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같은 일을 당하면 정답은 북한의 비파곶 잠수함 기지를 폭파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정교한 계획을 짜야 한다. 동해와 서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전폭기 수십 대를 상공에 띄워놓은 후 북한에 경고하는 것이다. “만약 너희가 도발하면 우리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북한의 모든 핵심 목표를 폭격할 것이다.” 그래도 과연 북한이 장사정포를 쏠까. 만약 그래서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일어나면 그것은 절대로 안 되는 것일까.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북한 정권에 지진(地震)이 되어 자유민주 통일의 기회가 앞당겨진다면 그것이 나쁜 일일까.
천안함 침몰 이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사회에는 제한적 무력응징은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될 위험이 있으니 피해야 한다는 논리가 많았다. 6·25를 치른 한국인에게는 어떡해서든지 전쟁이란 비극은 피해야 한다는 명제가 있는 것 같다. 참화(慘禍)를 생각하면 반전론(反戰論)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전쟁을 피하는 방법 아닐까. 역사는 많은 경우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체임벌린 내각은 전쟁을 피하려고 히틀러에게 굴욕적인 양보를 했다. 결과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이었다. 1976년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결심하자 김일성은 판문점 만행을 사과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제한적 무력응징’을 배제하는 목소리 중에는 득실을 냉정히 따진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가 깨지는 상황에 지레 겁을 먹거나 국가의 전쟁 능력을 불신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천안함 침몰 얼마 후 나는 지도층 인사들과 함께 수원과 오산의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주요 화제는 ‘보복과 북한의 대응’이었다. 지휘관들은 한·미 연합전력은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한·미가 합의하면 제한적 무력보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북한은 도발하거나 전쟁을 치를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사석에서 오간 얘기는 이렇다.
북한 비파곶 잠수함 기지는 북방한계선(NLL)에서 80㎞ 떨어져 있다. 한국 공군의 최신예 F-15K는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이라는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이런 폭탄은 위성항법장치(GPS)의 유도를 받아 100여㎞ 떨어진 건물의 창문을 조준할 수 있다. 실제로 공군은 모형으로 만든 북한 장사정포 요새의 입구를 정밀유도폭탄이 때리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대화 중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육·해·공 합동으로 3일 내에 북한 장사정포의 최소 70%를 파괴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만약 북한이 도발해도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많은 이가 북한의 핵을 말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폭탄으로 개발했는지도 의문이며, 개발했더라도 북한 전폭기가 뜨기 전에 한·미가 공격할 수 있다고 지휘관들은 말했다. 그 전에 핵 사용은 북한 정권의 종말이므로 그들이 이를 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핵을 두려워하면 남한은 평생 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생화학 무기나 특수부대의 공포를 얘기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한국엔 막강한 민간인 부대가 있다. 강릉 앞바다 잠수함을 신고하고, 속초 앞바다 잠수정을 그물로 잡고, 천안함 함미를 발견하고, 어뢰 파편을 건져 올린 모든 이가 민간인이다. 국민이 단결하면 생화학이나 특수부대에 대처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제한적 무력응징’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압박으로도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국가가 무력응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되어야 한다. 행여 사회 일각에 스며들어 있는 패배주의 때문에 못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전쟁을 결심할 수 있어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 국가의 능력을 알면 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