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6월항쟁, 박종철열사가 목숨과 바꿔서 지켰던 그 박종운은 어디에?

명불허전 작성일 08.09.04 23: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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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14일. 20년 전 오늘.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죽었습니다.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죽었다는 바로 그 날입니다. 박종철 열사를 말할 때면 우린 주로 박종철을 고문했던 그 사람,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잠시, 이 사람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박종철이 '목숨'을 내걸고 말하지 않았다던, 지키고 싶어했다던 그 사람. 박종운 이라는 사람에 대해서요.  1987년 1월 그 때, 박종운은 지명수배 중이었고 대공요원들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고 박종철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박종운은 박종철의 죽음과 아주 큰 상관이 있는 사람이겠죠. 당연히!   그래서 어떻게 지내는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나옵니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이라고. 홈페이지(http://eroom.korea.com/parkjongwoon)도 있더군요. 아래 보이는 사진이 바로 박종운씨라고 합니다.    37860039_166x217.jpg

    그런데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기름진 얼굴이랑,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게 참 믿기지가 않아서 저 사람 홈페이지를 한참 들여다 보았답니다. '박종철이 저 사람 때문에 죽었다면서? 그럼 저 사람도 87항쟁 한복판에 있었을 거 아냐? 혹시 다른 사람 아닌가?'   하도 이상스러워서 프로필을 열심히 쳐다봅니다.   1983 학생운동으로 구류, 무기정학
1984 서울대 반독재 민주화투쟁 학생운동본부 위원장
1985 민주화추진위 학생운동담당 지도위원
1985 위 민추위 사건으로 현상수배 (88년 여야 4당합의로 수배해제)
1987 수배 도중 독재경찰이 후배 박종철 고문살해 (박종철고문치사사건)
1987 6월 민주항쟁주도
1988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기관지 '노동운동' 편집위원
1989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프로필을 보니, 박종철이 목숨으로 지키고자 했던 그 '박종운'이 맞습니다. 허참~ 기가막힌 노릇입니다. 다른 거 다 빼고,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뒤에서 총 지휘한 책임자라는, 충분히 말이 되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속한 당 아닌가요? 자기 목숨을 지키려다 생을 달리한 후배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사람과 어떻게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거지요?   허참~ 아직도 내가 살아 온 세월이 이토록 모자른 건가요? 아니면 내가 바보라도 되는 건가요?  젊은 시절 자신을 내던졌던,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철학과 사상'을 버리고  아늑하고 따뜻한 신자유주의 품안에 곱게 안긴 이재오, 김문수, 박형준 의원 들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 충분히 단련되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박종운 홈페이지를 보고난 지금, 커다란 망치로 가슴을 때려맞은 듯 몸이 휘청이고 손가락이 떨립니다.    왜 그런 말 있죠. 최류탄 연기랑 냄새는 아무리 여러 번 맡아도 면역이 되지 않는다고. 그런 거랑 비슷한 걸까요? 박종운의 지금 모습을 보고 휘청이는 내 모습이란 게 말이죠. 박종운씨 홈페이지를 보지 말 걸, 하고 후회를 하면서도 자꾸 여기저기를 살펴 봅니다. 그러다가 보고야 말았습니다. 박종운이 남긴 아래 글을!   '박종철은 투사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듯이 20년이 지난 지금 살아있었다면 박종철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 우리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이 매일매일의 민주주의 즉 소비자민주주의(시장경제)를 짓밟는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일, 그리고 평화를 교란시키고 인민들을 굶겨 죽이는 세습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산 자여 따르라! - 박종운, 2007년1월 14일'     이럴 수가요! 그가 '박종철'을 팔아 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망치로 얻어 맞은 가슴은 쪼그라들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박종운이 남긴 저 글에다가 몇몇 분들이 열심히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그 댓글들 덕분에 그나마 떨린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댓글들이 아니었으면, 전 오늘 상처받은 이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저한테 좋은 치료약이 되었던, 소중한 댓글 몇 개 함께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 글을 쓰신 분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가자서님이  올린 만화에 보면 고문형사들이 박종철열사를 고문하는 컷이 있습니다.   거기서 한 고문형사가 박종철열사를 회유하죠.   "박종운이 어디있는지 불면된다."라고...   그 박종운이 저 사람입니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저색히는 저러고 있네요.   박종철열사가 통곡하시겠군요.   저 사람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주화 운동했던 운동권 출신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 소속이죠.   가장 먼저 생각할 사람이 심스마일(심채철)일듯!!!   80년 서울역회군의 주동자! 그 심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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