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미국은 무리하게 기소한 검사, 자격박탈-파산까지"

가자서 작성일 10.03.19 2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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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미국은 무리하게 기소한 검사, 자격박탈-파산까지"

 

 

"한명숙 무죄판결 나면 한국검찰 벼랑끝에 서게 될 것"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19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사장의 진술 번복으로 검찰의 한명숙 전 총리 기소가 휘청거리는 것과 관련, "정연주 무죄판결, pd수첩 무죄판결에 이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다면 한국 검찰은 이제 벼랑 끝에 서게 된다"며 검찰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경고했다.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진단한 뒤, "검찰의 위상을 망가트리는 것은 몇 건 안 되는 이른바 ‘시국 사건’이다. 그것을 엄정하게 다루지 못해서 검찰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사법부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사법부 개혁안을 들고 나온 배경과 관련해서도 "세종시 수정이 미궁에 빠져 버린 데다, 4대강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가 실패하면 여권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속죄양이 필요한 여권이 ‘사법부 개혁’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우리나라 사법부의 인사나 관행에도 개선되거나 개혁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안상수식(式) 요법’은 ‘서푼 가치도 없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을 보면 이제는 시국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서 법원과 법조계가 보다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1970년대 발생한 다니엘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최근 발생한 듀크 대학 미식 축구단 사건 등 미국의 두가지 사례를 들어 미국에선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이 어떻게 엄중한 응징을 받는가를 예시했다. 

그는 이어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듀크 대학 사건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법원과 변호사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한다"며 "엘즈버그 박사 사건은 피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법원은 과감하게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하며, 듀크 대학 사건은 피의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법원을 기망(欺罔)하려 한 검사는 형사적 및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함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명숙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듀크 대학 라크로스 팀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글을 끝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한명숙 재판’과 검찰

정연주 무죄판결, pd수첩 무죄판결에 이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다면 한국 검찰은 이제 벼랑 끝에 서게 된다. 검찰은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지는 셈인데, 통상적인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대부분의 검사와 검찰수사관에게 이런 상황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검찰의 위상을 망가트리는 것은 몇 건 안 되는 이른바 ‘시국 사건’이다. 그것을 엄정하게 다루지 못해서 검찰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제시한 이른바 ‘사법부 개혁안’은 권력분립에 관한 기초적 이해가 안되어 있는 상식 이하의 발상이지만, 그런 발상이 현 시점에서 제기된 배경이 더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수정이 미궁에 빠져 버린 데다, 4대강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가 실패하면 여권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속죄양이 필요한 여권이 ‘사법부 개혁’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우리나라 사법부의 인사나 관행에도 개선되거나 개혁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안상수식(式) 요법’은 ‘서푼 가치도 없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을 보면 이제는 시국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서 법원과 법조계가 보다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례로는 다니엘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듀크 대학 미식 축구단 사건이 있다. 

다니엘 엘즈버그 사건

1971년 6월 뉴욕타임스는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게 된 경위에 관한 일급비밀문서를 특종으로 보도했다. 닉슨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 보도를 막으려 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지지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펜타곤 문서 (pentagon papers) 판결이다. 뉴욕타임스는 보도의 자유를 인정받았지만 극비문서를 유출한 랜드연구소의 다니엘 엘즈버그(daniel ellsberg) 박사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었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100년이 넘는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1973년 1월에 시작된 이 재판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재판과정에서 백악관의 비밀별동대가 엘즈버그 박사의 정신과 상담 파일을 보기 위해 그의 주치의 사무실을 침입했음이 밝혀졌고, 또 법원의 영장이 없이 엘즈버그를 도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윌리엄 번스(william byrns, jr.) 판사는 더 이상 재판이 무의미하다고 보아 검찰측의 공소를 기각해 버렸다. 

번스 판사는 1971년에 닉슨 대통령에 의해 연방지법 판사로 지명되어 임명되었지만 닉슨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오직 법치주의에 근거해서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당시 궁지에 몰린 백악관의 보좌관들은 번스 판사에게 연방수사국장(fbi) 자리를 제시했으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이들이 사임한 후에 번스 판사는 자신에게 이런 제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는 계속 연방판사로 일하다가 2006년에 75세로 사망했다. 

듀크 대학 라크로스 팀 사건 

2006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불미스러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흑인 여대생이 듀크 대학의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하는 일종의 럭비 게임) 팀 백인 선수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가 지목한 두 명의 백인 선수는 구속되었고, 마이크 니퐁(mike nifong) 검사는 라크로스 팀의 백인 선수 46명에게 dna 샘플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니퐁 검사는 이례적으로 백인 선수들이 흑인 여성을 *했다는 주장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혔다. 

dna 검사 결과 여대생의 체내에서 나온 여러 명의 dna 중 라크로스 팀 선수의 dna와 일치하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니퐁 검사는 dna 검사결과가 결정적일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성폭행했다고 지목된 선수들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었고, 또한 그 여대생과 당일 같이 있었던 남자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명문사립대학 듀크의 백인선수들이 주립대학에 다니는 흑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줄 알았던 언론들도 예단을 갖고 수사를 몰아친 니퐁 검사를 비판하게 되었다. 2006년 12월, 검찰은 결국 공소를 포기했다. 

2007년 6월, 노스캐롤라이나 변호사 협회의 징계위원회는 니퐁 검사가 법관 앞에서 중요한 사실에 대한 허위주장을 하고 사기와 부정직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를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disbarment)을 내렸다. 니퐁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주 법원은 그에 대해 법정모욕죄를 선고하고 벌금형과 함께 상징적인 1일 복역을 명령했다.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니퐁은 그가 부당하게 기소한 백인 선수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패소했고, 그로 인해 개인파산을 선고받았다.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듀크 대학 사건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법원과 변호사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한다. 엘즈버그 박사 사건은 피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법원은 과감하게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하며, 듀크 대학 사건은 피의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법원을 기망(欺罔)하려 한 검사는 형사적 및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함을 보여 준다. ‘한명숙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엘즈버그 박사 사건과 듀크 대학 라크로스 팀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0922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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