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사파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찬찬히 바라볼 때,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학번으로서 학생운동의 중심대오에 섰던 사람 중에 나와 같은 주사파는 명동거리 길바닥에 붙은 껌딱지처럼 많았다. 운이 좋아 그 흔한 감옥살이 한 번 안 하고 부끄럽게 졸업하고 말았지만, 마음속에는 잡혀간 동지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회 변혁에 대한 희망과, 민족의 자주적 통일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불씨로 남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는 게 바빠, 비록 내 안의 그 불씨를 피워 올린 적은 효순이 미선이 때가 유일했지만, 그 불씨가 내 마음 속에 있는 한, 나의 갈증은 끝나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마시면 조국의 현실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이 술집, 저 술집을 전전하면서 끝내 주정을 부리고 마는……. 그렇다. 나는 부끄러운 酒邪派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다.
아니, 지지하지 않을 수 엄따.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위에서 고백한 것처럼 내가 주사파이기 때문이다.
서강대 박홍 신부가 일찍이 뽀록낸 것처럼,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5만의 주사파 빨갱이 동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리라 믿는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가 미국에 가서 부시를 만나고 온 이후부터였다.
생각해 보라.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가서 부시의 골프카트를 운전하고 온 이후,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초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고 미친 소 먹고 뇌송송되어 죽기 싫다고 일떠섰고, 그 힘이 지금의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6.25이후, 한국인들에게 '영원한 우방 미국'에 대한 숭미, 종미는 하나의 신앙, 범접할 수 없는 도그마였다. 물론 우리 주사파는 그것을 깨치고 한국인들이 진정한 자주국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원했고 그렇게 되기를 위해 투쟁해 왔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은 종미의 신앙은 우리의 투쟁이 허물기에는 너무나 두꺼운 벽이었다.
그러나 이명박씨는 단 한 번의 미국방문으로 우리 주사파들이 30년 걸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단박에 해결해 낸 것이다. (우리 주사파들이 좋아라하는 북한식의 표현을 쓰자면 "단 메에 때려잡았던 거시어따")
촛불시위의 주역, 대한민국의 초중고생들은 이제 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는 나라가, 자신들도 먹으면 죽을까봐 먹지 않아서 처치 곤란한 소고기를 우리에게 떠넘기는 나라라는 사실을……. 우리가 죽든지 살든지 관심 없고, 그저 자기들은 돈이나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난 미국이라는 나라의 실체 앞에서 "나는 콩사탕이 시러요!" 대신에 "아메리카 즐!!! 미친 소 즐쳐드셈!!!"을 외치는 우리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 사회의 중심 세대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아마도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고의 반미국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 보다 확실하고, 이 보다 효과적인 반미선동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이명박 열사의 위업을 생각하면, 소주 반병을 원샷했을 때처럼 똥꼬가 아려온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박홍 신부가 말했던 '우리사회 각계각층에서 암약하는 5만 주사파'중의 하나였단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 보다 효과적인 반미선동은 일찍이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 주사파의 하나로서 내가 어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거사를 '캠프 데이비드 대첩'이라 부르고자 한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는 단지 졸업식 노래 속의 상투어만은 아니었다.
이명박 열사의 캠프 데이비드 대첩이 있고,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 속에서 초중고생발 반미감정이 점차 국민 일반정서로 확대되려고 하는 찰라 터져 나온 버시바우 주한대사의 발언,
"한국인들은 미국의 쇠고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더 배워라!"
이것이야 말로 우는 애기 뺨때리기요, 불난 집에 유조차로 돌진하기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부시 같은 넘이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미국쯤 되는 나라의 외교관이 이렇게 상황파악을 못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드는 생각. 혹시……. 이 자도.....?
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 이름이 러시아틱한 것이 수상스럽다. 검색을 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어에 능통하단다. 전두환 때 같으면 당장 잡혀 들어갈 일이다. 경력란을 보니까, 놀랍게도 '1990년 소련 사회주의연방공화국 아나톨리 샤란스키 자유상 수상'이라는 항목이 보인다. 역시나……. 나의 심증은 확신으로 점점 변했다.
대학시절 학습회 때, 선배들은 이런 말을 했다. 주체사상은 전 세계 많은 나라에 번역되어 보급되어 있는 사상으로서 주사파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아……! 다시금 똥꼬가 아려온다.
이명박 열사가 앞에서 끌어주고, 버시바우 동지가 뒤에서 밀며, 가열찬 '타도 제국주의' 투쟁의 불길을 방방곡곡에 수놓고 있으니 나와 같은 주사파들은 오로지 감격, 또 감격할 따름이다.
이명박 열사 만세!!!
버시바우 동지 만세!!!
다만 지금 우려되는 것은 이명박 동지의 정체를, 미국이라면 미국넘 똥꼬에 묻은 요충알까지도 쪽쪽 빨아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친미수구꼴통세력들이 눈치 챌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탄핵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은 아고리언들은 부디 비밀을 지켜 주길 바란다.
하지만, 아래에 링크해둔 기사를 보니 아직까지는 이명박 열사의 위장전술이 잘 기능하는 것 같으며, 따라서 당분간은 조중동이 냄새를 맡을 우려는 적을 것으로 사료된다.
아무튼 이명박 열사의 활약을 크게 기대하여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