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도박판 경제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장기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다. 우선 국민총생산(14조달러)과 국민소득(4만8천달러)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미국의 부존자원 또한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석유와 석탄은 물론 토지까지 후손을 위해 미개발상태로 남겨둘 정도이니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인구(3억 1천만명)는 전 세계의 20분의 1밖에 안 되면서도 전 세계 물품의 5분의 1 넘게 사용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풍족하게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만 세계 제일이 아니다. 우선 과학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고, 언론을 비롯한 국민의 민주역량 또한 세계 제일이며, 그리고 군사력 또한 세계 최강이다. 그밖에도 미국이 세계 제일인 부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자랑할 만한 일도 많다.
그러면 미국은 살기 좋은 나라이며, 세계에서 모범이 될 만한 나라일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빈부의 차가 너무 심하다. 인구의 약 48%(1억4600만명)나 되는 빈곤층은 의식주와 의료, 교육 등 기본생활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4900만명은 극빈층으로 생존마저 영위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이 인구의 15.3%(4570만명)나 되고, 개인파산자의 60%가 의료비를 못낸 때문이라고 한다. 인구 대비 교도소 수감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아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10배 이상 될 정도이다. 범죄가 많아 불안하기 짝이없는 나라다.
그런데 국민의 삶의 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기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빚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재정적자가 1조달러 이상 되어 총 국가부채가 15조8천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해외부채가 5조1천억달러나 된다고 하니 부자나라이기는커녕 거지나라라고 말할 만하다. 한마디로 빚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국채를 팔아서 재정을 메우고 있는데, 미국의 국채 가운데 중국이 1조2천억달러, 일본이 1조1천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중국과 일본에 국채를 팔아 살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부끄러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빚은 무역에서 적자를 보기 때문인데,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는 약 5천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제조업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기 때문인데, 제조업이 붕괴하고서는 나라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수입품에 의존해서 생활해 왔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지 않는 나라라면 미국은 이미 오래 전에 국가부도를 맞았을 것이고, IMF도 구제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의 상환을 요구할 경우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서만 이에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미국은 제조업을 발전시켜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월스트리트에 큰 도박판을 차려놓고 전 세계의 투기자본을 끌어들여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미국사회에 돈이 넘쳐흐르도록 하여 소비를 조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투기장화하여 거기서 엄청난 이자와 이윤을 챙겨왔다.
이것이 미국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달러를 찍어내거나 빚을 얻어 살아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박판을 벌여놓고 전 세계로부터 투기자본을 끌어들여 돈을 벌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미국에 이롭기는 한 것일까?
이것은 세계경제를 교란시키면서 파탄으로 내모는 일인 동시에 미국을 망하게 하는 일이다. 제조업과 농업이 붕괴한 나라는 존속하기 어려우며, 달러를 찍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금융산업(사실은 도박판임)을 통해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투기자본을 끌어다 20년 넘게 흥청망청 쓰면서 살아왔으나, 그 결과는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물론 GM이나 포드 등 제조업까지 파산으로 몰아갔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만 파산으로 몰아간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기업도산을 불러와 많은 국가들을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하게 하였고, 마침내는 전 세계적인 공황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여 만들어낸 도박판 경제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도박판 경제가 되었다. 세계경제가 도박판 경제가 되어 비틀거리고 있다. 전 세계가 비정상을 넘어 미쳐 있다. 생산적인 활동이 없이 도박판을 벌여 서로 속고 속이면서 뜯어먹고 산다면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는가? 도박판에서는 판돈이 많은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어 지금까지는 미국이 그런대로 돈을 벌어왔으나, 결국은 다 망하게 되어 있다.
세계 최대의 부국인 미국이 도박판 경제를 만들어 세계경제도 망치면서 미국경제도 망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