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잠깐 모델 알바를 한적이 있거든요..
저야 뭐 간단하게 알바로 한거지만 그때 알게된 동생을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쫌 떨었죠;;
그떄를 생각하면 기분이 므흣해져 그냥 글 한번 올려봅니다.
저는 사실 흔히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에게 가지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깍쟁이일 것 같다든지 성격은 드럽고 고집은 셀 것 같다든지 하는…
하지만 이 날 오후, 커피스미스에서 만난 제이트는 여러모로 저의 이런 선입견을 깨지게 해준 동생입니다.
누가 봐도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너무 좋아 버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모델 생활을 했음에도 정작 옷에는 별 관심이 없다든지,
여자가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여자를 잘 모르는 쑥맥 같은 느낌이 그렇습니다.
아직 순수한 느낌이 난달까요?
여튼 1년 전쯤 일을 하다 우연히 만난 제이트는 한 눈에 딱 봐도 ‘모델’임을 알 수 있었던 훈남 동생입니다.
한국말은 좀 서툴지만 자기 생각은 분명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게다가 예상치 못한 답변들을 하는 게 특기인지라 간혹 사람을 깜짝깜짝 놀래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인간다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편한 동생인데요,
이 날도 잠깐 얼굴이나 볼 요량으로 커피스미스로 불러냈습니다.
제이트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사실은 그가 참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제이트는 11년간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 2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모델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밖에도 포토그래퍼 일을 거쳐 현재는 파티 플래너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담배를 즐겨 피운다는 점부터 여행 떠나는 거 좋아하고,
한 곳에 정착하는 걸 싫어하는 점 등이 저랑 비슷한 구석이 많은 동생입니다.
일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불현듯 제이트가 어떤 계기로
한국에 오자마자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전부터 ‘아는 선생님’을 통해 패션쇼 무대를 서게 됐다고만 들었지,
정작 그 ‘아는 선생님’의 정체는 몰랐던 것이죠.
놀랍게도 제이트의 아는 선생님은 지난 8월 타계하신 故 앙드레 김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외가 친척 관계로 이미 어릴 적부터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고 하더군요.
한국으로 돌아와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운 좋게도
제이트를 좋게 보신 앙드레 김 선생님의 권유로 곧장 무대에 서게 된 것이지요.
모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 무대에 제이트는 너무도 쉽게 설 수 있었던 겁니다.
이점은 쫌 부럽더군요..ㅎㅎ
하지만 그만큼 뼈아픈 값을 치러야 했다고 하는데요,
워킹 조차 배우지 못한 상태로 참여한 쇼에서 그만 짜여진 콘티를 잊어버린 것이지요.
자신이 돌아가야 할 자리를 잘못 찾아 허둥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정말 말만 들어도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저도 리허설때 이랬다가 디지게 혼난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죠~
예상대로 쇼가 끝나고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선생님이 무대 위에서는 평소의 온화함과는 달리 매우 엄격하셨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뒤에서는 누구보다 많은 격려도 잊지 않으셨다고 회상하더군요.
(뭐..저는 앙드레선생님과 같이 일해본적이 없어서;;ㅠ)
데뷔 무대 이후 1년간 앙드레 김 쇼를 비롯해 주노, 오란-씨, LG CYON, 주크앤씨씨 등
각종 광고 분야에도 모델로 활약한 제이트는 얼마 뒤 모델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원래 잠이 많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리허설이 길어지면 2시간도 못 자고 무대에 서야 하기도 하는 생활이 힘들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가야 할 때면 너무 싫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요.”
아..진짜 이해 천만번 하죠..ㅠ
“모델 일은 결국 혼자와의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한정돼 있다 보니 외로움이 클 수밖에 없는 직업이죠.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면
밀려오는 공허함과 쓸쓸함에 허탈하기도 했어요.”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 주제를 바꿔 학교 얘기를 꺼내봤습니다.
제이트는 아직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지 않은 상태거든요.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제이트의 대학 전공은 의외로 ‘경제학’입니다.
“대학을 가야 하는데 막상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친구들이 가는 과를 따라갔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까?
제이트는 친구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학도 몸에 맞지 않아서 과를 바꿀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어떤 과로 고민 중인지 물어보자,
대학에 가서 카운셀러의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답변을 하더군요.
한국과 달리 외국에는 진로 상담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카운셀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진로고민이나 생활이 힘들 때면 쉽게 찾아 도움을 받곤 하죠.
저 역시 영국 유학 시절 그런 도움을 받은 경험이 떠올랐는데요,
반면에 한국의 문화는 고민이 있어도 이를 누군가에게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문화가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어 유감스럽습니다.
여하튼 자기를 찾아가려 노력하는 동생을 보니 현재의 저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사랑과 일에 관해 꽤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는 제이트가 꽤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못 본 사이 부쩍 큰 제이트와 다음에는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