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속의 화마와 싸우는 사람들

면죄자 작성일 10.12.29 2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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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익119안전센터 소방관들

동료가 화상입고 쓰러지자 교대로 소변 받아내며 간호… 화재 진압현장 복귀 도와

8일 오후 1시쯤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남부소방서 학익119안전센터 2층 식당에 잔칫상이 차려졌다. 한석훈(43) 센터장이 "박 반장의 현장 복귀를 축하합니다"고 외치자 소방대원 10여 명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고 답하고 악수를 청하는 박주원(36) 소방교의 오른손에는 화상 흉터가 아직도 선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불을 끄러 갔다가 온몸에 2∼3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지난달 27일 화재현장에 다시 출동했다. 10개월여 만에 출동한 박씨는 "10분 만에 진화된 놀이터 화재였지만 5년 전 처음 출동할 때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검은 연기를 보는 순간 지난해 사고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2시 30분쯤 박씨는 인천 남구 용현동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키보다 큰 종이박스들을 헤치며 발화점인 냉장고 완제품 창고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며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온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박씨는 "급격한 연소 확대로 실내에 불이 확 번지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현상'이었다"며 "동료들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큰 화상을 입은 박씨는 이날 오후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침대 위에서 "오늘 오후에 아내와 우리 아들 예준이 백일 사진 찍기로 했는데…"라며 울부짖었다.

동료 소방관으로부터 남편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아내 이행은(29)씨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수술비도 없었다. 사정을 들은 인천 지역 소방관들이 성금을 모아 수술비를 댔다. 그러나 아내 이씨는 갓난아이를 두고 남편 간호에 매달릴 수 없었다. 그때 센터 동료들이 "우리 대신 다쳤으니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박씨 간호에 나섰다. 아내 이씨가 한사코 사양했지만 센터 직원 20여명은 교대로 비번날 휴식을 반납하며 센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한강성심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매일 동료들이 와서 옷을 갈아 입히고 소변까지 받아줬다"고 했다. 화상 부위에 약을 바르거나 밥을 먹이는 일도 동료들 몫이었다. 지난 1월 초 정성민(46) 부센터장은 남편 사고에 놀란 이씨가 모유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씨에게 족발을 사다 먹였다.

박씨는 빠르게 회복돼 사고 두 달 만인 지난 2월 초 퇴원해 3월 다시 출근했다. 하지만 화상 부위가 다 아물지 않아 내근만 했다. 사고 이후 불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겼다. 박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아 사고 현장 근처만 지나가도 악몽이 떠올랐다"고 했다. 낮에는 동료들 몰래 홀로 펌프차에 앉아 의자 위에 씌워진 방화복을 만져봤고, 밤에는 현장에 나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설쳤다. 김황희(27) 소방사는 "우리가 출동했다 돌아오면 선배는 매번 미안하다 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이번에는 박씨의 현장출동을 돕기로 했다. 정 부센터장은 "다시 현장 나가려면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며 센터 2층에 마련된 런닝머신 위에서 걷기 운동을 시켰다. 비번날에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박씨를 불러내 족구, 축구를 했다. 박씨는 "재활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적도 있지만 동료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꾸준히 재활운동을 할 수 있었고, 불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이를 가상히 여긴 한석훈 센터장이 드디어 "현장에서 두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던 박 반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박씨를 현장 출동조에 포함시켰다. 박씨가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동료들은 "이렇게 잘 이겨내다니 대한민국 소방관답다"며 다시 현장출동을 할 수 있게 된 박씨를 축하해줬다. 박씨는 "그날 밤 센터 화장실에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다시 출동에 나선 지 2주 만에 박 소방교는 현장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는 "조금 떨리긴 하지만 불을 끄고 돌아오는 길이 뿌듯한 걸 보면 나는 역시 현장 체질"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이날 마련된 현장 복귀 축하 파티에서 다시 한 번 동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제보다 더 깊은 정으로 저를 돌봐주신 동료 여러분들께 제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시원한 물가에 나를 눕혀주오
내 아픈 몸이 쉬도록 눕혀주오

내 형제에게 이 말을 전해주오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다고

신이시여
출동이 걸렸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할 때
연기는 진하고 공기는 희박할 때
고귀한 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게 하소서

신이시여
열심히 훈련했고 잘 배웠지만
나는 단지 인간사슬의 한 부분입니다

지옥 같은 불 속으로 전진할지라도 신이시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내 형제가 추락하거든 내가 곁에 있게 하소서
화염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갖게 하시고
그에게 목소리를 주시어
신이시여 내가 듣게 하소서

저희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신이시여
내 차례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게 하시고
불평하지 않고 강하게 하소서
내가 들어가서 어린 아이를 구하게 하소서

나를 일찍 거두어 가시더라도 헛되지는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그의 내민 손을 잡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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