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전격 방문이후 연일 對日 공세 수위 높여나가
주요 현안에 대해 공세적 주도권 확보 의도인 듯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주 독도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8·15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작심한 듯 연일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독도 전격 방문 이후 대일 공세의 수위를 낮추며, 다시 '조용한 외교'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한데 이어, 14일 일왕을 상대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려면 과거사부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책임교사 워크숍 현장을 방문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데 독립운동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거면 오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일왕이) ‘통석의 념’ 뭐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재차 비판했다. 식민 지배의 고통을 안긴 과거사를 진정성있게 사과하는 대신, 두루뭉술하게 유감을 표시해온 과거행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왕의 우리나라 방문 조건으로 식민 지배 피해자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일본측에 과거사와 독도 등의 주요 현안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보다 강력하고 명확하게 나타냄으로써 공세적 주도권을 잡아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가해자는 잊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잊지 않는데 단지 용서할 뿐이다. 잊지 않는다”며 “일본의 가해행위는 용서할 수 있으나 잊지 않는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초등학교 시절 경험담을 언급하며 “주먹 쓰는 아이가 있어서 나를 아주 못살게 굴었다”며 “내가 서울시장 때인데 내 이름을 부르면서 (그친구가) 다가오는데 ‘나를 못살게 굴던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식민통치의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우리나라의 관계를 초등학교 시절 급우와의 경험담에 빗대 에둘러 표현하며,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한일 과거사를 바라볼 것을 일본측에 강력하게 촉구한 것이다.
이어 “내가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을 했지만, 일본은 안가고 있다”며 “셔틀외교는 하지만 일본 국회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하면 가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커졌다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미국에 이은) 일본이 제2강국이다. 우리와도 한참 차이가 난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경제력에 걸맞은 성숙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많은 것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나가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도 방문 배경과 관련해 “2,3년전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라, 깊은 배려와(더불어)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하는 점 등을(검토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