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전 삼성전자 SW 퇴사한 사람입니다.

가자서 작성일 11.09.17 22: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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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전 삼성전자 SW 퇴사한 사람입니다. [길벗님 글] 

  안녕하세요. 전 삼성전자 올해 퇴사한 사람입니다. 자세한건 신상털기 당할까봐 말씀드리기 뭐한데요... SW 개발자였고, 스마트, 앱 뭐 이런 단어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던 최전방에 있었습니다. 업무는 직접 개발, 협력업체 관리, 대외 행사 기술 지원까지 키워드는 스마트와 앱 이였죠. 오지랍이 넓어 임원이 아닌 직원급에서 들을 수 있는 유관 부서 정보는 대부분 다 듣고 다녔습니다.
삼성이 애플 못잡아서 안달인거 맞아요.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애플을 이긴다는 건 꿈도 못꾸고  애플처럼 마진 많이 남기며 팍팍 팔았으면 좋겠다는게 맞겠죠. 항상 애플 뭐하나 귀 쫑긋 거리고...
상상력이 풍부하신거 같은데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현실을 말씀드려 볼까 해요.
1. 삼성은 아이폰과 비슷한 갤럭시를 왜 지속적으로 출시하는가?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제품 팔아야 돈벌죠. LG 어떻게 됐는지 안보이세요? LG 휴대폰 사업 쵸콜릿으로 흥했다고 스마트폰 신경 안쓰다가 모토로라처럼 한방에 훅 갔잖아요. 삼성은 마켓리더가 아니예요.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뭐가 좋은지 잘 몰라요. 메이저 트렌드에 디자인이니 뭐니 껍데기 입히는 걸 잘하는 패스트 팔로워죠. 시장 트렌드가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이니 당연히 아이폰이랑 똑같은거 만들어야지 않겠어요? 그나마 바다OS 완전히 망했는데, 구글 덕분에 목숨 건진거예요.
어짜피 갤럭시 안내놔도 애플은 삼성에게 하청 안줘요. 폭스콘이 훨씬 싼데 왜 삼성에게 하청을 주나요. 애플이 단가후려치면 안팔면 되요. 기업도 손익분기점은 따져야죠. 다만, 삼성이 반도체나 LCD 라인이 타 업체에 비교도 안되게 대규모라 물량 때문에 단가가 싸서 애플이랑 거래 잘 하고 있는거예요.
장황한데, 결론을 말하자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지배하는 휴대폰 시장의 주류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판매물량 및 수익을 이전 수준으로 지속시키자면 스마트폰으로 이동해야하는데, 블랙베리나 뭐 이런건 영향력이 미미해서 신경도 안쓰다가 아이폰이란 돌풍이 나타나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주니까 베끼기 시작 한거죠. 그나마도 자체 기술로 여의치 않아서 바다OS 양산하기에 뭐 같아서 죽쓰는데  구글이 안드로이드 만들어주니 정말 감사합니다가 된거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수원 디지털시티의 두번째로 큰 건물인 R3를 통째로 혼자 쓰고 가장 큰 건물인 R4의 20~30% 사용하고, 그 외 자잘한 건물들에도 무선사업부 및 유관부서들이 있죠.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부 나머지 전체보다도 큰 무선사업부를 호황이었던 피쳐폰 때와 같이 유지하려면 열심히 베껴서 열심히 판다 그 뿐인거예요. 애플 견제하고 압박하고 그럴 주제도 안되고 여력도 없어요.

2. 애플은 삼성을 견제할 이유가 있는가?
애플은 삼성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애플에게 문제는 구글이죠. 삼성이 구글과 손잡고 시장을 넓히는 거에 관심 없어요. 구글 플랫폼 전체가 시장에 얼마나 퍼지느냐가 진짜 중요한거죠. 애플의 삼성 견제는 구글에 대한 간접 견제일 뿐이예요. 물량 가장 많이 찍으면서 SW로 가장 빈약하고 베끼기 전문인게 너무 티나는게 삼성인지라 압박하기 쉬운거죠.
국내 언론만 쉬쉬하지 갤럭시고 뭐고 삼성폰 북미/유럽에 완전 저가 뿌리는가 공공연한 사실이잖아요? 저가 시장에 구글 플랫폼이 너무 맘놓고 설치면서 퍼지면 안된다는게 애플 생각이예요. 그랬다간 그 옛날 맥과 IBM PC의 악몽이 재현될 테니까요. 비슷해보이지 않아요? HW/SW 일체형인 고가의 럭셔리 애플 맥 & 아이폰 DOS/Windows 탑재한 IBM PC 연합 & 안드로이드 탑재한 삼성, HTC, LG 등등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구석구석에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안드로이드가 너무 심하게 설치면 안된다는 겁니다.

3. 삼성의 소프트웨어 강화 지시는 애플에게 패배할 것이 뻔한 자충수인가?
지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삼성의 DNA가 SW 인력을 다루기에 문제가 많다는 거죠. 매우 양질의 SW 인력은 좀 더 예술가 타입에 가깝습니다. 자유롭고 상상하고 내킬 때는 스스로 몇 날 밤을 새서 일하다가도 머리가 꽉막히면 손 쫙 놔버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얼마나 짧고 정돈되고 아름답게 짜느냐에 감동받고 최신기술 기웃거리기 좋아하고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 방어적이고 개인주의적이고 이런 까다로운 사람을 관리의 삼성이 반길리가 없죠.
저는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신제품 기획 프로젝트에서 참석 임원 만장일치(9명)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팀프로젝트 였고 제 기여가 매우 컸습니다.) 그런데 부서 배치 후 저의 메인 업무는 협력업체 관리였습니다. 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였습니다. 결과물은 당연히 소프트웨어 였죠. 사실 수억의 돈을 들여 수개월간 작업한 결과물 치고는 좀 심하다 싶어 2개월간 야근하고 주말에 집에서 일하며 비밀리에 기존 제품의 카피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품질은 훨씬 업그레이드 됐죠.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냐? 뻥 아니냐 하시면... 그 물건이 원본의 90%가 오픈소스 였기에... 그래서 돈 아까웠던거죠. 차라리 오픈소스그룹에 기부를 하고 말지... 참고로 전 신입이지만 소프트웨서 회사 경력 3년에  졸업 때까지 1년반 동안 학생 신분으로 삼성전자의 일을 했습니다.) 소파트 회의에서 윗분에게 자랑스럽게 깜짝 발표를 한 후 돌아온 말은 "껍데기는 아무나 만들어, 그 기업의 10년 노하우가 중요한거야." 였습니다. 삼성전자의 10억 예산을 아껴줄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구글TV가 언론에 처음 발표되었던 날 윗분께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사원은 아무 생각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해.  임원과 윗분들은 그런 정보 챙기는 전담 부서에서 훨씬 양질의 액기스만 뽑아서 올려 바치니까 네 선에서 그런거 생각하지마. 위에서 알아서 하실테니까." 이 외에도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렇게 그렇게 보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옆 파트의 정말 튀어난 개발자 선임이 제 빈자리를 매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옛 윗분께 연락 드렸습니다. 저: "뛰어난 실력자 영입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제 퇴사가 오히려 복이 됐네요." 윗분: "별로 뛰어나지 않아. 개발은 잘하는데, 코드만 짜는 사람은 3류야. 나처럼 기획을 잘해야지." 자뻑은 둘째치고 개발에 뛰어난 개발자가 기획을 못한다고 3류라니요. 그럼 기획이나 마케팅을 해야지 왜 개발그룹에서 개발자를 하나요.
제 경험담을 보면 아시겠나요? 개발의 중추를 맡고있는 실무자가 개발에 대해 이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고, 아무도 문제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지시한다고 좋아질까요? 결국 노키아 꼴 나겠죠.
하지만, 지시만큼은 훌륭한 겁니다. 흠흠

4. 삼성은 애플과 비교하여 패배자인가?
패배자는 아니지만, 바게닝 파워 말씀하시면서 언급한 부분은 완전히 국내 언론에 놀아나신거네요. 연휴에 반도체 부문의 친한 형과 차를 마셨습니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공정 기술력은 세계 5~6위 수준이며, 현재 거래선을 트고있는 TSMC(?)가 진짜 1위라고 하네요. 삼성의 강점은 생산라인이 크고 반도체를 덤핑으로 끼워팔기를 해주기 때문에 애플의 막대한 물량을 받아내면서 프로세서+메모리 세트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애플이 빠져나가면 수익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에 윗분들이 애플 꼬시느라 똥줄 탄다네요. 애플 빠져나가서 수익 악화되면 임원들 LCD처럼 목숨줄 뎅겅뎅겅 되는 건 시간 문제겠죠?

5. 결론
삼성은 애플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애플도 삼성을 하청으로 쓸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 삼성은 애플이 기존 마켓 트렌드를 계속 파괴하면서 새로운 마켓을 형성하는데 그걸 미리 읽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드로이라도 있어서 기존의 패스트 팔로워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기존에는 패스프 팔로워 전략으로 지역과 소비자에 따라 맞춤 제품을 제공해서 기존 선두 업체들을 죄다 뭉갰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어서 따라가는것 자체가 안드로이드가 없으면 안된다는거죠. 삼성은 기존 시장 점유율 잃지 않기 위해 따라가기만도 힘들어요.

애플이 삼성을 견제하는 것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막아야 하는데,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탑제 제품을 막아야 하겠는데, 삼성이 물량도 제일 많고 애플 제품도 똑같이 따라해주고  딴지 걸곳도 많고 효과도 확실하니까 삼성 멱살을 잡은거 뿐입니다.
삼성과 애플을 나이키와 루이비똥에 비교한건 비약이 심하신데요. 삼성과 애플은 지금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 중이고, 곧 스마트 TV까지 불똥이 번질겁니다. 참고로 삼성전자 완제품의 최대 캐시카우는 휴대폰과 TV 입니다. 나이키는 스포츠웨어 회사고 루이비똥은 패션브랜드죠. 시장과 타겟 고객층이 전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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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하드웨어는 시간이 지나면 개나 소나 누구든지 만들어 시장에 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삼성은 뭐가 될까요? 삼성에서 아무리 시장 지배력을 갖춰 놓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만 & 중국의 공장들과 같이 브라질 및 아프리카의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하드웨어가 차지하게 될 것 입니다.

그러면, 구글 및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자연스럽게 시장 지배력을 차지하게 되고, 구글 & 애플의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하여야만 하드웨의 판매가 가능해지게 될 것 입니다.

이때, 삼성은 과연 구글과 계속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분명, 구글은 중국,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등에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토록 하지 않을까요?

 

뭐 어쩌든 한번 읽어보시라고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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