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 사는 임아무개씨 집은 아내가 오는 9월 둘째를 낳는다. 임씨는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보건소에서 예산 부족으로 더 신청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임씨는 “괜한 기대감에 부푼 서민들을 실망만 시킨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최근 아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 자녀에게 특기·적성 교육비 면제 혜택을 줬는데, 예산 부족 탓에 이달 이후 지원이 끊긴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겨우 수강 두 달 만에 그만두란 얘기냐”며 허탈해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1.2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192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출산 장려 시책은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23일 <한겨레>가 시·군·구 등에 확인해 보니, 산모·신생아 도우미 사업,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은 예산이 끊겨 접수를 받지 않는 등 지원 중단이 속출하고 있었다.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아 ‘예산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수요 예측 실패와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 운용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변금선 간사는 “현장으로부터 수요를 가늠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일선 시·군·구는 ‘접수를 안 받는다’, ‘내년 예산이 오면 주겠다’는 답변을 내놓아 민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 보건소는 올해 미숙아 35명에게 의료비를 지원했지만, 현재 네 명치가 밀려 있다. 미숙아 의료비 예산은 지난해 143억원에서 126억원으로 줄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하반기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도 올해 예산 252억원을 거의 다 써버렸다. 방문교사가 독서 지도를 하는 아동인지능력 향상 서비스는 최근 예산이 바닥나 일선에서 중단 통보가 가고 있다. 국비 지원을 일부 늘려 급한 불을 끄기로 했지만 하반기 사업 지속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태다.
복지부 쪽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족정책 전공)는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데도 정부 재정 정책은 매우 소극적”이라며 “육아휴직·공적 보육 등 핵심 정책을 보는 시야가 좁고 생색내기 수준인 출산 장려 시책도 예산은 턱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