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 관람을 위해 지난 2일 김해문화의전당을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오른쪽 끝).
사진제공=김해문화의전당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귀향한 이래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권위의식을 벗어던진 소박한 공연 관람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처음 김해문화의전당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한 '영국 BBC 필하모닉 초청공연'.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대통령 재임 시절 김선욱을 두 번이나 청와대로 초대해 연주를 들을 정도로 김선욱의 열렬한 팬이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제공한 VIP용 좌석표를 받았지만, 자신의 신용카드로 김해문화의전당 '골드회원'을 등록하고 표값도 지불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은 장내 스피커를 통해 알려졌고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연 뒤 노 전 대통령은 김승업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을 만나 "다시는 입장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으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그리고 김해 시민인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해 시민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노 전 대통령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다시 김해문화의전당을 찾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VIP 좌석이 아닌 중간 열 좌석의 귀퉁이에서 관람했다. '이런 불경한 일이!' 싶겠지만 사정은 이러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0일께 김해문화의전당에 관람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미 VIP 좌석표가 동이 난 상태여서 '관람불가'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을 통해 귀퉁이지만 다른 좌석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7장의 표를 구입, 공연장을 찾았다.
김해문화의전당 측도 BBC 공연 때와 달리 이번엔 노 전 대통령 입장 사실을 스피커로 알리지 않고 스크린 밑에 자막을 넣는 식으로 예를 갖췄다. 자막 글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았지만 객석에선 이내 박수소리가 터져나와 '사직야구장'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에서 서민으로 돌아온 인간 노무현의 담백한 풍모와 행적에 시민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