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그립습니다

가자서 작성일 08.10.08 17: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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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그립습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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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노무현이 그립습니다
(서프라이즈 / 황당 / 2008-10-08)


노무현이 재임 시절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이 무엇인지 혹시 기억나십니까.

 

그것은 바로 후임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정부를 만들어 주고 청와대를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IMF 환란을 넘겨준 김영삼과 카드대란을 넘겨준 김대중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5년 거의 전부를 허송해야 했습니다. 그 덕에 임기 동안 제대로 된 내수 진작책 한번 써 볼 수 없었죠.

 

그런 그가 중점을 둔 첫 번째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환위기가 한국 땅에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천6백억 불의 외환보유고도 사실 그가 보기엔 적은 금액이었죠. 수출입 3개월분 이상의 외환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마련해둔 금액이었지만 무역 규모는 해마다 폭증하고 있었고 무역 수지는 좀처럼 간신히 흑자를 내는 구조에서 업그레이드에 실패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한다거나 금융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다거나 하는 돌발 변수가 하나라도 생긴다면 순식간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그는 보았습니다.

 

그나마도 한나라당의 거센 반대를 뚫고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IMF의 원죄가 있던 한나라당은 공격할 거리가 마땅치 않았기에 그 돌파구의 하나로 외채증가 부분을 집중 공략했는데, 일반외채 부분은 공적자금 투입에 기인한 것이라 지들 딴에도 꺼림칙했던지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발행했던 외평채 부분의 증가분만을 집중 문제 삼았던 겁니다.

 

이런 황당무계한 한나라당의 발목 잡기 전략 때문에 외환 3개월치 이상분을 쌓는 데 합의된 진전을 보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오늘의 결정적 위기의 원인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가 중점을 둔 두 번째는 바로 부동산발 금융대란의 예방이었습니다. 노무현정부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의 부채비율에 대해 엄격한 모니터링을 지속하자 우리나라의 전당포(은행을 말함)들은 가계 쪽으로 눈을 돌렸고, 순식간에 담보대출을 엄청난 수준까지 끌어올려 버렸습니다.

 

담보를 문 안전빵 먹거리에 환장한 은행의 충혈된 눈에 기겁을 한 노무현은 LTV(주택담보인정 비율)와 DTI(총부채상환 비율) 규제로 철저하게 위험률 관리에 나섰습니다.

 

이때도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가 극심했죠. 이중 규제방식인데다 담보비율을 거의 100% 수준까지 인정해주는 북미나 남유럽 북유럽과 비교할 때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에 오히려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표면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속내는 부자들의 투기방해)

 

그러나 노무현은 꿋꿋이 이것을 준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세계적 조류의 흐름에 편성해 급격한 동조 집값 급등의 움직임이 보이자 세제 정책으로 이를 재규제 했고 거기에 빈부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종부세 신설까지 관철해내며 끝내 대중적 인기 대신 국가적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위기입니다. 위기의 두 축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이 그토록 중점을 두고 관리했던 외환부문과 부동산 부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한 번 원칙과 상식을 고수했을 때 지난 하지만 결국 올바른 결과와 만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토록 까다롭고 인기없는 관리정책을 펴면서도 단 한 번의 경기부양책을 펼치지 않았기에 노무현은 정권을 뺏겼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위기가 다가왔을 때 대한민국은 일단 위기의 변방으로 한발 비켜날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외환보유는 이제 그만! 그럴 돈으로 대운하를 향해 렛츠 고!'를 외치고, 부자들을 옭아매던 종부세나 부동산규제 철폐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는 그러한 짓거리를 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바로 이명박 같은 짓거리를 지난 5년간 해오던 국가들에 의해 일어난 전 세계적 금융 위기를 얻어 쳐 맞고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죠.

 

노무현 정부가 약간의 약 달러환율 정책을 편 것도 사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이 조금만 달러 강세 현상을 보이게 되면 순식간에 변동성이 증폭되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임기 초반 건의를 임기 내 수용 고수한 결과물 때문이었습니다.

 

이것도 이명박의 성장 지상주의 정책에 일거에 고환율 전환 정책에 의해 짓밟혀 버렸고 이것 역시 세계적인 달러 기근 현상과 합류되면서 우리 경제에 무거운 철퇴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냥 노무현이 지켜왔던 국가위기 관리의 기본 축이었던, 외환보유고의 계속적인 축적, 부동산 규제의 지속적 관리, 환율정책의 안정성, 이 세 가지만 철저하게 유지했더라면 아니, 최소한 상황을 잘 봐가면서 천천히 유연하게 변경해가는 관리능력만 보여 줬더라도 이번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 위기가 아닌 엄청난 기회가 되어 다가왔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쭈욱 하다 보니 저는 노무현이 그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뭐 굳이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계속 그립긴 했었습니다.

 

저는 사실 지난 미국산 소고기 사태 때도 그렇고 지난 1년 동안 서프 눈팅을 중단 했었습니다. 이해찬의 경선패배가 확정되고 정동영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그 순간부터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온몸을 타고 퍼져 나가는데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치 관련 이야기라면 한동안 멀리하고 관련된 여러 문제에도 눈과 귀를 멀리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노무현이 그립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이란 긴 시간 동안 몸살도 앓아보고, 몸도 너무나 안 좋아져 처음으로 건강의 소중함도 느껴보고…. 뭐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한동안 그저 그렇게 지내다가 얼마 전 노짱이 민주주의 2.0을 개설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고서 서프 눈팅을 재개 했습니다.

 

눈팅을 시작하고 나서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노무현이 이뤄놓은 수많은 업적들을 그물망 삼아 당당하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그물망 들을 갈가리 찢어발겨 가며 되레 위기가 자신이 업적에 의해 극복돼 가고 있다고 흰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이명박의 구역질 나는 얼굴과 미소를 보면서, 결국 나는 지난 1년 동안 지난 5년간 나 자신이 내 입으로 그토록 진저리나게 늘어놓았던 바로 그 눈팅의 역할을 망각한 채 편하게만 살아왔구나 하는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정말 조금 일지라도 노무현이 그리운 그만큼만은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은 하고 살아가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정말 벗어나기 힘듭니다. 노무현이 현직에 있을 때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물러나고 나서 이명박 이가 하는 짓거리를 지켜 보고 있으려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온몸을 휘감아 옵니다.

 

언제나 솔직하고 그렇기에 당당했던 그가 그립습니다. 솔직하고 일 잘하던 노무현을 꼭 대통령 후보로서 꼭 대통령으로서만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와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내야겠지요.

 

노무현이 정말 그립습니다.

 

ⓒ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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