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에서 터졌던 장관 딸 특채 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유명환 장관 뿐 아니었다. 외교부가 특별채용한 17명 가운데 대부분이 전현직 외교관의 자녀나 사위 등 친인척 관계였던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었었다.
사실 이런 특채사건은 미국이나 캐나다 같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이 이 같은 일이 터질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인사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자신의 소속기관 또는 자신이 사법권이나 단속권을 행사하는 기관에 친척 등을 채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이해충돌방지법’에서는 “정무직 공직자 또는 인사권한을 가진 공직자는 소속기관 및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와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공직 진입부터 퇴직까지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익개입 소지를 차단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OECD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에서는 ‘이해충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그러한 사적 이해관계가 공정하고 공평한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발생한다. 사적 이해관계는 재정적 또는 금전적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자신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가족의 이해관계 또는 개인적인 연고와 친분도 포함되며, 이해충돌이 적절히 관리되거나 해결되지 못할 경우 부패행위로 이어진다”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부패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 규정은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가 정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보다 금품등을 제공하는 곳을 위해 더 충성하는 것(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외부에서 볼 때 공직의 수행이 부정하게 비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에서는 공직에 임명되기 전에 일했던 분야와 직접 관계되는 업무는 공직 취임 후 2년 동안 관여할 수 없다. 이른바 ‘회전문 금지법’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공직에 취임하면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를 즉시 신고하고,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영국은 그 신고 대상을 유급이사직, 유급고용, 직위, 스폰서십, 선물, 해외여행, 토지 및 부동산, 보유 주식, 그리고 보수를 받지 않는 이해관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공직자가 개인적인 편지나 소포를 우송하는 데 정부가 쓰는 무료우송특권을 사용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까지 있다. 또한 ‘법령에 따라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공용승용차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조항까지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처벌규정도 명확히 정해져 있다.
이들 국가들은 OECD가 정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김영란법’도 OECD 가이드라인에 맞는 선진국 수준의 규제를 망라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 제정 추진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OECD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 공직자의 행위기준을 도입함으로써, 공직자가 직면하게 되는 이해충돌 상황을 관리?방지하고 부패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