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의 경호시설 부지매입 예산으로만 국회에 70억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화 사저'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이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대지 200평 연건평 300평 이상의 경호시설 건립 부지매입비로 70억원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요구했지만 지나치게 비용이 과다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40억원 밖에는 받아내질 못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경호시설 부지매입비가 2억5900만원이었으니 70억원이면 그보다 스물일곱 배나 많은 혈세가 들어가는 셈입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경호시설 건립계획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일으킨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대통령 사저가 강남 금싸라기 땅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합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집권여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들은 당시 이전 대통령들보다 적은 예산이 들어간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며 공격했습니다. 이 대통령 사저 논란이 확산되자 3일 청와대는 '초호화 사저'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는데 결국 3년 전의 악의적인 여론공세가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집권여당에 돌아온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경호시설을 짓는데 총 100억원이 든다는 이 대통령의 사저는 '아방궁'인가. 그래서 관보와 인터넷을 뒤져 이 대통령의 사저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 하늘에서 바라본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주택 전경(화살표시). ⓒ다음스카이뷰
이 대통령의 사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번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관보에 따르면 이 단독주택은 이 대통령 개인명의로 등록돼 있습니다. 강남 논현동의 땅값을 고려할 때 면적이 상당한데, 대지만 1023평방미터(m²)입니다. 평수로 환산하면 310평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건물연면적은 327평방미터인데 100평 정도 되는 셈입니다.
포털 다음스카이뷰 서비스를 통해 본 위성사진을 보면 이 대통령 사저의 크기와 대략적인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4갈래로 갈라지는 논현동 길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건물 앞쪽에 약 200평 정도의 정원이 딸려 있고 담장 주변으로 조경수가 심어져 있는 게 보입니다.
지난해 저택 주변을 촬영한 다음로드뷰를 살펴보니 벽돌로 지어진 2층 단독주택인데 상당히 낡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논현동 저택이 지어진 게 1982년이었으니 근 30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이 터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 대통령에게 자택 겸 손님 접대를 위한 영빈관 터로 택지를 제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 길에서 본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출입문과 주차장, 담벼락 안 쪽으로 조경수들이 심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다음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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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부동산업체에 문의한 결과 이 곳은 2종지로 땅 한평에 3500만원에 거래가 된다고 합니다. 용적률이 더 높은 주변 1종지의 경우에는 호가가 5000만원을 넘고 4000만원 수준에서 실거래가 된다고 한다니 엄청나게 비싼 땅 위에 지어진 집인 셈입니다.
2009년 주택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이 주택은 33억1000만원으로 기재돼 있습니다만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10년 이상된 단독주택의 경우 건물 값은 거의 못 받지만 땅 값은 제 값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정도에 거래가 될까 싶긴 합니다만, 평당 35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0억원이 넘는 셈입니다. 이러니 경호시설을 짓기 위해 주변 부지를 혈세로 구입하려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요.
청와대 쪽에서는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지어진 지 30년 된 낡은 2층짜리 단독주택 주변에 경호시설을 짓는 것인데 이 대통령 사택의 주변 땅값이 너무 비싼 바람에 '초호화 사저'라는 구설에 휩싸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강남 땅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양책을 쓰고 있는 쪽도 집권여당이니 따로 할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강남 땅값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몸으로 체감하지 않았을까요.
말이 다른 곳으로 새긴 했습니다만,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해 '아방궁'이라고 악의적인 공세를 한 것이 잘못인 것처럼 이번 이 대통령의 '초호화 사저' 논란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좋든 싫든 대통령 퇴임 이후 대통령과 가족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호시설을 짓는 것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일입니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이번 이 대통령의 경우 퇴임 후 머물 사택이 강남 금싸라기 땅에 있어 부지매입 비용이 턱없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과거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해 공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스개 소리처럼 그저 강남 대통령을 뽑은 손모가지를 탓할 수 밖에요.
논란이 불거진만큼 이번 기회에 대통령 사저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의 한계선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에 착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청와대도 법에 따른 것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위화감을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언론보도 몇 시간 만에 "일부 언론들의 초호화 사저 운운은 잘못된 기술"이라고 반박성명을 내기 전에 말입니다.
자료출처:미디어 오늘
링크: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