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위해 빵과 사프심 훔친 '현대판 장발장'

가자서 작성일 13.02.02 20: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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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위해 빵과 사프심 훔친 '현대판 장발장'  [난 아직도 ing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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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때 책을 통해 만났었던 장발장은 몇일째 밥을 굶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한개를 훔치고 그 죄에 대한 댓가로 3년 징역형을 살게 되었다. 징역형을 살고 있던중 두고온 조카들이 생각난 장발장은 탈옥을 시도하다 되려 총 19년의 징역형을 살게 되었다. 13년후 장발장은 감옥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되는데, 갈곳이 없어진 장발장은 길을 떠돌다 우연히 도착한 성당에서 잠을 자게 된다. 그러다 그만 성당안의 은촛대가 너무나도 탐이 나서 은촛대를 들고 달아나려다 다시 또 경찰에게 붙잡혀 성당으로 끌려 오게 된다.

 

장발장은 경찰에게 잡혀가 성당의 신부님과 삼자대면을 하는 가운데서도 뻔뻔하게 성당의 신부가 자신에게 준거라고 거짓말을 했고, 성당의 신부님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장발장에게 자신이 그 은촛대를 주었다고 경찰에게 이야기 하고 경찰들을 돌려 보낸다. 그 일로 무언가를 깨달은 장발장과 신부님은 약속을 한다. 평생 선한 일만 하고 살아가기로.

 

그 뒤로 장발장은 '마들렌'으로 이름을 바꾸고, 범죄자 장발장이 아닌 새로 태어난 인간 마들렌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며, 때로는 쫓기기도 하고, 떄로는 다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선행을 베풀다 그만 세상을 떳다는, 이번에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레미제라블에서 그냥 겉 뼈대만 볼수 있었던 어린이용 동화책이었다.

 

사실 이 레미제라블 영화를 파헤쳐 보면, 프랑스혁명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들이 다 나오지만, 오늘은 자식을 위해 빵과 샤프심을 훔쳤던 현대판 장발장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쩌면 정말 이럴수가 있을까 싶어서 가슴이 찡하다.

 

샤프심, 통닭, 그리고 빵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사판을 돌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한 아버지는 새벽 5시에 인천 인력소를 찾았지만 일거리가 없어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중학생 아들은 아침밥도 거르고 학교에 가면서 사프심과 30cm 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심한 자책감을 느낀 그는 집근처 마트에서 빵 2개와 과자 2개, 사프심 1개, 30cm 자 1개, 깐밤 1개, 치킨 1개를 훔치다 보안요원에 의해 적발되었는데 훔친 물품 가격은 5만7860원 어치.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합의할 돈이 없었다. 마트 측은 증거물을 압수하고 그를 경찰에 넘겼다.

 

샤프심에 대한 좀 안좋은 기억이 있다. 한참 우리집이 정말 가난했을 때, 나 중학교 3학년때 아침에 엄마에게 샤프심 사게 200원만 달라고 말을 해야 하는 내가 너무나도 미안하고 챙피했다. 그때 정말 천원도 아쉬웠으니까. 그래서 왕복차비 1000원이 없어서 한번은 버스타고 학교로 등교하고 걸어올때는 버스로 10정거장이 넘는 거리를 걸어왔어야 했으니까.

 

그날 아침 나는 편도차비 500원으로 샤프심을 사고 그냥 학교까지 걸어갔다. 당연히 지각을 하고 왜 늦었냐는 선생님의 말에 차비로 샤프심 사느라 걸어왔다고 말못하고 그냥 선생님이 때리는걸 그냥 고대로 맞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냥 나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일.

 

엄연히 따지면 범죄 저지른거 맞다. 그런데 나는 감히 이사람에게 '넌 잘못했어.' 라고 손가락질 못하겠다. 내가 착한척 하는것도 아니고, 착한병에 걸린것도 아니고, 정말 주머니 안에 몇백원, 몇천원이 없어서 죄가 된다는걸 알고도, 적발되면 벌을 받게 된다는걸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와 그리고 그의 자식이 처한 너무나도 궁핍한 환경 때문에라도 나는 차마 말 못하겠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죄가 되는건 그를 안고 가지 못했던 사회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오늘처럼 정말 주머니안에 단돈 몇만원이 없어서, 그래서 아기에게 먹일 분유를 훔치다 적발되고, 맨홀 뚜껑을 훔쳐 팔고, 남편의 월급만으로 삶을 살기가 너무나도 퍽퍽했던 한 주부는 웹공유 사이트에 음란물을 배포하고 거기서 나오는 포인트로 아이의 분유를 사먹이고 유치원 비용으로 지불했다.

 

생계형 범죄에 사법당국이 엄정한 법 집행만을 내세운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로까지 내몰린 서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안전망, 잘 작동하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를 잡아서 불을 피우고 잡은 물고기를 익혀, 살까지 발라서 입안에 떠먹여 주는 복지는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복지 포퓰리즘이니까. 그러나 최소한 물고기를 잡고 그 몰고기를 손질해서 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익힌 다음에 먹는법 까지 능숙하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창조하는 동물이라고 그랬다. 지금 먹고 있는 물고기가 맛이 없다. 조금더 새로운 맛을 원한다. 어느정도 내 기술이 넉넉하다, 언제든 다시 또 개발하고 개발하고 또 그렇게 진화 해 간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반지하방에서 몇년을 반 아사상태로 살아오던 세 형제의 사연을 보았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아무도 찾아와 보지 않는 곳에서 친부의 여자친구가 보내주던 38만원, 거기서 방세 23만원을 뺴고 나면 손에 고스란히 남는 15만원. 이 15만원으로 한참 먹고 싶은것도 하고 싶은것도 많았던 그 아이들은, 몇년을 반은 굶고 반은 먹고 그렇게 살다 고등학교에 발도 디뎌 보지 못한 19살짜리 큰아이가 공장에 무작정 찾아가 취직을 시켜 달란 말에 발견이 되었는데 그냥 참 착잡했다.

 

친부도, 그 친부의 여자친구도 문제지만 그 아이들을 몇년이 넘도록 방치했던 이 사회의 현실이 참 슬펐다. 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얼마나 끔찍했을까. 가난은 죄가 아니다. 가난해서 모든 사람이 평범하게 누릴수 있는것을 조금 덜 누리거나 혹은 못누린다는것 뿐이지, 가난하다는건 결코 죄나 벌이 아니다. 죄나 벌이 아니기에 국가는 그리고 이 사회는 그들을 따듯하게 감싸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주후에 출범하게 될 박근혜 정부에선 복지에 대한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그마저도 요즘은 조금 의구심이 가는게 사실이다. 그동안 박근혜 당선인이 속한 당에서는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복지 포퓰리즘 부터 시작해서, 극단적으로까지는 북한을 운운하며 상대방에게 욕을 했었다. 하다못해 어린아이들 눈치 안받고 밥 한끼 공평하게 먹이자는것도 복지포퓰리즘 카드 들고나와 시장직 걸고 눈물쇼 하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저들에겐 그냥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 변명중에 '복지'가 속할테지만, 사회의 사각지대에 몰린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복지란 정말 내가 먹고 살아갈 터전이자 그리고 내가 먹고 살아갈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생계형 범죄가 당연히 일어날 정도가 되면 그 사회는 이미 갈때까지 간것으로 국가에서 대책을 세워야 맞는것이다. 너도나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를 정도면 그것 분명히 잘못된 사회이다.

 

항상 이런말을 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일들이 일어나니 그냥 묻고 가자 라는 말을 하는사람이 종종 나오는데 항상 그딴 이야기만, 그딴 생각만 하고 있으니 저런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정말 굶는다는 그 고통과 번뇌 속에서 얼마나 그 고통이 절절했기에 저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저런 사람을 어떻게 하면 범죄를 안저지르게, 어떻게 하면 저사람이 다시 일어날수 있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다른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묻고 넘어가자는 발언은 상당히 무식하다 못해 멍청한 발언이다.

 

내가 오만원 줄게요, 용서 해주면 안되나요?

 

개인의 사리사욕 채우고자 남의 것을 탐하고 부정 부패를 저지르는것과 자식들 준비물 챙겨주고 밥 한끼 챙겨줄 형편이 안돼 물건을 훔친 것이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일인가, 생계형 범죄자가 저렇게 행동하기까지 몰고 간 현실도 그렇거니와 개인의 능력 운운하는 주변의 시선도 참 매정하기 그지 없다.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근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참담하다.

 

나는 정말 못되 처먹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나 꼬투리 잡히면 3박4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생각나면 실실 비꼬아가며 돌려까기 시전하고 당하는 상대방이 지치다 지치다 못해 백기 들고 항복 선언 투항해서 강아지 배 보여가며 항복하는것처럼 항복 할때까지 끝까지 붙어 싸운다. 좋게 말하면 까칠한거고 그냥 대놓고 말하면 못 되처먹은 버르장머리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혼자 상처 받고 울었던 날도 많았는데 이렇게 못되 처먹은 내가 괜히 눈물이 찡찡 난다.

 

가난 때문에 모든사람들이 평범하게 누릴수 있던 무언가를 '못'해 보거나 '안'해 본사람은 모르는 고통이다. 어쩌면 소외 당했다는 그런 괴로움과 자책감 속에서 괴로워 했어야 할 어쩌면 자기 자식을 그런 괴로움과 자책감에 내 몰기 싫어서 되려 그 몇곱의 괴로움과 자책감을 안고 도둑질을 했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순 없는걸까.

 

이번달 치킨에 맥주 두번 안먹으면 오만원이란 돈 나온다. 충분히 나오지, 생각 같아서 아버지가 물건을 훔쳣던 그 돈 오만원, 내가 줄테니 그 아버지를 용서해달라고 정말 부탁이라도 하고 싶다. 주머니 털어봐도 일원 땡전 한푼 안나오는 아버지에게 왜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가지 못했냐, 왜 그런 생각 해보질 못했냐 라고 매몰차게 내모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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