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비 3천원 떨어진 대구, 나라경제가 살아난다고? [주권닷컴님 글]
요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 졌습니다. 소주한잔을 하더라도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안주가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여기는 대구입니다. 근데 사람들로 붐벼야할 술집은 텅비어 있습니다. 옆집은 '전세놓음'이라는 알림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지나가다보면 이런 곳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경기가 회복되었다니, 경제지표가 올라가고 있다고 야단입니다. 뉴스 첫머리에는 여지없이 '주가' 얘기가 첫소식으로 장식을 합니다. 주가가 1700선이 넘었는데 뭐 어쩌라고. 정말 짜증이 납니다.
서민경제는 더 나빠졌다고 하는데 어찌된 것인지 정부가 자꾸만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야단법석인데 정부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나무라고 있습니다.
가끔씩 정부가 "뭘 근거로 저러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 말대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구멍가게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몇 달 장사하고 문닫는 곳도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빚을 내서 장사로 먹고 살겠다고 시작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그만 문을 닫습니다.
게다가 요새 대기업들이 동네가게를 무참히 짓밟아 버립니다. 가게도 가게지만 왠만한 도시에 사람이 모여산다 싶으면 '대형할인마트'와 '슈퍼슈퍼마켓(SSM)'이 쌍끄리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집 주위에 조그마한 슈퍼하나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소규모 가게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웬만한 가게들도 '왕창세일', '소주공짜', '기념할인' 등이 없으면 장사도 되지 않는가 봅니다.
위에 있는 삼겹살 집 위에 붙은 현수막을 보면 '고급 사은품'도 준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현수막이 1년 내내 '1주년 기념'임을 알리고 있고 년중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밑에 보시면 이제 '점심식사'까지 한다고 하네요. 저녁시간 술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점심식사까지 준비하는 것을 보면 힘든 모양입니다.
그리고 얼마전 길을 가다고 눈에 들어온 현수막 글귀가 있었습니다. '남성 헤어컷 3000원'. 무엇인고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글쎄 남성 이발비용이 3천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무렵 아들녀석 손 잡고 머리를 깎았습니다. 6천원으로 두명이 이발을 했습니다.
'깜짝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가게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직원 시급도 나오지 않는 가격을 제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론 이럴때 마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역경제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는데, 나라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의 말.
저 같은 서민들은 절대 믿을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