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4살 무스펙 대졸자 남자사람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현재 느끼고 있는 이 현타는 과거사를 좀 들춰야 이해가 잘 되실거라 생각해서 간략히 좀 풀어보겠습니다.
어려서 가정형편이 안좋아 누나가 공부를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내아들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모든 걸 뺏겨버린 9살 차이의 누나가 있습니다. 약학을 전공하고 싶어했으나 고등학교 성적이 좋았음에도 대학등록금을 원조할 형편이 안되서 포기했죠.
그런 누나 밑에서 기대(라 쓰고 현재 가스라이팅의 일종이라 읽음)를 받아 언제나 조종받듯 살아왔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수동적인 사람이 되었고, 10대와 20대때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대로만 하면 나오는 결과에 만족하며 살아왔습니다. 고3 진로상담때도 고3담임선생님이
"너는 과학성적이 우수하니 공대에 가면 되겠구나" 라는 말에 고민도 없이 "네" 하는 수준이었어요..
대학에 올라가서도 그랬지만, 군대 다녀오고부터 남들과 제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지금 제가 하는 고민이 친구들이 10대때 하던 고민수준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 라는 걸 느꼇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게 두려울만큼 겁쟁이였어요. 현재도 그렇구요. 아직 간절함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희 집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다단계로 크게 실패하시고 도망다니는 신세였고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근로자였습니다. 저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 1년휴학하고 돈을 모으고(-1년다닐 등록금+연세자취방 금액) 다시 다음 년도에 학교를 다니고해서 15년도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졸업한 해에 어머니가 유방암 전이로 돌아가셨어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었죠..
대학졸업 후 은행에서 청원경찰로 3년 근무하고 퇴사하고 적성 찾아보겠다고 발광하다가 2년을 허비했네요. 일하면서 찾았어도 되는데 그저 끈기가 부족한 놈인 것 같습니다. 그 2년동안 직업상담소에서 근무하던 상담사님이 해주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은사님으로 모시고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해 “직업상담사 2급”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공부를 더럽게 미루고 게을러서 필기합격 후 현재 실기시험만 남겨놨는데 생업을 미루고 공부만 할 수 없어서 퇴근 후 공부할 시간을 핑계로 또 은행에 들어와서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네요.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제게는 정말 예쁜 7년지기 여사친이 있었는데 보름 전 고백을 받아 잘 사귀고 있습니다. 둘 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을 생각하면서 연애를 하고 있는데 제가 현실적으로 이뤄놓은 게 없어서 크게 고민입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현실적인 조건도 당연히 필요할텐데 지금 월급도 200만원정도 받는데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습니다. 매달 50만원씩 저금하고 있지만 특별히 하는 재태크도 없을 뿐더러 남겨놓은 실기험에 합격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겠지만 사실 실기시험 참 자신없어요.. 실기시험 2번 봤고 60점만 넘기면 되는 시험에서 두번 다 56점으로 불합격했습니다..
더 나은 미래(여자친구와의 결혼)를 위해 꿈과 같은 직업상담사의 길을 포기하고 한시라도 빠르게 꾸준히 쭉 다닐 수 있는 기업에 들어가느냐, 합/불이 불확실해도 꿈을 이루고 천천히 경력을 쌓느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됩니다.
물론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가려해도 무스펙+34살의 나이는 적은 것이 아니라 쉽지 않을겁니다..
비교는 나쁜 것이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고, 승진하는 모습 보면서 자격지심도 생기고 친구들과 비교하고 자존감을 깎아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참 기분이 가라앉는 밤이네요. 이런 고민에도 연락처에 맘 터놓고 고민상담할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슬픈 밤입니다…
두서없이 하고싶은 말을 적긴 했는데.. 부디 개떡같이 말했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셔서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지나가시면서 제 글을 눌러본 모든 분들에게 큰 행운이 따르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