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만화. 웃겨죽겠네.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제목은 참 많은걸 알려준다.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의 결과보고서와 함께 나온 조사결과 홍보만화의 제목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에 굳이 피격이란 단어를 집어 넣은 것은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피격임을 설명하는 것이고, 굳이 '진실'이라는 단어를 집어 넣은 것은 진실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여전히 논란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문학적 표현도 위트있는 표현도 아니지만 효과적인 제목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하긴 만화라는 수단까지 동원한 것만 봐도 천안함에 대한 진실논란이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사실이 명확하고 국민들의 의심이 없다면 초계함이 침몰하고 수십명의 병사가 죽은 사건에 만화라는 매체를 썼을리가 있겠나?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예술'장르로 치는 만화를 비하하자는건 아니다. 다만 유족들의 슬픔에도 국격을 따지는 나라에서 그 죽음에 대한 보고서를 만화로 만드는 것은 현직 경찰총장의 관점으로 보면 '짐승같은 짓'이 아니겠나?
이 만화가 합조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기자를 선택한 것도 그 자체가 현실왜곡이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임에도 군과 합조단이 취재와 정보를 통제하면서, 현실에서 기자들은 합조단 대변인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이 일이었다. 정보와 취재가 통제되니 인간어뢰가 있다는 등의 웃지못할 기사들이 일등신문을 장식했다. 만화에서처럼 위병들과 천안함 장병들의 인터뷰가 가능했다면 애초에 논란이 이정도로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통제하면서 의혹이 제기될때마다 하나씩 답을 내놓는, 미드에서나 볼법한 음모적인 국가기관의 모양새를 보여놓고, 아마도 내무반의 병사들과 학교의 초등학생들이 볼 만한 만화에서는 마치 정보와 취재가 열려진 국면에서 사건이 조사되고 정보가 유통된 것처럼 조작하는 것은, 이 만화가 정보가 아닌 '홍보'가 목적임을 반증하는거 아닌가.
국방부가 펴낸 이 만화는 '정보'가 아니라 '홍보'다. 이 만화의 주제는 '의혹의 해소'가 아니라 '군을 믿고 안보의식을 드높이자'다. 민주주의라는 목적을 지키는 수단인 안보가 '지금은' 그 목적보다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위험한 논리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안보논리가 그나마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와 다른 것은, 그래서 사회가 발전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천안함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늑대나 돼지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없다.
국방부는 천안함 보고서와 만화에 대해서 독후감을 공모해 포상조치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한다. 참 익숙한 광경 아닌가. 안보 만화를 보여주고 감상문을 받아서 포상하는. 80년대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진행되던 똘이장군 상영회와 반공웅변대회가 21세기에 재림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