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공안당국의 수사로 드러난 이른바 남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은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펴면서 남한 국회의장 측근까지 포섭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북한에 포섭된 이 인사는 최근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에 공천도 신청해 북한의 대남전략이 남한 국회까지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드러났다.
○ 정치권 어디까지 연루됐나
북한 노동당 225국에 포섭된 이모 씨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북한 노동당 225국으로부터 남한에 지하당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직접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 지하당 ‘왕재산’의 2인자로 서울지역 총책을 맡고 있었던 이 씨는 연락책을 중국 베이징(北京) 등으로 보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는 방식으로 지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씨가 북한과 직간접으로 접촉한 단서를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등 광범위한 압수물에서 파악했다.
이 씨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 81학번인 이 씨는 1988년 평화민주당에 입당한 이른바 ‘재야입당파’ 91명 중 한 명이다. 재야입당파 중에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당시 민통련 사무총장)도 포함돼 있다. 이때부터 임 전 의장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서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2008년 11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기획위 부위원장 자리에 1년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며 “근래에는 사업을 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민주당이나 임 전 의장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정치권 구석구석에서 왕재산의 활동 흔적을 찾아냈다. 참고인 조사 대상이긴 하지만 경인지역에서 민노당 등 야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및 전현직 당직자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김 씨의 USB메모리에서 민노당 지자체장 두 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 중 한 명의 사무실을 방문해 참고인 조사를 벌인 데 이어 다른 한 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참고인 조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북한 지령에 따른 간첩 활동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 구속된 피의자들이 북한 내부의 직접 지령에 의해 조직을 구축하고 국내 정보 수집 등 간첩 활동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긴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간간이 적발됐던 이적단체 구성이나 잠입·탈출 사건 등과는 달리 조직의 규모가 크고 광범위하게 뻗어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1994년 조선노동당의 남조선지하당이었던 구국전위 사건 이후 17년 만에 드러난 대형 남한 간첩단 사건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왕재산은 1994년부터 최근까지 간첩 활동을 해왔다. 구국전위 사건이 터져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비밀리에 별도의 조직을 구축하고 국내 정보 수집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 사회와 남북 관계가 변화와 부침을 거듭해 오는 동안에도 이들의 간첩 활동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검찰이 확인한 조직도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 조직 왕재산은 일본 중국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왕재산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간부 1명과 대북 연락을 담당하는 재중 북한인 1명을 통해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주고받으며 남한 정보를 북한에 보고했다. 말하자면 중국과 북한 남한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는 뜻이다.
○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 시도
왕재산은 국내 정치권외에도 경제계 학계 등에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7월 초 구속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김모 씨의 주도적인 정보 수집 활동이 우선 눈에 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199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일본 38차례, 중국 18차례, 기타 3차례 등 모두 59차례나 해외를 오가면서 재일간첩 또는 북한 대남 공작조직의 상부와 10여 차례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달 4∼6일 김 씨를 포함해 9명의 자택과 사무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 모두 13곳을 압수수색한 것을 보면 통상적인 한국의 연구기관까지도 왕재산의 정보 수집 대상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판 ‘귄터 기욤’ 사건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옛 서독 총리인 빌리 브란트가 총리 재임 시절 비서였던 귄터 기욤이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등 서독 정치권이 요동을 쳤다. 당시 서방세계에서는 동독 간첩망이 서독 정권 핵심부까지 뻗쳐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우리나라 분열 야기하는 간첩노무시키들 빨리 다 잡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정치의 좌 우를 떠나 국가안보를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성숙한 짱공인들이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