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메릴린치 재협상, 손익계산 한번 해보자.

114 작성일 08.08.03 12: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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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공사(KIC)가 대규모 투자 평가손실을 가까스로 털어냈다. 올해 1월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 우선주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대규모 평가손실을 보고 있었던 KIC는 29일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KIC 는 1월15일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2010년 10월15일 주당 52.4달러에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52.4달러에 최대 17%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보통주로 전환되고 그때까지 연 9%의 배당을 받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주가가 이달 들어 30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평가손실이 1조원에 육박, 여론의 압박에 부딪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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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는 이날 메릴린치와 재협상을 통해 투자금액 가운데 3천만달러를 돌려받는 한편 보통주 전환 가격을 27.5달러로 낮추고 이를 즉시 전환했다. 이번에 전환된 보통주, 7224만3217주는 앞으로 2개월간 매각이 제한되고, 그 이후에는 월 538만주 이내에서 매도와 이전, 해지 등이 가능하다. 또 2009년 1월15일 이후에는 주식 매각에 대한 제한이 사라진다.

KIC 진영욱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앞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KIC가 실패를 공식 자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KIC가 이날 전환한 보통주는 이날 종가 26.25달러 기준으로 평가금액 18억9638만달러, 여기에 그동안 받은 배당금, 5850만달러에 이날 추가로 받은 3천만달러를 더하면 모두 19억8488만달러가 된다. 20억달러 원금 대비 1511만달러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때 평가손실이 9억달러를 웃돌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꽤나 줄인 셈이지만 문제는 메릴린치의 주가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또 주목할 부분은 KIC가 이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연 9%의 배당을 포기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2년 2개월을 감안하면 19.5%, 3억9천만달러가 된다.

간단히 손익 계산을 해보자.

만약 2010년 10월, 주가가 당초 전환가격인 52.4달러에 못 미친다면 52.4달러에 3891만0506주를 받게 되는 조건이었는데 이번 재협상 결과 27.5달러에 7224만3217주를 미리 받게 됐다. 2년 2개월 동안 받게 될 3억9천만달러의 배당을 포기했고 대신 3천만달러를 현금으로 받았다.

만약 주가가 30달러에 머문다면 당초 조건으로는 배당을 감안해 4억8160만달러의 손실이 되지만 재협상 이후 조건으로는 2억2060만달러의 이익이 된다. 만약 주가가 50달러까지 오른다면 당초 조건으로는 2억9661만달러 이익, 재협상 이후 조건으로는 16억5547만달러의 이익이 된다. 어느 경우든 재협상 이후 조건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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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선은 당초 조건, 빨간색 선은 재협상 이후 새로운 조건이다. 주가가 9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조건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조건에서라면 손익분기점이 주가 27.5달러가 되는 셈이고 앞으로 성공의 관건은 주가가 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하루하루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우선 지난 6개월의 투자가 참담한 실패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혈세를 좀 더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것이다.

KIC 는 "이번 재협상으로 그간의 평가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날 종가 27.5달러를 기준으로 "7665만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지만 이들의 불성실한 보도가 무색하게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3.17달러나 떨어지면서 2억2901달러의 추가 평가손실을 봤다. 다음날 반등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평가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당수 언론이 KIC의 이번 재협상을 논란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손익계산을 정확히 하지 못한 탓에 대부분 이번 재협상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경향신문은 30일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9%의 배당수익을 누리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보유주식이 당초 예상한 3800만주에서 크게 늘어나면서 기대되는 상승차익도 커지겠지만 덩달아 리스크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분석이 다른 신문에서도 발견되는데 정작 그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있다. 동아일보는 "주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돼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도 "당장의 손실에 연연해 확정된 배당금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투자이득을 추구하는 건 정부 돈을 운용하는 KIC로서 바람직한 투자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는 것은 당초 조건이나 재협상 이후 조건이나 마찬가지다. 9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당초 조건에서 손실이 덜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변수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연 9%의 배당을 포기하고 낮은 가격에 전환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 신문의 문제제기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틀렸다.

가장 간단하게는 과거 조건에서 손익분기점이 배당을 감안해서 39달러 수준이라면 새 조건에서는 손익분기점이 27.5달러가 된다. 이익 증가율도 새 조건이 훨씬 더 크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10년 10월까지 연 9%의 배당을 받으면서 전환시점이 되면 주당 52.4달러씩 3891만0506주를 받느냐, 아니면 바로 지금 27.5달러씩 7224만3217주를 받느냐의 문제다. 물론 지난 6개월 평가손실이 형편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당연히 이번 재협상은 무조건 더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가 "지분이 3%에서 5%로 크게 높아져 주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 조선일보도 엉뚱하게 "당장의 평가손을 줄이기 위해 애초 목표로 삼았던 장기투자 전략을 포기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KIC 대체투자팀 국경오 팀장은 "브리핑 때 2시간에 걸쳐서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기자들이 잘 모르고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국 팀장은 "일부 언론에서 안정적인 배당금을 포기한 것을 문제 삼는데 이번 전환가격 재조정이 아니면 2010년 10월에 무조건 52.4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면서 "배당금을 포기하더라도 절반 밖에 안 되는 27.5달러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으면 훨씬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국 팀장은 "1월 계약 때부터 추가 자금조달의 경우 전환가격을 재조정하는 등의 부가조항들이 있었는데 비공개 조건이 붙어 있어서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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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님 글입니다.

 

요즘 인터넷에 MB가 국민연금 말아먹고 있다는 소리가 있던데 아마 이거일 껍니다.

 

 메릴린치측이 '먼저' 나서서 손실을 줄여준 덕분에 큰 피해는 줄였다는데.... 그래도 큰 손실이 난건 분명하네요 마지막에 "훨씬 더 이익" 이라는 망발 따위를 하고 있는걸 보니 정말 공무원의 머리속은 언제봐도 판타스틱하네요. 서브프라임 사태 전까지 세계 3대 투자기관이었던 회사가 "우리가 알아서 손해볼태니 이거좀 바꿔주세요" 하는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꼴이 참 슬픕니다. 아무리 당장의 손실을 매꾸고 싸게 매수할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고 해도 뭔 분석은 제대로 한건지도 의심스럽고 세부사항을 감추는 건 더 의문이네요. 아마 MB정부의 키워드는 감추기 인가 봅니다. 공개해서 욕멀을께 있으면 무조건 감추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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