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맞은 중국 '의도적 결례(?)'…'실용외교' 빛바래나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5.29 07:23
[CBS 김진오 정치부장]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중국을 국빈방문 중이나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 방문도 빛이 바랠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한중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이 대통령의 순방을 맞는 중국의 분위기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위기로 느낄 만큼 쓰촨성 지진피해가 심각해 이 대통령의 순방을 극진히 환대하기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의도성이 짙은 외교적 결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첫날 27일 외신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친강 대변인이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을 몰랐을 리 없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언급은 극히 이례적이다.
중국의 외교적 결례는 주중 대사에 대한 후진타오 주석의 신임장 제정에서도 다시 한번 여실히 입증됐다.
후진타오 주석의 한국의 신정승 주중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이 여러 이유로 계속 미뤄지다가 이 대통령의 방중 당일인 27일 오후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야 이뤄졌다.
물론 우리 정부가 한나라당의 중진 정치인을 주중 대사로 임명하려다가 본인들이 거부하는 바람에 주중대사 자리를 40여 일간 공석으로 비워둔 데도 이유가 있다.
여기에다 중국 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역대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보다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대지진이라는 재앙이 닥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장악 아래 있는 중국 언론들이 한국 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 시각의 일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이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도 학교행사로 국한돼 치러졌는데 지진이 나기 전 중국을 찾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베이징대 연설은 중국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때나 지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첫 중국 순방 때 중국의 국영 CCTV와 인민일보가 특집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의 외교적 언행은 그 어느 것 하나 의도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은 철저히 외교관례에 따라, 국익 우선순위에 따라 외교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한미 동맹을 폄훼하고 이 대통령의 방중 사실을 적게 보도하는 것도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곱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미국, 일본과의 외교관계 강화를 너무 자주 언급했고, 최근 들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의도적 외교 결례가 이 대통령의 야심에 찬 중국 국빈방문의 성과를 깎아내린다는 점이고, 결국 한국 야당에 실용외교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가뜩이나 쇠고기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순방마저 빛이 바래버린다면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마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4월 미국 순방도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일본 방문도 일본의 독도 파문으로 첫 일본 순방도 외교적 업적으로 기록될 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흐트러진 4강 외교의 틀을 바로잡아 이명박식 '실용외교'가 뭔지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주변 분위기가 도와주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kimoh@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