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이정희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반대 토론을 벌였다. 국회 영상 캡처 화면
지난 4일 국회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강행처리 되던 날 반대토론을 벌이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조롱섞인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4일 국회 본회의 속기록을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민노당이 가진 표만큼만 권리 행사해”,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그만하고”, “추하다. 내려와”, “누구처럼 쇼하나” 등의 비난을 퍼부으며 고성을 질렀다. 회의를 주재하는 박희태 국회의장도 이 대표에게 “의석수로 따져봐”, “법이 안 좋거든 (나중에) 법을 고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정희 대표를 포함해 민주노동당 의원 6명과 진보신당 의원 1명은 한나라당 의원 163명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밤 10시께부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관련 본회의 토론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반대토론자로 나선 단상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중소 영세 상인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연설했다.
그러나 토론 시간 5분이 지나자 이 대표의 마이크가 꺼졌고 이 대표는 연설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이 대표에게 “기본부터 지킵시다”, “의사진행 방해입니다” 등의 비난을 하고 박희태 의장도 이 대표에게 “그만하세요”라며 토론 중단을 거듭 종용했다.
마무리 발언을 하기 직전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난은 계속 됐다.>
“그만해, 그만해”
“잘했어, 내려가, 이제”
“추하게 비쳐, 이제 그만해. 또 반대토론 하면 되잖아”
“누구 따라하는 거야”
“민노당이 가진 표만큼만 권리행사하세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성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 앞서 “의원 여러분, 동료 의원은 조롱의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마무리 발언 뒤 박희태 의장이 이 대표에게 “장시간 수고하셨다”고 말하자 한 한나라당 의원은 “(듣는) 우리가 수고했어요, 우리가”라고 다시 한번 이 대표를 조롱하듯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 163명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보다 못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단상에 올라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이정희 대표의 말씀 듣기가 그렇게 역겹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본회장에서 있었던 일은 이정희 의원실이 9일 다음 <아고라>에 ‘한-EU FTA 한나라당 단독 통과되던 날, 그 뒷이야기’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정희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이 글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동료 의원에게 논리적 대응을 하지 않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며 참담했다”고 적었다.
이정희 의원실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되자 누리꾼들은 “다음에는 꼭 더 많은 표로 밀어 드리겠다”(jongjong), “이정희 의원님 기운내세요”(Sarasate) 등의 댓글을 달며 응원하고 있다. “지역구 주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행동이다”(비와 당신) 는 비난 댓글도 붙었다.
이정희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송 뉴스에서 한나라당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켰다는 보도만 짧게 나오고 말았는데 이날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어떤 모욕을 당하면서 이 협정을 막으려고 했는지 국민들에게 상세히 전달하고 싶어서 글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의결안을 본회의 48분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고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반대토론 뒤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반대토론에 나섰던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표결강행에 항의하다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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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본 게시글이 생각나는 군요.
정의를 말하면 '너잘났다'하는 세상....
그게 국회였나요....
그게 정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회라면 여러 의견을 신중히 듣고 옳다 하는 내용은 수렴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왜 무조건 자기 정당의 의견만 무조건 내세우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