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친구와 절교 했습니다.

사과맛요플레 작성일 22.04.26 18: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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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면 이런 표정일듯

 

한 13년 전 이었을까요,

 

제가 아직 20대였을때죠..

 

해외에 워홀로 온 그 친구랑은 같이 여행도 하고 알바도 같이하면서 우정을 쌓았고

기본적인 가치관 같은 것은 같아도 자라온 환경이나 생활 방식 같은건 좀 달라서 싸우기도 했지만

싸워도 바로 화해하고 지낼 정도로 참 돈독했습니다.

 

그 관계는 한국 들어와서도 지속됐구요.

저는 얼마 안 있어 다시 해외로 나가면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 휴가 들어가면

친인척 얼굴은 안 봐도 이 친구 얼굴은 보고 출국하곤 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일을 통해서 그 친구와 워홀러로 만났던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그 친구도 여기 올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지속적으로 방황을 하면서 딱히 정해진 일 없이 단기로 일하면서

빚내서 여행다니고 좀 답이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이 친구가 한국에서 자리 잘 잡고 있는 상황이었음 저도 부를 생각 못했겠지만

 

저도 이민온 나라에 친구한명 있었으면 했고

서로 윈윈인거 같아서 제가 일자리도 마련해주고 돈도 빌려준다고 제안해서 오게됐습니다.

 

이 친구가 원래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 못하는 성격인건 알았지만

알바 말고 직장에서 같이 일 해본적은 없어서 체감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정말 어지간히 속을 썩이더라고요

 

제가 책임자로 있는 직장에서 직급은 막내로 들어와 자기보다 나이 한참 어린 직장 상사에게 자꾸 기어올라서 트러블 만들고

그 와중에 월급이 너무 적어서 일하기 싫다 어떻다..

그 와중엔 일하면서 조금이나마 모은 돈 카지노에가서 다 탕진해서 저한테 다시 돈을 빌리는 신세까지 됐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요..

 

거기에 일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가 아파서 한국을 가야겠답니다..

저한테 비행기표값 빌려서 한국에 이 치료하러 가더군요.

전 그동안 그 친구 자리 임시 계약직 고용해서 땜빵해주고 있었고요.

전 그거까지도 몸이 아프다는데 어쩌겠냐며 그냥 다 감당했습니다.

 

그 이후엔 월급올려달라 하도 말이 많아서 사장하고 같이 앉아서 통역 해주면서 월급 협상까지 다시 해줘서 정직원까지 됐습니다.

그 정직원되고도 매장 뒷문에서 장난치다 불낼뻔한 적이 있질않나

상사들한테는 쓸데없는 소리해서 분란 만들고 자기가 정규직이라고 벌써 임시직들한테 꼰대짓해서 뒷말 나오게 만들고

이놈은 이런 일들 반도 모릅니다. 다 제 선에서 처리했으니 ㅋㅋ

아무튼 참 스팩타클했습니다

 

전 이 와중에도 제가 오라고해서 온 사람이니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이런 트러블 있어서 속 썩일때는 속이 썩지만 

저도 아래 직원들한테 못하는 속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옆에 있다는게 위안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문제는 또 사고 안 칠때는 죽이 잘 맞었습니다 ㅋㅋㅋ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아주 강력한 락다운이 시작 됐어요.

사장은 이 참에 회사를 옮기겠다고 해서 한달 정도 회사 문을 닫을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예상이 가능하듯 그게 한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전 준비가 끝났는데 나라에서 락다운을 풀 기세가 보이질 않았고

그 때 저희 회사를 포함하여 현지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를 떠났어요.

영주권이 없는 한국사람들은 정말 물 빠지듯이 나갔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직원 복지 차원으로 생각해서

방 6개짜리 집을 렌트하여 직원들 각방 하나씩 주면서 모여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정말 렌트+전기세 정도만 n분 해서 남는건 커녕 정산하면 제가 약간씩 손해 보는 수준으로 운영했었죠.

이 집도 직원들이 몇명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빈방이 생겼고 코로나 한참일때 모르는 사람 집에 받는게 싫어서

그냥 제 돈으로 매꾸고 있었고

이 친구는 처음 들어올때 부터 제가 다른 사람들 반값만 받았고 그 사실도 그 친구 자존심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했었죠.

 

그런데 이 친구라는 놈은 일 멈추고 자기는 딱 한달 기다려주겠다며 엄포를 놓더니

한달 지나고 무슨 가게 캐셔 알바를 하다가 풀타임으로 취직이 되면서 그 사장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이쯤되니 저도 슬슬 야속하더라고요. 그래도 가라고 크게 말 없이 보내줬습니다.

 

 

저는 그래도 2달 정도 있다가 다시 업무에 복귀했고 4개월쯤 됐을때 회사가 완전 정상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이전하면서 사장은 저를 좋게 봐줘서 동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고 약간의 투자금을 넣고 저도 동업자가 되었죠.

 

그런데 이미 이 나라를 떠난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데 국경은 닫혀있고,

그렇다보니 사람 구하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외노자들은 정말 자고 일어나면 올라가는 임금에 시급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바로 옮겨다니고

일 가르쳐 놓으면 이직하고 가르쳐 놓으면 이직하고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이때 친구한테 그 가게 보는거 그만하고 회사 다시 돌아오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지만

뭐 아주 칼같이 거절하더군요.

그래도 상황이 안 좋은 저는 파트 타임으로라도 좀 일해달라 해서

시급 가장 높이 쳐줄때 한번씩 와서 알바 해주던 것도 고작 몇주하고 그만뒀고

자기가 아쉬울 상황 아니라 그런지 아주 일도 개차반으로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그러다 당연히 이놈은 그 가게도 그만두게 됐고

이번엔 그 가게 손님으로 오는 시민권이 있는 한국인 여자와 눈이 마져서 

그 여자 집에 들어간다더니

어느날 늦은 밤에 전화가 오더니 헤어졌다면서 당장 제가 사는 집에 들어올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리고 당장 취직도 좀 시켜달랍니다. 풀타임으로 해주면 좋고 안되면 가능한 일을 많이 달라고 하네요.

 

전 또 바보 같이 이걸 받아줬죠.

근데 출근은 하는데 집에 당장이라도 들어오겠다고 한 놈이 준비를 다 해놨는데

안 들어오더라구요.

출근도 딱 일주일인가 했습니다.

그 와중에 자기 조카뻘인 매니저와 소리소리 질러가며 싸우고 관두더군요.

그리고 얘기해보니 당연히 헤어졌다고 한 다음날 화해했다고 하더라구요.

 

이쯤되니까

그냥 헛 웃음만 나오고 여기서 손절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제야 손절하게 된 본 스토리가 나오는데..

 

제가 회사에서 키우고 있던 부사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제 직원중 부사수로 키우려고 점찍어둔 직원은 회사 이전때 이직을 해버렸고

한국에서 따로 초빙한 사람은 코로나 때문에 입국이 힘들어져 막혀버려

세번째 선택으로 기존에 있던 직원중 한국으로 치면 주임에서 과장으로 승진 시켜주고 부사수로 키워주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 친구가 다른건 몰라도 성실한 점은 확실하던 친구가

어디서부턴가 좀 삐딱선을 타는거 같더니

다른 직원들이 타 회사에서 임금 더 높게 준다며 이직한다고 할 때 같이 이직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이건 그냥 이직이 아니라 멕이는 거라서 정말 쇼크가 컸습니다.

 

제 전 고용주이자 현 동업자인 사람도 놀라서 잡아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는데

알고보니 이직도 아니고 일할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걍 관두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고나니 동업자가 자기가 받은 이메일이라면서 공개를 했는데

저한테 섭섭함을 넘어서 화가나있었는데 그 원인이 제가 한 말을 전해들어서 인데

전 그 말을 제 친구란 놈한테 푸념하듯 단둘이 있을 때 딱 한번 입밖에 낸 적있는 말이었던 것이죠.

 

내용인즉,

"능력 아직 한참 모자른데 이래저래 운좋게 승진 됐다, 나도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키워주련다."

이 워딩이었습니다.

대단히 험담도 아니지만 본인이 들으면 아주 기분 나쁠 그런 말이죠.

 

이걸 저는 친구랑 같이 앉아서 한 얘기인데 이걸 또 전달을 한겁니다 이새끼가 ㅋㅋ

그리고 제 부사수도 대화 중에 제 친구놈을 관두기 얼마 전 부터 따로 만난적이 있다고 말했던 적도 있고

무엇보다 저 말을 저 친구란 놈, 아니 친구였던 그새끼한테 말곤 누구한테도 한 적이 없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그 둘이 또 뭔 말이 오고 갔는지 눈치가 쌔하다는걸 알았는지

보통 저랑 일주일에 한번씩 문자라도 주고 받던 친구놈이였는데 전 따로 말이 없었는데 3개월간 열락이 없다가

한번 보자고 연락이 오길래 그냥 씹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확인이 되는거죠.

이 새끼는 지 하고다는 꼬라지 개차반인건 생각 안하고 조금이라도 억울한건 또 못 참는 성격인데

갑자기 친구가 카톡을 읽씹하는데 왜 그러냐고 안 물어보는건 지놈도 딱 걸린걸 아는거죠.

 

시원하게 욕이라도 박아주려다가

그럴 가치도 없어서 그냥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 동거비자 바라보면서 만나고 있는 여자랑도 오래갈 일 없고

그러면 제가 연을 끊는게 그 새끼한테는 가장 큰 타격이고

저한테는 좋은 연 끊음이라 생각되서요.

 

그렇게 절교를 하고 한국에 있는 여친에게 이 얘기를하니

여친이 또 ‘절교했다면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며 해준 얘기가 참 쇼크더군요

 

제 여친이 여기로 놀러왔을 때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라

이새끼가 한국 갔을때 여친하고 차 한잔 했다는데 그때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고 하네요.

저를 계속 비하하는데 그게..

“아 그녀석 나쁜놈이에요~XX씨가 잘 챙겨줘야 되요~”

이런 친구끼리 하는 농담 뤼양스가 아니라

정말 대놓고 디스였다는 겁니다.

 

뭐 여러가지 개소리로 디스를 했는데

지를 그렇게 챙겨준 사람한테 “지 밖에 모른다” 라고 디스한건 좀 충격이더군요 ㅋㅋ

 

그러면서 은근 추파까지 던졌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이새끼가 평소에 “니 여친같은 여자 또 없다” 이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게 생각나더라구요.

 

 

 

 

 

이제 연 끊은지 1년이 좀 넘었는데

한번씩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 곤란하게 만들 뒷담화를 하고 친구 여친에게 치근덕거릴 정도로 쓰레기같은 인간은 아니었는데..라면서요

 

코로나 직전에 제가 동업자가 되고 회사 매출이 아주 좋아졌었는데

주위 지인이라곤 다 직원들인데 이 얘기를 어디가서 하겠습니까..

그래서 친구였던 놈이랑 앉아서 드디어 회사가 숨통 좀 트이는거 같아서 이제 좀 걱정 좀 안 하고 살겠다..

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묘한 표정으로 “아무도 믿지 말어라” 라는 얘기를 하던게 생각나더군요.

 

 

이 일 있고 나서 제가 왜

주위에 누가봐도 잘나가는 사람도 요즘 어떠냐고 물어보면

매번 "힘들다, 겨우 먹고 산다" 그러는지 알겠더라고요.

 

힘든 얘기는 누구든 들어주면서 “내 처지가 더 낫네” 라며 위안을 받지만

남 잘되는 얘기는 들으면서 시기만 한다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이후로 잘되는 얘기는 부모님 빼곤 아무한테도 말 안 합니다 ㅋㅋㅋㅋ

 

비도 추적추적 오고..

새 사업 준비하면서 예전 생각나서 이렇게 뻘글 함 써봅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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