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거짓말'논란, 우리는 꼼짝없이 갇혔다.

가자서 작성일 12.07.30 14: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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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거짓말'논란, 우리는 꼼짝없이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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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원장 사진, 출처 연합뉴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움직임(?)이 보이자 이런저런 언론에서 나름의 관점과 방법으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요새 가장 눈길이 가는 뉴스는 과연 안원장이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말했던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관련 '거짓말'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 조선일보 2012. 6. 21 기사 (안철수 거짓말 논란)

안원장이 지난 2009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입대 전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개발하느라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고 군대를 갔다라는 말을 했는데,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는 1991년 4월에 발견 되었고, 안철수가 군대 간날은 2월 6일. 따라서 안철수는 거짓말을 했다. 근거는 안랩의 ASEC리포트와 위키백과.

 

같은 성향을 가진 매체 및 SNS계정들에 의해 퍼져나간 며칠 뒤,

 

- 국민일보 2012.07.27 기사 (안철수 미켈란젤로 미스터리 풀렸다), 미디어오늘 2012.7.28 기사 (조선일보, 안철수 까고 싶으면 제대로 까세요)

IBM보고서에 의하면 미켈란젤로바이러스는 스톤드 바이러스의 변종 중하나인데, 이는 1991년 1월에 발견되었다고 나왔다. 그리고 안철수의 군입대날 전에 PC통신에 올린 백신III V37에는 스톤드 바이러스의 원형 및 변종의 진단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 군의관 복무 시절인 1991년 6월 배포한 버전38 에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정식으로 포함 되어 있었다. (컨퍼런스나 분석 모임 등 전문가 대상이 아닌)예능프로그램에서 스톤드 바이러스니 변종이니 전문적 용어를 들어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간단하게 말한 것이고 7년 가까이 개인적으로 잠을 줄어가며 개발한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배포하던 시기를 재미있게 설명했던 것

 

이후 몇몇 네티즌끼리도 옹호 / 반대로 파가 나뉘어 계속 논쟁 중이다. 나도 재밌다. 솔직히 말하면 안철수같은 티끌하나 없는 이미지에서 흠결을 찾아내며 '봐봐, 쟤도 똑같아'하며 안도(?)하는 맘도 있고, 동시에 '저 사람만은 거짓말 안했을 거야' 하고 믿고싶은 마음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문득 좀 기분 나쁘다. 이유인 즉슨, 맨처음 조선일보가 던진 프레임에 갇혀서 놀고 있는 꼴을 발견했기 떄문이다. 지금 나를 포함 모든 사람들은 안철수가 거짓말을 했냐 안했냐에 온통 관심이 쏟아져있다. 그런데 나도 살면서 거짓말 좀 해본 자로 거짓말에 대해 말해보면,

1) 술집에 있으면서 야근한다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거짓말에는 (주로 감추려는)의도가 분명해야한다.  

2)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얻는 큰 이득도 있어야한다(예를 들어 아내의 바가지 회피 같은).

그런데 조선일보가 제기한 '안철수의 거짓말'이 저 두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좀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자: 

- 예능에 나가 20년도 넘은 일을 회상하며 몇달 차이도 나지 않는 기간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이를 통해 큰 이득을 얻었다?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의도적인 측면에서 어차피 뻥을 칠거면 세계최초로 미켈란젤로를 막았다고 하는게 더 낫다. 그리고 이득의 측면에서도 얻은 것이라면 존경인데, 안철수가 존경을 얻은 이유는 미켈란젤로바이러스의 대응책을 군대가기 전에 올려서가 아니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해 보자:

- 안철수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의 원형인 스톤드바이러스와 그 변종에 대한 백신(V37)을 군대가기 전에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 그리고 군복무 중인 1991. 6월, V38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를 추가한 백신을 또 무료로 배포했다. 당시 PC라인이었나..그 잡지의 표현대로라면 뚜렷한 해결책도 없었던, 그래서 '가뭄 끝의 단비' 같았던 백신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치졸한데서 위안(?)을 얻고 또 요렇게 교묘하게 그들이 만들어 준 놀이터 안에서 놀고 있었는지 알게되었고 그게 짜증이 났다. 반박하고 있는 국민일보나 미디어오늘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만약, 만들지도 않은 백신을 내가 만들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된다. 하지만 얼마나 작은 잔가지를 가지고 대들보라고 우기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또 얼마나 그들의 놀이터 안에서 그 잔가지가 진짜다 가짜다 옥신각신 싸우고 있었나!  

 

아, 그리고 조선일보가 또 제기한 거짓말 논란(?)에는 군대갈 때 배웅을 했니 안했니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건 언급도 하기 싫다. 그 논란에 비하면 미켈란젤로바이러스 백신 관련 논란은 거의 인류의 역사를 바꿀만한 급의 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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