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조장했던 정부가 부동산 투기 잡겠다니
[아고라 케네디언님 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앞으로 어느 지역이든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면 투기지역 지정이든, 금융규제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잡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좋다. 취지는 정말 좋게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어리둥절하다. 지금까지 그동안 현 정부가 해온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명박정부는 정권 출범하자마자 오로지 부동산에만 올인 했다. 이명박정부에게 있어서 부동산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종교적 신화이자 이념 바로 그것이었으며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다시 조장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해서 현 정권은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도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고소득자들을 위한 근로소득세 완화, 부동산 버블기에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현 정부는 그런 정책들을 말끝마다 서민가계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은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렸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고,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책은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했다. 올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의 일시적 반등이 그 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각종 허위 발표와 왜곡된 통계들을 가지고 섣부른 ‘바닥론’을 퍼뜨리는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 매단 기성 언론들과 합작해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다시피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투기세력이자,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니 병 주고 약 주겠다는 것인가? 마치 지난해 26조원어치의 부자 감세를 한 뒤 지난 번 추경예산을 통해 각종 알바 자리를 만들어 서민들에게 생색내던 때를 연상시킨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던 시기에 현 정부 임기 초부터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 준 외환위기를 부른 뒤 7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까먹은 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너무 떨어지니 또 다시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지나치게 비대해졌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을 가계와 국민경제의 체력에 맞게 조정되도록 하면 됐다. 무주택 서민의 돈까지 포함된 예산으로 미분양 물량을 대량 매입하고, 수도권 위주의 각종 개발 계획을 발표해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지 않았어도 투기는 발을 붙일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정부의 투기 조장책에 반응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한다.
더구나 윤증현 장관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온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전과가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2차 부동산투기 버블이 발생할 당시 은행들의 부동산과다 대출과 부동산투기를 방치한 금융감독원장 겸 금융감독위원장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거대한 위기를 불러온 근원이 바로 2차 부동산 폭등기 때 은행들이 외화 및 원화 단기 차입으로 부동산 거품을 잔뜩 부풀렸던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는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한다. 그런 그가 이제 노무현정권 때와 똑같은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엇 하는 짓인가. 정부의 엉터리 정책이 사회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혼란과 낭비를 부르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오락가락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가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 주범임을 정부와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윤증현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전 정권때부터 저지른 거듭된 정책 실패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부터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근시안적 시각으로 주먹구구식 오락가락 정책을 편다면 윤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누가 해도 그보다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