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모로-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

가자서 작성일 10.12.10 22:44:27
댓글 8조회 1,041추천 9

 

 

 

아이들 볼모로…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 [접종예진의사님 글]

 

 

 

 

 

안녕하세요.

 

현재 공중보건의사로 보건소에서 소아예방접종 예진의로 복무중인 내과전문의입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는 많은 어머니들께서 이미 기사를 읽으셨겠지만 이번 예산안이 통과 되면서 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은 아이들 필수예방접종에 해당하는 주사를 소아청소년과에서 맞을 경우 정부에서 일부를 보조해 주어 약 5000원 정도에 맞을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이었는데 무산이 되었습니다.

 

현재 필수예방접종은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을 하고 있고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유료 접종을 합니다. 제가 보건소에 예방접종 예진의를 하고 있지만 사실 소아예방접종은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보건소 보다는 소아청소년과에서 맞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로 첫째, 현재 대부분의 보건소 예진은 공중보건의사가 하는 데 저처럼 타과 전문의인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졸업하고 바로 온 일반의사 입니다. 상당수의 어머니들은 아이 접종 때문에 보건소를 방문하면 접종 뿐 아니고 아이에 관한 여러가지 의학적인 질문을 하시는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니라서 질문에 대한 원하는 답을 못 드릴때가 많습니다.

 

둘째, 현실적으로 보건소에서는 충분한 진찰을 하기가 힘듭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 선택접종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데리고 가면 아이가 아프지 않아도 진찰을 하고 접종을 합니다. 그런데 보건소에서는 모든 아이를 진찰하고 접종할 수가 없습니다. 인력대비 접종아이 수가 많아 안 아픈 아이까지 일일이 진찰하게 되면 뒤에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어머니 문진만 하고 접종을 하게 되지요.

 

셋째, 보건소는 의외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과거에야 군단위에는 의료취약지역이 많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군에 보건소가 있는 읍소재지에는 하나 이상의 소아과가 있습니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 비용 문제 때문에 소아과를 못가고 보건소에 와야 하며 게다가 보건소는 접종 시간과 요일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지요.

 

그외 기타 여러가지 이유들로 보건소보다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접종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그 동안에는 비용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보건소를 가야했었던 사람들도 이번 예산만 통과 되었으면 거의 비용부담 없이 소아청소년과에서 접종을 할 수 있었는데 무산되어 너무 아쉽네요.

400억이라는 비용이 큰 돈일 수도 있지만 전체 예산에 비해서는 큰 금액이 아닐텐데 하필이면 이런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말로만 저출산 대책을 세운다 하고 실제적인 정책은 역행을 하는 것 같네요. 내년에라도 꼭 예산이 통과되길 바라며 글을 적습니다.

 

-----------------------------------------------------------------------

추가...

많은 분들이 글 읽어주시고 리플을 다셨네요.

다시금 제가 쓴 글과 리플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합니다. 아침에 기사 읽고 바로 쓰느라 기사 제목 고대로 복사해서 붙였습니다. 일부러 자극적으로 쓰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리플을 쭉 읽어보니 두세분 정도가 반복적으로 반대의견을 내시네요. 그 중에는 맞는 말도 있습니다만, 한가지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혹시 한번이라도 아이 안고 예방접종 맞추러 보건소나 소아과를 가 보신 분이신지요?

물론 지금도 내년에도 보건소는 필수접종 공짜입니다. 제 글에도 분명히 적혀있구요.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엄마들도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엄마들이 여러 사정이나 이유로 소아과에서 필수접종을 하고 있고 또 많은 엄마들이 소아과에서 하고 접종하고 싶으나 보건소에 어쩔 수 없이 오십니다. 그런 분들은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금액이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맞벌이 하느라 저녁이나 주말에만 접종 데리고 갈 수 있는 부모도 많구요. 소아과 진료 봐야 할 일이 있어 보건소서 접종하고 바로 소아과 가는 번거로운 일을 겪는 부모도 많습니다. 물론 예산의 대부분이 결국 소아과에 보조 되는거지만 그 혜택은 상당수의 엄마들이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400억 중에 A형 간염 접종의 선택-->필수접종 전환 비용도 포함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같이 무산된 거지요. 지금 선택-->필수접종으로 가야 하는 게 몇가지 있는데 하나가 늦어지면 나머지 예산도 점차 늦어지겠지요. 선택 접종 비용도 현재 폐구균, 뇌수막염만 4번씩 맞아도 거의 80만원입니다.

 

얼마전(1~2달전) MBN 아침뉴스에 김문수 지사님께서 나오셔서 인터뷰 할 때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무상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 입니다. 지자체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 데 무상급식보다 우선 순위에 해당 되는 항목 중에 하나가 영유아 예방접종비 보조였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신만큼 멀지 않은 시점에 예산이 반영되리라 믿고 싶습니다.(마지막 문단의 글은 그만큼 이 예산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문득 기억이 나서 적은 내용이지 저는 어느 당을 지지하지도 않고 무상급식에 대한 특별한 찬반의견은 없습니다.)

 

ps. 아고라 청원에도 적으려고 했더니 어느분께서 미리 만드셨네요. 주소만 적어봅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1174


가자서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