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도 고교시절 남들 다가는 학원에 간적이 없었고, 대신 주말에 가족이 하는 중국집 배달을 했었습니다. 오토바이도 못타서 발로 뛰고, 나중에는 오토바이 한손으로 몰며 배달하고... 참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기 짝이없네요. 고2, 고3인데도 가족중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고 오히려 사람없는데 배달 안갔다고 구박하거나, 축구하다 다친 다리를 보고서도 배달 걱정만하는 집구석에서 살았었죠.
그런데 참 희안한게 배달하면서 어쩌면 사회를 먼저 경험했는지 모릅니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어떤 집에 배달을 가면 "수고했다", "비오는데 조심해라", "학생이 인상 좋다" 등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하는데, 시장판이나 허름한 곳에 배달가면 "야! 왜이렇게 늦어"등 일단 반말로 시작해서 욕이나 험한소리로 끝을 맺고는 했습니다. 재산의 많고 적음, 학식의 높고 낮음을 떠나 사회에는 계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스스로 만드는 인격, 인성, 성격 무슨 단어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공부를 열심히해서 저렇게는 되지말자. 보잘 것 없는 배달원한테도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이 되자고 몇번이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운이 좋아 진학도 잘되고, 남들 다아는 직장에도 취업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잡는데 성공한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회자되던 '갑질'이란 단어를 볼 때마다 문득 배달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형제이자 귀한 자식인 사람에게 막대할 만큼 나는 대단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