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만든 유신헌법은 영구집권이 목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노병구 자유기고가)
유신
군사반란을 일으켜 제 마음대로 군왕적 독재정치를 12년 동안이나 하고서는, 그 동안의 정치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대개혁을 해야 한다며 평화통일을 구실로 내세운 박정희는 유신을 선포하고 영구집권의 꿈을 현실화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초유의 영도자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박정희의 영구집권 음모를 찬양했다.
이에,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을 여기 옮기고, 유신헌법 내용을 옮긴다.
유신헌법은 이런 것이다
지금부터 29년 전 1972년 11월17일 박정희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멀쩡한 국회를 해산하고 무시무시한 공포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유신헌법을 발의하고 국민투표에 붙였다.
유신헌법은 민주국이기를 포기하고 전제적 왕권국가이기를 선언한 것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말은 철모르는 아이의 넋두리에 불과하고 "유신헌법에 찬성한다"는 말 이외에는 어떤 의사표시도 못하는 국민투표였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도, 언론자유를 금과옥조로 삼는다는 언론계도, 완전히 재갈을 물리고 유신헌법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가 행해졌다.
1972년 11월 21일자로 유신헌법은 국민의 총 투표율 91.1%에 찬성 90%로 겉모양으로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로 채택됐다.
말로는 조국 근대화를 한다면서 헌법 내용은 완전히 18세기에나 있을 법한 것이었는데도 정계, 학계, 언론계 모두 입을 다물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조차도 바른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음을 말해주는 당시의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설’의 중요 부분을 옮긴다.
언론이라고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유신헌법이 우리나라에 맞는 '맞춤형 헌정제도'인양 특히, 조선일보는 참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버린 ‘사설’을 써서 독재권력 창출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그런데도 군사독재 32년 동안 함께한 정계, 학계, 언론계가 지금까지도 그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잘못된 여론으로 둔갑하고 있는 관계로 '유신헌법'의 악(惡)성 및 박정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가 본 당시의 진실을 적는다.
『종래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입법 사법과 대등한 지위인 행정권의 수반과 외국에 대한 국가의 대표자격을 갖고 있던 대통령의 지위가 제4공화국에서는 행정권의 수반인 동시에 입법 사법보다 우위에서 국가 긴급권 등 국가적 차원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원수의 지위로 월등 격상 시킨 것이다.』 1972년 12월27일 동아일보, 「제4공화국의 시동(유신헌법 공포와 8대 대통령 취임 의미), 대통령에 강력한 영도력 부여」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만든 저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갖는 영구집권이 목적이었고, 따라서 대통령의 선출을 주권자인 국민이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첫째, 박정희는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국민투표 없이 대통령이 되는 제도가 필요했다.
통상,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행정권의 수반으로 국회에서 제정한 법을 집행하고 외국에 대하여 나라를 대표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 상식이다. 통일문제 또한,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에서 심의하면 된다.
그런데, 박정희는 통일문제 심의를 한다는 구실을 붙여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고, 여기에 덧붙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권한을 추가 했다.
통일문제는 구실이고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박정희 혼자 나와서 형식뿐인 투표를 거쳐 유권자인 통일주체국민회의 재적 의원 2,359명중 찬성 2,357표, 반대는 1표도 없고 무효 2표로 유권자 100%의 투표와 거의 100%의 찬성으로 제 8대 대통령이 됐다.
영구집권을 위한 낯 뜨겁고 파렴치한 독재자였다.
둘째는 대통령은 국회의원 정수에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일괄 추천권을 갖는다. 말이 추천이지, 박정희가 추천하면 한 사람도 낙오 없이 그냥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면 그래도 1만분의 1이라도 양심이 있는 것 같다고 할 텐데 말이다.
셋째 대통령은 예방적 국가긴급권과 중요정책의 국민투표회부권, 국회해산권, 정부조직권, 대법원장의 임명권과 법관 임명권 등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기타 예방적 긴급조치권: 대통령은 신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는 내정 외교 국방 경제 재정 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또 이 조치를 위해 필요할 때는 국민의 자유 권리나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관해 잠정적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권한은 대통령이 갖는 비상대권(非常大權)이기도 하다.
여기 당시의 조선일보 사설 중요부분과 동아일보의 사설 몇 줄을 옮긴다.
『그런데 여기서 특기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전체 국민들이 이번 유신헌법에 대하여 지난 그 어느 때 보다도 압도적인 지지와 찬성을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10월 유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이만큼 밀도 높은 것이란 것을 실증하는 것이려니와 이것을 좀 더 천착하면 지난 10년간 쌓아 올린 눈부신 업적에 대한 국민적인 찬사로 볼 수도 있다. "조국의 통일과 민족중흥의 제단위에 모든 것을 바친" 그의 뜨거운 애국심과 뛰어난 영도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성원의 발현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와 기구를 마련하게 되었고 전체국민의 단결된 힘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위에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경제 기반과 국제 사회에서 맺어 놓은 두터운 신용을 가지고 있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서 출범의 닻을 올린 것이다.
이젠 새 역사의 목적을 향한 일로 매진이 있을 뿐이다. 유신과업을 위한 적절한 우수한 체제 정비와 시행착오 없는 강력한 실천을 정부 당국에 당부 하면서 모든 국민들의 분발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1972년 11월23일 조선일보 ‘사설’, 「 새 역사의 출범 , 유신헌법안 확정의 의의와 평가」
『박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을 경하 하는 것은 그의 지난 공적 때문만은 아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국사에 있어서 지난날의 공적 만에 서라면 상훈으로 보답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5,6,7대나 대통령을 역임한 그를 또다시 대통령으로 맞고 거듭 환영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그의 영도력 때문이다. 그의 높은 사명감, 뛰어난 능력과 역사의식의 정당성 때문이다. 물론, 어떠한 위대한 정치가에게도 인간으로서의 능력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란 세공품과는 다르다. 100%의 완결성이나 무유성은 적어도 실제 정치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아 대과는 없고, 오늘 우리가 보는 견실한 그의 업적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상, 박 대통령의 영도력은 정당하게 평가 되어야 할 줄 안다. 더욱이 초근목피를 찾아 헤매던 10년 전까지의 적빈과 수백 년을 이어온 붕당적 파쟁생리와 남북 간의 긴장 대결과 물결 사나운 국제 권력 정치 속에서의 강소 열세의 입장 …등 온갖 난경에서 오늘의 굳건한 역사발전의 기틀을 구축한 그의 훌륭한 정치역량을 우리는 더욱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조건 중에서 더욱 전망적인 조건은 전술한 바와 같이 민족 통일의 사명감과 구국중흥의 신념에 불타는 탁월한 영도자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런 역량 있는 지도자를 뱃머리에 앉혀 방향타를 잡게 했다는 점이다.』
1972년 12월 28일 ‘사설’ 조선일보, 「새 역사의 전개, 제 8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을 경하한다.」
『제 4공화국의 출범은 여러 가지 뜻에서 의의가 크다고 해야 하겠다. 안으로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터전이 확립 되었고 밖으로는 긴장 완화의 남북교류증대를 다짐하여 국정 전반에 걸친 유신적인 개혁이 예상되고 있으므로 이번 박 대통령의 취임은 특히 정략적 의의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 12월 28일 ‘사설’ 동아일보, 「제4공화국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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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주말에 느긋하게 웹서핑하는데 21세기에도 독재의 유신헌법을 찬양하고 다니는 얼빠진 놈들이 있더군요
저 짓을 해놓고도 ok ok 거리며 무한의 지지를 보내는 넘들이 자칭 대한민국 보수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