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은 욕설 글에 공포 느껴 국정운영 못한다?
“국민들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 사이에 이처럼 듣기 거북할 만큼 우스개 농(弄)지거리의 대상이 된 나라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어느 모임에 가나 택시를 타나 대통령은 쉽게 희화화(戱畵化)되곤 한다. 때로 입에 담기 어려운 험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에는 그래도 사방을 둘러보거나 낮은 소리로 상대방 반응을 살피며 말을 꺼냈지만 요즘은 상대방이 듣거나 말거나 거침없이 ‘대통령 희롱하기’를 꺼내고 건넨다. 그야말로 대통령 채신이 말이 아니고 덩달아 나라의 꼴이 망신스럽다.”
이 글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글이 아니다. 조선일보 고문이며 칼럼리스트인 김대중 씨의 노무현 대통령 당시 글이다.
그는 칼럼에서 “일부 사람들은 대통령이 그런 욕을 먹고 희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자유로운 나라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하소연과 맥 빠진 기대감에서 권력자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고충과 상실감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세력들의 무능과 무정견,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와 불안감”이 대통령을 욕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근본원인은 차지하고라도 그나마 일부 사람들이 말했다던 ‘자유로운 나라’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니 어찌 된 일인가.
최근 검찰이 돌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를 수사한다는 소식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 개XX야”라는 거친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신상철 서프라이즈 언론 대표가 검찰에 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 될지언정 국가의 형벌인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본 검찰의 사고는 군사정부 시절의 발상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법원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영식 판사는 “신 대표의 글이 극히 부적절한 욕설과 경멸적 언어를 반복 사용해 정치불신을 조장한다는 등의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나 민주사회의 시민은 누구든 국가정책과 최고 국정운영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비속어를 사용했다 해도 도덕적·사회적 비난을 넘어 국가의 형벌로써 다루려는 것은 지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시절에 있다가 없어진 조항, 즉 국가원수모독죄라는 것이 아직도 대한민국 검찰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이 내밷는 욕설 글에 공포를 느껴 국정운영을 못한다는 검찰의 기소논리에 대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동의할까. 궁금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