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나라사랑 랩송’ 제작 방침이 공개된 뒤, 남성그룹 빅뱅의 팬들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는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해 나라사랑을 주제로 한 랩송 제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마이클 잭슨과 유명 가수들이 부른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를 벤치마킹, 가칭 ‘힘내라! 대한민국’ 등의 랩송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이 거론된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빅뱅의 팬들은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게시판에는 “이번 나라사랑 랩송에 빅뱅은 결코 참여해서는 안된다”라는 팬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팬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빅뱅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시선은 물론, 타 가수 팬들의 공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양현석 대표는 이번 제의를 거절해야 한다”, “빅뱅의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반응들도 이어졌다.
빅뱅 팬들 뿐만 아니다.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지금이 전두환 시대인가”,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의 빅뱅 버전”, “5공 시절 ‘국풍(國風)’의 재현”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번 ‘나라사랑 랩송’ 제작을 중단해 달라는 네티즌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16일 오후 5시 현재, 이미 3천500명 이상이 서명을 남겼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15일 진보신당 게시판에 “이번 랩송의 방점은 국민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역사적 과제보다는, 이른바 ‘국민대통합’을 이룬다는 정치적 목적에 찍혀 있다”며 “국민과 대통합을 이루고 싶으면 국민의 비판과 지적에 겸손히 귀를 기울여야 할 텐데, 자기들의 귀는 닫고, 국민의 입은 막고, 자기들 입으로 랩송 따위나 불러대면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저 발상은 도대체 어느 시대착오적 골통에서 나온 걸까”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나라가 완전히 박정희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그때에도 길거리에는 온통 관제 노래들이 넘쳐 흘렀다”며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관제 노래 만들어 국민 통합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