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사기의 '달인'… 전화 6통화로 1천만원대 사기
기사입력 2008-07-15 08:02
대학교수 사칭, 등산용품-치킨집-대학 상대 전화 사기
[부산CBS 김혜경 기자] 대학교수를 사칭해 등산용품점 업주와 치킨집 배달원, 대학조교를 교묘히 엮어 1천여 만 원대의 물품과 돈을 사기친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붙잡힌 황 모(37) 씨는 지난 10일 낮 1시 3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 모 대학 인근 공중전화에서 울산의 한 등산용품점에 전화를 걸었다.
황 씨는 등산용품점 업주인 최모(47)씨에게 자신을 00대학교의 김 모 교수라고 소개한 뒤 "같은 학교 교수 15명의 등산용품을 일인당 2백만원을 들여 구입할 예정인데, 1명 분 견본을 4시 10분까지 00대학 학과사무실로 가져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어 황 씨는 00대학 학교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은 조교 우모씨에게 "00공학부 김 교수"라고 말하며, "대기업 특별채용 시험에 조교를 추천하기 위해 내용을 알려주러 곧 학과사무실로 갈텐데 먼저 중요한 손님 2명이 미리 도착할테니 정중하게 맞이해달라"고 말한 뒤 통화를 마쳤다.
황 씨가 세번째로 전화를 건 곳은 학교 인근의 치킨 집, 황 씨는 치킨집 업주 김모(57)씨에게 전화해 "내일 학교행사에 쓸 통닭 15마리를 주문하려고 하니 미리 학과 사무실로 돈을 받으러 오라"고 말한 뒤 통화를 끊었다.
등산용품점 업주 최 씨가 등산용품 2백만 원어치를 갖고 학과사무실에 도착할 즈음(오후 4시 10분), 황 씨는 학과 사무실로 네번째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황 씨는 조교 우 씨에게 "등산가방을 들고 온 손님에게 등산가방을 받은 뒤 치킨 집에서 사람이 오면 건네주면 된다"고 말하고 "사무실에 온 최 씨를 바꿔달라"고 한 뒤, 최 씨에게는 "내가 급한 일이 있으니 0대학으로 돈을 받으러 오고 등산가방은 조교에게 맡기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등산용품 업주가 엉뚱한 곳으로 돈을 받으러 간 사이, 황 씨는 치킨집 업주에게 다섯번째 전화를 걸어 "지금 바빠서 사무실로 가지 못하니 조교가 주는 등산가방을 받아 00대학 부근 서점으로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치킨집 업주 김 씨가 등산가방을 들고 서점 앞에 나타나자 황 씨는 다시 김 씨에게 "기다려도 오지 않아 다시 학교로 들어왔다"며 "가방을 서적 건물 엘리베이터 광고간판 앞에 숨겨 두고 학교로 돈을 받으러 오라"고 여섯번째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치킨집 업주 김 씨가 등산가방을 놓고 가는 사이 황 씨는 서점으로 가 등산용품을 가로챘다. 단 여섯번의 통화로 등산용품 업주와 치킨집 업주, 대학조교가 교묘히 엮여 속아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경찰조사결과 황 씨는 같은 수법을 써서 5차례에 걸쳐 등산용품 79점 시가 1천 450만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앞서 지난 5월 6일 오후 2시에는 대구 대명동 모 대학교 부근 공중전화에서 모 한정식 집에 전화해 "내일부터 4일동안 교수 132명의 회식비 750만원을 1천만원권 수표로 미리 결제하려고 하니 거스름돈 250만원을 준비해오라"고 거짓전화를 해, 치킨집 배달원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250만원을 사기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교수를 사칭하는 사기의심 전화를 받았다는 00대학 조교의 신고를 받고, 황 씨가 사용한 공중전화 인근에서 잠복한 끝에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벌이던 황 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대학교수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경기침체로 장사가 잘되지 않는 업주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며 "첫거래를 하는 사람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현금거래를 제시하면 반드시 본인확인을 하고 거래를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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