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을 받고 풀려난 응갈매기는 잽싸게 붕어공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어요.
응갈매기가 가보니 붕어공주는 비켜왕자가 두들겨 맞는 꼴을 보고
반쯤은 재밌어하고 반쯤은 미안해 하면서 돌아오고 있었어요.
응갈매기는 날개깃에 침을 발라서 매무새를 정돈하고는
부산 일수 갈매기 행님들께 배운 우아하고도 고상한 몸짓으로 날아가
붕어공주 앞에 착륙했어요.
당연히 붕어공주야 잠시 겁먹었죠.
느닷없이 험상궂게 생긴 갈매기 하나가
조폭의 팔자걸음을 연상케 하는 몸짓으로 날아왔으니. 그것도 백설기겅쥬 수족일 게 뻔한 갈매기.
하지만 붕어공주는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을 놓았어요.
날아온 응갈매기가 걸쭉한 부산사투리 말투로
"오~알흠드리한 생선아가씨으~ 내 쎄비갈 그슨 그대으 촉촉한 입술과 그대으 상큼한 마음~
오늘은 마 나으 신선한 믁이가 되아주지 않겠소이까~"
이러고 자빠졌었거든요.
전에도 말했지만, 붕어공주에게는 매니악한 팬이 많다고 했어요.
그런 팬들이 어디 한 두 번 그런 이빨과 뻐꾸기를 날렸겠어요.
또 그렇고 그런 팬이려니 하고 붕어공주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달뜬 눈동자의 응갈매기를 응대했답니다.
속으로는 빨리 집에 가야지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러던 응갈매기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어요.
백설기겅쥬가 자신의 뒤를 캐보라는 말을 했다지 뭐에요.
이건 이제 백설기겅쥬가 미워하기만 하던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뜻했어요.
아무리 붕어공주가 막내라도 짱공용궁 생활 하루이틀 한게 아닌 이상,
이럴 땐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하는 법.
하지만 머리를 쥐어짜봐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었지 뭐에요.
응갈매기야 당연히 도와주겠지만 왠지 자신의 이미지가 더 망가질 것 같았고,
파티는 짜야겠는데,
급한 상황에서 당장 생각나는 건 실미도에 굴러제끼고 있던 비켜왕자밖에 없었는걸요.
상법아가씨한테 채찍으로 얻어맞던 비켜를 생각할 때,
생명의 은인이라 밝힌다면 자신을 도와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비켜왕자는 지금 인간들의 경비가 삼엄한 실미도에 있잖아요.
그래서 잠시 고민 끝에,
붕어공주는 응갈매기의 순정을 이용하기로 작심했어요.
붕어공주는 되도록 나긋나긋하고 감칠맛 나게 목소리를 꼬고 콧소리를 넣으면서,
팔짱을 딱 끼고는 말했답니다.
"응갈매기옵빠아아아~그럼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여어어어어어? 아흐응~"
응갈매기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고
감성의 회오리바람에 몸을 실은 채 꿈결을 헤매었어요.
붕어공주님께 마 이런 애절한 목소리를 들어싸가며 팔짱을 끼보다니!
이 부산갈매기 마 당장 죽는다캐도 여한이 음따!
이런 생각에 빠져 또 되도 않는 허세를 심장에 가득 채우고 말했어요.
"우리 귀염둥이의 부탁이라면 내 저 하늘의 별이 몇만광년 떨어져 있어도 잽싸게 날아가 물고 오리다."
붕어공주는 등짝에서 보무당당하게 진군하는 닭소름의 행진을 겨우 참아내며 말했어요.
"그러믄여어어어어어어~~~~아응~~저기~~~~~~"
(초딩 여러분 다음 이 시간에~)
붕어양 미안. ㅋㅋㅋ
응님도 미안.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