미있습니다. 잠깐 일하면 하루 일 끝나고 그때부턴 무한 노가리...

 

 

가장 좋은건 음식이었는데요...이건 정말 좋았습니다. 기본 1식 7찬이었습니다.

 

그런데 반찬이 그냥 급식이나 군대에서 먹는 그런게 아니구요...정말 제대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10시에 한번 3시에 한번 간식이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간식이...뭐 초밥, 회덮밥, 샌드위치, 김밥, 케잌 이런 종류였습니다....역시 나랏돈 받고 일하는게 최고더군요...

 

살만 디륵디륵 쪘다는....

 

 

그렇게 10일정도 지나니깐 50만원 벌었구나란 생각에 뿌듯하더군요,...불어난 뱃살과 함께 ㅋㅋ

 

16일째부터는 포장은 끝나고 발송준비를 합니다. 전국 각지로 보내는건데요. 이게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계속 노가리까면서 그냥 노는거죠. 무슨 지역~ 부르면 맞춰서 언어역영 몇박스 이런식으로 실에 실어주구요.

 

 

딱 문 여니깐 각종 언론사에서 카메라 들고 와있더라구요. 암튼 그렇게 다 발송하고 그 날 저녁엔 회식을 합니다.

 

뭐 고량주, 맥주, 탕수육, 자장면 등등등 먹고 죽죠. 그동안 쌓였던 감정 폭발해서 싸움도 나구요 ㅋ

 

그 다음날인 수능 당일은 그냥 쉽니다. 수능 끝날떄까지만 대기하면 되는거죠.

 

 

오후 6시쯤되어서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 있으니 수능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3들이 보이더군요.

 

'훗 쟤네들이 본 수능시험지 중 3분의 1일 내 손을 거쳐갔다는 걸 알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친구들 만나서 회포를 풀고 통장 확인해보니 100만원이 들어왔더군요. 10만원은 보너스 인듯..

 

 

암튼 18일동안 갇혀 있었지만 참 재미있었고 갔다오니 고스란히 통장에 들어있는 100만원 보고 뿌듯했습니다.

 

그 돈으로 겨울에 스키장도 가고 이것저것하면서 재미있게 놀다가 입대했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설명이 장황한데...

그냥 제가 하고싶은 말은, 군대가기 전에 잠깐이지만 군대 비스무리한 생활도 해보면서^^ 돈도 야무지게 벌수 있는 알바도 있으니 한번 알아 보시라는 것 입니다~

 

 

인생상담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