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법 날치기국회통과, 왜 무효인가
오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를 보면서
저를 비롯한 야당의원들은 참으로 비통한 심정입니다.
의사당 로텐더홀을 주전선으로 하고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3개 진입로를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철통같이 막아섰는데,
저쪽이 숫적으로 우세한데다가 경호권을 발동하여 결국은 한쪽이 뚫렸습니다.
그러나, 방송법을 막고자하는 아고리언 여러분의 성심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한나라당이 중대한 실수를 하여 저희는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이윤성 부의장이 방송법 수정안을 상정하였을 때 재석(출석)인원이 14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회 재적인원이 294명이므로 그 과반수는 148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국회법상 재적인원의 과반수가 되어야 의결정족수가 되므로 출석 145명으로는 표결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 부의장은 그런데도 투표선언을 했고 투표가 다 끝난 뒤에야 국회직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긴급히 보고받고,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법안이 불성립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원이 된 뒤에 허겁지겁 다시 재투표를 선언하는 변칙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국회법에, 한 번 부결된 안건은 다시 상정 못한다는 조항이 있어 이런 재투표가 위법이라고 우리당은 보고 있습니다.
둘째,
대리투표가 있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 수십명이 단상점거를 하고 야당의원들과 대치하고 있었으므로 각 의원석에 있는 전자투표 단말기를 누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까 상황종료 후에 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신지호, 장제원의원이 자기당 의원석을 돌아다니면서 전자투표 단말기를 누르고 다니는 것이 포착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당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투표할 때, 전자단말기를 누르지 못할 때는 국회직원이 제시한 투표지에 본인이 찬·반을 표시하여야만 투표행위로 인정받게 되어 있습니다.
셋째,
의원들은 내용도 모르는 법을 처리하였습니다.
한나라당은 원래 자신들이 만든 방송법을 선진당측 입장과 박근혜의원 주장 등을 감안하여 조급하게 무슨 수정안을 만들어서 상정하였다고 하는데,
이 수정안을 문광위에서 심의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 야당의원들은 (아마도 여당의원 대다수조차도) 내용도 모르는 법을 느닷없이 날치기 처리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위법행위들로 인하여 오늘의 방송법이 무효라고 보고
행정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엊그제 김형오 국회의장은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은 용납할 수 없고 어느 쪽이든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점잖게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여야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100여명이 기습으로 단상을 점거하였습니다.
그런 말을 했던 국회의장으로서는 마땅히 단상점거를 해제하도록 한나라당에 강력히 요구하여 철수시켰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오전에 성명을 냈다고 해서 긴급히 구해 보았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오후 2시에는 직권상정을 하겠노라는 선언이었습니다.
명색이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시녀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금 의원총회를 끝냈습니다.
다시 본회의장으로 옮겨가 농성을 하고, 내일부터 릴레이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으며,
주말에는 야 4당과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국민대회에 대거 참여할 예정입니다.
우리 의원들이 이 정국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면 좋겠습니까?
민주당 이석현 의원실에서 참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