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추가 감세안’ 철회로 고액 근로소득자의 실질적인 세부담은 오히려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9월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안을 철회하면서 동시에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 축소안도 함께 거둬들인 결과다. 정부가 감세 철회에 따른 고소득자의 세부담 증가를 사실상 보전해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내년부터 적용될 세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보면, 소득세 최고구간(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이 최초로 적용되는 연봉 1억3000만원(과세표준 8892만원) 근로자의 1인당 실질 세부담(결정세액)은 1516만원이다. 이는 정부가 철회한 감세안(이하 감세안)을 적용할 경우(1620만원)보다 104만원이 더 적은 것이다. 연봉 1억5000만원 소득자의 내년 세부담도, 감세안 적용 땐 2273만원이지만 개정안의 경우 2181만원으로 92만원 더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연봉 1억3000만~3억원 구간의 세부담은 감세안보다 적게는 5만5000원에서 많게는 104만원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감세를 철회했는데도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더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은, 정부가 ‘부자 감세’ 여론에 밀려 최고세율 추가인하(35%→33%)를 포기하면서 동시에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축소 방침 또한 철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세법 개정 때 총급여 1억원 초과자의 근로소득세액공제(공제한도 50만원)를 폐지하고 소득공제율을 축소(5%→1%)하기로 했던 것을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이에 따라 연봉 1억~3억원 구간 고액 근로소득자의 경우, 현행 세율이 유지되더라도 공제를 받는 쪽(감세안)이, 세율은 낮아지지만 공제 규모가 축소되는 것(개정안)보다 더 유리해진 것이다.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은 “사실상 감세 철회에 따른 부자들의 세부담을 보전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율 인하를 백지화한 만큼 공제 축소 역시 폐기하고 현행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