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시위-이명박 가면 퍼포먼스

용현코비 작성일 09.08.03 21: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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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시위 – 이명박 가면 퍼포먼스 -펌-

 

 

광화문 광장에서 얼리어답터 되기 – “‘진짜 광장’을 느끼고 싶었다”

 

오늘(8월2일)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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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시위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굳은 의지가 담긴 광화문 광장.

시청광장, 청계광장에 이어 의사교류의 기능을 제거한 ‘어색한 광장(廣場)’이 또 하나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실험이 하고 싶었다.

‘과연 광화문 광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의사표현이 가능할까?’

7,80년대도 아닌 21세기에 이런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전부 대통령 잘못 뽑은 탓인걸… (지금은 후회해도 3년 후엔 후회하지 말자)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시위 – 이명박 가면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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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먹다가 잡혀가고, 관광하러 온 외국인도 잡혀가고, 홍보물 나눠주다 잡혀가는 판에 <집회,시위 원천봉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곳에서 1인 시위일지언정 콩밥신세 면하지 못할 테니 예술 아닌 예술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건 바로 퍼/포/먼/스!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의 가면을 쓰고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이 하신 고귀한 말씀들을 적어서 들고 다니면 ‘설마 잡아가겠어~’라는 껄쩍지근한 마음을 안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안도의 숨을 한 차례, “휴우~”

광장을 뺑~ 둘러싸고 있던 전경버스(소위 닭장차)는 보이지 않고 교통경찰만 몇 분 수고하고 계시는게 아니던가!

이제 자신감 충만하여 함께 간 지인들보다 두세 발짝 앞장서 걸었다. 꼴에 남자라고~ㅋㅋ

 

 

처음엔 신경도 쓰지 않더니…

 

가져간 가면을 꺼내 씌우고 (지인들에게 가자고 해놓구선 정작 다른 사람에게 가면을 씌우는 센스~) 말풍선에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의 고귀한 말씀을 몇 마디 옮겨 적었다.

 우리집 가훈은 정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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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의 위대하신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의 가훈은 바로 <정직(正直)>이란다.

(미천한 일개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이 정직(停職)하셨으면 좋겠다만 어디 입밖에 낼소냐. 기냥 조용히 있으련다)

 

그런데…

시설관리공단 직원도 보고 웃기만 하고, 심지어 교통경찰 아자씨도 그냥 지나치는게 아닌가!

이럴수가!!! 고작 퍼포먼스 하다가 잡혀갈까 노심초사 했던 나의 나약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이 헌신짝처럼 취급 당하는 나라지만 이 정도의 자유는 있구나!’ 감동이 물대포 물밀 듯 밀려와 부처님께 아멘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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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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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시민들께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분도 계시고, 용감하고 멋지다고 말씀을 남기는 분도 계셨다.

‘역시 우리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였구나!’ 또 한번 내 자신에게 감동하며 쓱싹쓱싹 말풍선의 문구를 바꿔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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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절대 훼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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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개발은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 (이건 내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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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문제,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정리해고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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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운하는 하지 않겠습니다. 4대강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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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족, 세금올려! 종부세, 법인세 빼고~!>

 

왠지 표현이 좀 쎄지는 듯한 느낌? 유 노우, 아이 노우, 폴리스도 노우~

시민들은 더욱더 몰려드는데 자세히 보니 시민이 아닌 사람도 있더라는 말씀!!!

첨엔 시설관리공단 직원이 오셔서 “시민들이 몰려들면 통행에 방해가 되니까 광장 밖에서 하세요”라고 하시길래 “아~ 그런가요? 제가 보기엔 그리 좁은 길이 아니라서 통행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정 그러시면 조금 이동하죠 뭐” 이렇게 답하고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치사하게도 그 직원은 경찰에게 꼬질르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가면이 불안감 조성하니 경범죄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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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몇 명과 직원이 쏙닥쏙닥 하더니 우리에게 다가온다. 직원 말고 폴리스.

 

폴리스,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니까 그만하시죠”

평범한 회사원(나), “시민들이 좋아하는데요? (시민들을 보며) 불안하세요? 재밌죠?”

시민, “재밌네요~ 괜찮아요” (완전 감동 @_@)

평범한 회사원, “재밌다고 하시네요, 문화공간에서 퍼포먼스 하는데 뭐가 문제있나요?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이걸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시위가 아니라 퍼포먼스 한거거덩~)

폴리스, “시민들이 불쾌하다고 하는데 그만하세요, 저기 저 분이 불쾌하다고 하잖아요”

폴리스에 맞장구 치는 유일한 시민, “주말에 여가생활 하는데 와서 무슨 데모야, 이런데서 데모하면 역효과 나는 줄 알아야지. 저런 좌파들은 삼청교육대에 보내버려야되!” (이러면서 퇴장한다, 둘이 짰나?? 왜 이렇게 아구가 잘 맞지???)

폴리스, “불안감 조성한다고 신고 들어왔는데 계속하면 경범죄로 처벌합니다”

평범한 회사원, “처벌한다구요? 아저씨 소속이 어떻게 되세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처벌해요?” (순간 욱했다. 나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기 때문에…^^;;)

결국 더 시끄러워지면 우리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퍼포먼스를 더 하고 싶었지만 경찰이랑 싸우자고 온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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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의 광화문광장 런칭기념 테스트 결과

 

오늘 우리는 중요한 걸 두 가지 알게 됐다.

 

한 가지는 광화문 광장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준이랄까?

처음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의 위대한 면모를 표현하는 것은 뭐라 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경찰에게 잡혀갈 일은 없다) 정치 인생을 통해 보여준 정직과 청렴결백, 국운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경영능력, 손해보지 않는 헌납정신 (자기 것도 아니면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할 수 있고, 전 재산을 헌납해도 다시 자기 것이 되게 하는 능력) 등등등… 이명박 대통령각하원수님을 고무, 찬양하는 것은 광화문 광장에서 가능하다는 것!

 

또 다른 한가지는 폴리스와 그에 맞장구 치던 유일한 시민의 말씀처럼 <시민의 여가생활을 위한 공간에서 이러는 것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조성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러는 것’ = ‘이명박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것’>

 

이제 우리가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하긴 그 얼굴을 주말에 쉬러 나와서도 보는게 끔찍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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